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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섬 제주에 바렌보임을 초청하면 어떨까?

제주한라병원 2013. 12. 30. 15:37

평화의 섬 제주에 바렌보임을 초청하면 어떨까?

박원순 서울시장은 얼마 전에 미국의 영화 감독 우디 앨런(78)을 서울로 초청해 서울을 배경으로 한 영화 한편을 만들어보자는 의견을 사석에서 직원들과 논의했다고 합니다.


세계적인 영화 감독이며 시나리오 작가, 배우인 앨런은 지난 1997년 한국계 미국인 여배우로 35살아래인 순이 프레빈과 결혼해 화제가 됐습니다. 순이 프레빈은 세계적인 지휘자 앙드레 프레빈과 여배우 미아 패로우 사이의 양녀여서 박 시장은 순이 프레빈을 통해서라도 일이 성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앨런 감독은 3개월 전 만든 <블루 재스민>을 비롯해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한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미드나잇 인 파리>, <로마 위드 러브> 등 유럽 도시 시리즈를 만들어 히트 시키는 등 총 48편의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앨런의 영화는 로맨틱한 사랑과 일탈, 예술과 유머가 담겼으며 영화를 보고 나면 배경이 된 도시로 떠나고 싶은 강렬한 욕구를 느끼거나 과거 여행을 추억하게 해줍니다.


박 시장이 영화를 통해 ‘서울 세일’을 하는 것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거장에게 관(官) 주도의 영화를 만들도록 하는 게 가능할까 싶지만 우디 앨런은 이미 이런 방식으로 영화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찍을 예정이었지만 바르셀로나 시 당국이 200만 유로(29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나서자 시나리오를 고쳤습니다. <미드나잇 인 파리>와 <로마 위드 러브>도 파리와 로마 시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만들어진 영화들입니다.


잘 만든 영화 한편은 도시와 국가의 관광을 부흥시킵니다. 로마의 트레비 분수와 스페인광장 계단이 <로마의 휴일>로 세계적인 명소가 됐고,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뉴질랜드의 관광수입이 10% 이상 늘어났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11월 27일까지 제주를 찾은 국내외 관광객이 999만2522명(내국인 778만6653명·외국인 220만5869명)으로, 올해 1000만 명을 훨씬 넘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 수는 지난 1966년 10만 명을 넘어선 후 1983년 100만 명을, 2005년 5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급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하와이를 찾은 관광객이 799만8000명, 인도네시아 발리는 895만5000명, 오키나와는 583만6000명으로 집계돼 제주도에 비해 200만 명 이상 적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제주도의 올해 관광수입은 지난해 5조5293억 원보다 15.7%가량 많은 6조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이 액수는 2010년 말 기준으로 하와이의 수입 12조9000억 원, 오키나와의 13조2000억 원에 비해 훨씬 못 미칩니다. 하와이의 경우 관광객 체류 일정이 9박10일가량으로 제주도에 비해 두세 배로 많고, 오키나와도 일본 본토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관광수입이 우리보다 많습니다.


앞으로 단체관광객 중심에서 개별관광객 중심으로 업그레이드하고, 단기 체류에서 장기 휴양 개념으로 관광시설을 전환해야 한다 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2년전 세계7대자연경관에 도전, 성공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선정 과정에서 제주도는 전화통화 투표를 위해 행정전화비 예산 211억 원을 들인 것으로 밝혀져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행정은 있을 수 없다. 이런 사실이 세계에 알려지면 세계7대자연경관보다 더 유명한 8대 불가사의가 될 것”이라는 비아냥도 들었습니다.


제주가 평화의 땅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으면 세계적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71)을 초청하는 것이 경비도 절감되고 제주가 평화와 평등, 예술이 공존하는 지역임을 세계에 홍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바렌보임은 이스라엘 출신이지만 이스라엘과 적대적인 팔레스타인의 명예 시민증도 보유했고 UN 평화홍보대사입니다. 바렌보임은 2006년 4월엔 이스라엘 총리대행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일방주의 정책을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그는 이스라엘 건국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의 추방됐음을 상기시키면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이스라엘이 존재할 권리를 받아들이라고 요구할 수 없다. 다만 그들에게 이스라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바렌보임은 1999년 팔레스타인 출신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와 함께 이·팔 화합 증진을 목적으로 ‘웨스트 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를 창단했습니다. 2005년에는 중동의 가장 첨예한 대립지역인 팔레스타인 라말라에서 서동시집 오케스트라와 공연, 전 세계인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유대인인 그는 지난 2001년 텔아비브에서 ‘금기의 대상’인 빌헬름 리하르트 바그너의 가극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주곡을 연주해 이스라엘인들로부터 반발을 샀습니다. 바그너는 반유태주의자였기 때문에 유태인들이 반기를 든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바렌보임을 이단자로 비난했지만 2001년에는 이스라엘에서 제정한 울프상을 수여하면서 앙금을 풀었습니다. 울프상은 이스라엘이 노벨상에 필적하기 위해 1978년 제정한 상으로 세계적인 과학자와 예술가에게 주는 상입니다. 당시 시상식은 이스라엘 국회의사당에서 거행됐는데 일부 각료가 바렌보임을 반유태주의자라고 맹비난하기도 했지만 ‘유태인의 우수한 음악성을 널리 떨친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로 바렌보임을 선정한 것입니다.


바렌보임은 우리나라에 1984년 파리관현악단과 방한해 연주회를 가졌고 두 번째로 2008년 방문해 예술의 전당과 임진각에서 연주회를 열었습니다. 제주에서 바렌보임 연주와 한류스타의 공연을 더불어 한다면 관심이 증폭될 것입니다.


‘음악을 통해 갈등을 풀 수 없지만 물꼬는 틀 수 있다’ ‘자신을 꾸짖으며, 스스로에게 질문한다’고 말하는 바렌보임으로부터 우리는 상대방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지 않으면, 내편이 아니라며 덮어놓고 매도하는 우리의 현실정도 되돌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