안녕, 이름들아 2009년 / 12월 안녕, 이름들아 저녁 동안 대학원 열람실에 처박혀 있다 밖으로 나왔다. 옷깃을 여미고 담배에 불을 붙이는 순간, 수첩에 적어놓고도 잊고 있던 일들이 생각나듯 문득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이제 한 해도 다 갔구나. 막 어두워지기 시작한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 연재종료코너/이준희사람세상 2011.11.09
꿈그림자 2010년 / 1월 꿈 그림자 오후, 지하철역에서 그와 여자가 만난다. 여자는 그의 손을 꼭 잡았고, 그는 여자를 보고 살며시 웃는다. “표정이 왜 그래?” “악몽을 꿨어.” “무슨 꿈인데?” “글쎄…… 잘 기억나지 않아.” 그는 말할 수 없었다. 꿈 속 세계는 그림자도 생기지 않을 정.. 연재종료코너/이준희사람세상 2011.11.09
내 수첩들 2009년/11월 내 방 한 구석에 상자가 하나 있다. 나는 상자를 연다. 상자 안에는 수첩들이 있고, 수첩 안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적혀있다. 첫사랑의 감정이나 거짓말을 들켰을 때의 수치심, 영화나 소설에 대한 단상, 잊고 싶지 않은 꿈들, 그리고 불쑥 떠오르던 기억들. 오래된 것들이지만 하나도 버리지 .. 연재종료코너/이준희사람세상 2011.06.02
삶의 톱니바퀴 2009년/10월 그럼 이번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바로 내가 좋아하는 어떤 가수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내가 처음으로 <콘서트>에 가본 것은 1998년 겨울이다. 고3 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람회 크리스마스 콘서트>. 당시 유니텔 전.. 연재종료코너/이준희사람세상 2011.06.02
침대 맡 벽지의 검은 얼룩 2009년/9월 가끔 그런 때가 있다. 오래 전 연락이 끊긴 지인들이 갑자기 궁금해지는데 그들에게서 불쑥 연락이 오거나, 우연히 책장을 넘기다 옛 연인의 사진을 발견했는데 길을 걷다 그 혹은 그녀를 만나는 경우, 또 이런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그런 때 말이다. 그녀와 통화를 하던 때에도 나.. 연재종료코너/이준희사람세상 2011.06.02
외출을 위한 준비 2009년/8월 오랜만에 친구들끼리 모인 자리였습니다. 어떤 친구의 결혼식 피로연 자리였을 겁니다. 워낙 친했던 친구들이어서 한참 동안 보지 못했음에도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기울이며 모두가 공유하는 학창시절의 이야기를 나누거나 각자 지내온 이야기를 나누었습니.. 연재종료코너/이준희사람세상 2011.06.02
숫자에 얽힌 기억 하나 2009년/7월 몇 개월 전부터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이후로 내 고등학교 시절을 자주 떠올리곤 한다. 지금 고등학교의 풍경과 내가 딱 그만했을 때의 모습을 비교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마다, 연령대에 따라 서로 다른 형태의 추억을 갖고 있고, 그 추억마다 서로 다른 향기가 묻어난다. .. 연재종료코너/이준희사람세상 2011.06.02
Not Going Anywhere (2) 2009년/6월 어느덧 버스가 종로 2가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그녀 일행이 내리는 것을 보고, 나도 허겁지겁 버스에서 뛰어내렸다. 거리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사이, 잠시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 그녀가 짧게 나를 돌아봤다. 그러나 나는 뒤돌아본 그녀.. 연재종료코너/이준희사람세상 2011.06.02
Not Going Anywhere (1) 2009년/5월 내가 아는 선술집이 하나 있다. 여러 종류의 어묵과 정종을 파는 가게다. 밖에서 볼 때에는 여느 술집과 별반 다를 게 없지만, 한번이라도 가게에 가본 사람이라면 그 유별난 분위기를 잊지 못해 다시 찾게 된다. 그것은 주인의 유별난 성격 때문이기도 하다. 주인은 열고 싶을 때 가게를 열고,.. 연재종료코너/이준희사람세상 2011.06.02
어떤 크리스마스 이야기 (3) 2009년/4월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녀가 말을 꺼냈다. “그냥 같이 나가서 한 잔 해요. 크리스마스잖아요. 게다가 난 차비도 없다구요. 집에 가서 지갑을 가져 나올게요. 내가 술을 사면되지요.” 크리스마스…… 일 년에 하루 밖에 없는 날, 그래.. 연재종료코너/이준희사람세상 2011.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