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라병원

이명아명,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자신의 몸처럼 돌본다

병원매거진/제주의이야기 162

바다 위에 둥둥, 민중의 탑이 거기 있네

[제주의 건축자산을 찾아서] 방사탑 바다 위에 둥둥, 민중의 탑이 거기 있네    조천읍 신흥리에는 가슴 아픈 전설이 흐른다. 이곳 어르신들은 어린 시절부터 들어온 신흥리의 이야기를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들려준다. 현용준이 펴낸 제주도 전설>에도, 신흥리 誌에도 없는 옛 이야기다.   볼래낭 할망당  신흥마을이 생긴 뒤다. 이곳은 예전부터 왜구들이 들락날락했던 곳이다. 오죽하면 신흥리의 옛 이름이 왜포(倭浦)일까! 주민들은 풍족하지 못한 삶 때문에 바다에 나가 파래, 톳 등을 채취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어느 날 한 왜인이 멜을 거리러(멸치를 뜨러) 왔다가 박 씨를 겁탈하려 하자 박 씨는 도망치다 볼래낭 밑에서 죽고 만다.  주민들은 박 씨를 위해 그 자리에 당을 만들어 모시고 있다. 그곳이 ‘볼래낭 할..

아주 경제적이며 매력적인 중산간 건축물

[제주의 건축자산을 찾아서] 테시폰아주 경제적이며 매력적인 중산간 건축물    테시폰은 제주 땅을 지켜온 고(故) 맥그린치(한국명 임피제) 신부가 남긴 걸작이다. 1928년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맥그린치 신부는 1953년 4월 골롬반선교회 활동을 위해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1년 뒤인 1954년 4월에 낯선 제주 땅을 밟는다. 한림성당의 초대 신부로 발을 디디면서 제주와 뗄 수 없는 인연을 시작했다.    맥그린치의 혼 건축물 테시폰은 맥그린치의 혼 그 자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맥그린치의 혼을 담은 테시폰은 독특한 지붕을 지녔다. 지붕은 넘실거린다. 제주바다가 만드는 풍경도 그 지붕과 연결된다. 그러고 보니, 맥그린치 신부가 태어난 아일랜드와 제주의 풍경은 이질적이지 않다. 아일랜드의 대표적 풍광은 ..

[제주의 건축자산을 찾아서] <2> 고씨주택가치의 보존, 언론과 시민단체의 노력이 중요

[제주의 건축자산을 찾아서] 고씨주택 가치의 보존, 언론과 시민단체의 노력이 중요 사라지는 일은 아쉬움을 남긴다. 무언가에 기억을 지닌 이들이라면 더 그렇다. 그런 면에서 건축이라는 행위의 결과물인 건축물은 사라질 준비를 한다. 세우고, 고치고, 헐고, 다시 짓는…. 어찌 보면 건축은 ‘존재의 행위’이다. 헐리는 건축물과 가치 땅 위에 세우는 작업인 건축은 눈에 드러나는 작업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같은 땅이라고 해서 늘 같은 건축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의 건축물을 세운 뒤 고쳐 쓸 때까지는 같은 건축물이 존재하겠지만, 헐리고 하면 그 땅을 다른 건축물이 자리를 차지한다. 이때 우리는 고민을 한다. 헐 것인가, 말 것인가? 헐리는 건축물은 존재 가치를 다했다고 보면 된다. 시대 흐름에 맞지 않아서 운..

100년의 기억을 가지며 산다

[제주의 건축자산을 찾아서] 까망초가집 100년의 기억을 가지며 산다 순한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의 집도 순하다. 어쩌면 그리도 사람과 집이 닮았을까. 집이 사람을 닮은 이유는 있다. 손길이 있어서다. 얼마만큼의 손길을 줬을까? 수만 시간의 손때가 타고, 연속된 시간의 겹침이 집에 있다. 겹침은 누적이다. 할아버지가 있었고 할머니도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손길도 거기 있었다. 그들은 모두 떠나고 없는 자리에 그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다시 산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기억하고, 부모 세대를 기억하는 이들이다. 그들도 이제 부모 세대의 나이를 뛰어넘어 손자를 둔, 성성한 머리칼을 안고 산다. 얼굴에도 하나둘 세월의 수평선이 자리한다. 안덕면 화순리에 있는 까망초가집 띠가 아닌 까만 그물망을 얹었기에 까..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 저어새

저어새 Black-Faced Spoonbil (Platalea miner)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 저어새 천연기념물 지정 겨울이 다가오면서 철새들이 속속 제주를 찾고 있다. 저어새는 전 세계적으로 6종이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에서는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새 2종을 볼 수 있고, 각각 천연기념물 제205-1, 제205-2호로 지정하였다. 저어새는 생존 개체수 90% 이상이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번식한다. 번식지로는 1999년 7월 강화군 서도면 석도, 유도, 비도가 처음 알려졌는데 이후 2000년 7월 6일, 이곳을 포함한 강화도 갯벌과 저어새번식지가 천연기념물 제419호로 지정되었다. 8년째 제주를 찾은 H54 저어새는 겨울을 제주 하도리와 성산포를 비롯하여 대만, 홍콩, 일본 등지..

우리 곁의 좋은 공간환경도 건축자산에 포함도내 건축자산 1,932건, 제대로 알려지지 홍보 시급

[제주의 건축자산] 들어가며 우리 곁의 좋은 공간환경도 건축자산에 포함 도내 건축자산 1,932건, 제대로 알려지지 홍보 시급 건축자산 건축이 자산으로 인정받는 세상이다. 우리나라 법률이 그렇게 정하고 있다. 문제는 그걸 아는 사람들이 적다는 데 있다. 정부는 지난 2014년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서 건축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알리고 있다. 건축자산은 눈에 띄는 건축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건축물과 함께 공간환경도 건축자산에 포함되며, 공원이나 하천 등의 기반시설도 건축자산이 될 수 있다. 건축자산은 곧 ‘가치’ 건축자산의 가치는 돈으로 따지지 못할 정도로 크다. 그러나 그런 가치를 깨닫기도 전에 가치를 지닌 건축자산이 사라지곤 한다. 다행스럽게 제주도가 여느 시․도보다 빨리..

다양성이 부각되면서 지역성의 가치도 변하고 있다

다양성이 부각되면서 지역성의 가치도 변하고 있다 [나는 제주건축가다] 비앤케이건축 부희철 [건축가 부희철] 그는 미국의 건축도 접했다. 미국의 서부 개척을 떠올리게 만드는 콜로라도 덴버에서 유학했다. 건축은 둘러싸는 개념으로 ‘위요’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삼성혈이 위요감을 준다. 그렇다! 삼성혈은 포근함을 지녔다. 땅에서 솟아난 제주사람들은 삼성혈처럼 옴팡진 기운을 그들의 주거에도 표현했다. 강한 비바람을 이기는 하나는 비책으로 자신이 사는 집을 낮게 만들었다. 집 자체도 낮았지만 집 한 가운데를 차지하는 마당 역시 낮았다. 집을 세운 땅은 주변 땅보다 낮게 만듦으로써 비바람에 응했다. 그는 그런 땅을 좋아한다. ∎ 미국에서 배운 건축과 제주에서 실현해본 건축은 어떤 차이가 있나. 제일 큰 차이점은 ..

촌은 낮은 집들이 옹기종이 모여 앉아 풍경을 이뤄서 좋다.

촌은 낮은 집들이 옹기종이 모여 앉아 풍경을 이뤄서 좋다. [나는 제주건축가다] 네모건축 강경훈 [건축가 강경훈] 만족하며 사는 삶! 모두가 꿈꾸는 삶이다. 그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이 높아야 가능하다. 건축가 강경훈은 그가 하는 건축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그는 ‘재밌다’는 표현을 잘 쓴다. 그가 꿈꾸는 건축은 ‘좋은 건축’도 있지만, 그보다는 ‘잘된 건축’이다. ‘잘된 건축’은 건축가 입장에서 바라보는 느낌이 강한 건축이다. 건축가 스스로 만족을 담는 건축물이며, 아무래도 작품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건 사무실 이름에 담긴 ‘네모’에서 읽을 수 있다. 네모는 눈에 보이는 흔한 사각형이지만 그 사각형을 제대로 조합시켜 하나의 건축물을 만드는 작업! 그래서 건축이 재미있는가 보다. ∎ 건축은 예술작..

제주는 자연과 도시문화를 공유하며 활용할 수 있는 곳

[나는 제주건축가다] 사이건축 정익수 제주는 자연과 도시문화를 공유하며 활용할 수 있는 곳 건축가 정익수 제주시에서 나고 자랐다. 정확하게는 제주 시내 중심으로 불리던 ‘성안’에서 살았다. 지금은 원도심이라 불린다. 성안에서도 탑동 인근에 살던 기억이 또렷하다고 그는 말한다. 서귀포 친구들 사이에서는 ‘시에따이(시에 사는 아이)’로 불렸다. 요즘은 모든 곳이 시(市)로 불리지만, 예전에는 그렇게 불리는 지역이 한정되어 있었다. 사이건축의 ‘사이’는 말 그대로 ‘무엇과 무엇의 사이’를 말하는 그 단어이다. 건축주가 없으면 건축가에게 일이 없다. 건축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다. 당신과 나 사이, 공간과 공간의 사이도 마찬가지이다. 그가 ‘사이’를 내건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학창 시절 번호가 ..

한라산 산신제와 한라산의 유래 (上)

한라산 산신제와 한라산의 유래 (上) 문 영 택 (사)질토래비 이사장 ‘길 안내자’의 뜻인 제주어(濟州語) ‘질토래비’는 제주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는 사단법인의 이름이다. 5년 전 “돌하르방에게 길을 묻다!”라는 제목으로 세미나를 열면서 창립을 알린 질토래비에서는 ‘동성·돌하르방 길’을 도민과 함께 걸으며 첫 ‘역사문화 깃든 길’을 개장하였다. 지난 7월에는 창립 5주년을 맞아 ‘질토래비 총서 창간호’를 펴내기도 했다. 그동안 질토래비에서는 제주 도처의 역사문화가 깃든 길들을 개장하면서 관련된 소책자들을 펴내기도 했다. 또한 도내 일간지에 ‘질토래비 제주 역사 문화의 길을 열다.’라는 제목으로 187회를 연재해오고 있기도 하다. 이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한라산 정상에 올라 산신제를 올리기도 했다. 다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