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도카네와 인터넷…각양각색의 사람들
50년 전 고3시절 ‘몬도 카네’라는 외화를 보고 이 세상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몬도 카네’(이탈리아어 MONDO CANE)는 1962년 이탈리아의 갈리에로 자코페티와 파올로 카바라가 감독했던 다큐멘터리의 제목입니다.
한글로 의역한다면 ‘개 같은 세상’을 의미합니다. 세계의 미개 지역이나 문명사회를 가리지 않고 세계 각국의 기괴하고 엽기적인 풍습을 찾아내어 이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표현한 영화입니다.
아프리카 토인들이 행하는 기이한 행동, 유리 가루를 바른 나무조각으로 다리에 상처를 내며 거리를 뛰어다니는 이탈리아 한 마을의 풍습, 대만의 개고기 음식점, 엽기적인 음식을 파는 뉴욕의 레스토랑, 투우에 광적으로 몰입하는 포르투갈의 모습, 비행기의 잔해를 천국으로부터의 메시지로 믿는 원시부족 등을 소재로 했습니다.
1960년대 초에 한국에 수입되어 당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그 당시 기괴한 것이나 징그러운 것들을 ‘몬도가네 식’이라고 표현했던 것이 오늘날 ‘몬도가네’라는 단어의 어원이 되었습니다. 상당히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되었고, 흥행에 큰 성공을 거두어 1972년에 우리나라에 재상영되기도 했습니다.
‘몬도 카네’를 보고 이 세상에 여러 문화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1980년대 이후 컴퓨터, 인터넷 문화가 우리 주변에 자리잡으면서 각종 문화와 민족 외에도 같은 민족, 같은 문화를 공유하면서도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각양각색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한 가지 사건을 놓고도 여러 사람들의 사고방식-생각이 어떻게 다른지 본보기로 삼을만한 재미있는 기사를 소개합니다.
‘최소 69명이 사망한 케냐 나이로비 쇼핑몰 테러 사건 현장에서 마침 휴식 중이던 영국 SAS 대원이 마치 영화처럼 홀로 총격전을 벌여 100여명의 인명을 구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9월 23일(이하 현지시간) 영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건이 일어난 21일 웨스트게이트몰에서 이 SAS 대원은 커피를 마시며 휴식중이었으며 허리춤에 권총을 소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상의 이유로 얼굴과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이 대원은 당시 테러범들이 쇼핑몰에 들이닥치자 소지한 권총을 빼들고 총격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SAS대원은 무려 12차례나 건물 밖을 오가며 100여명이 넘는 인질들을 무사히 피신시키는데 성공했다.
SAS대원의 친구는 “그는 영웅적인 행동을 했다” 면서 “당신이라면 총격전이 벌어지는 건물 속으로 12차례나 들어갈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세계 특수부대의 원조격인 SAS(Special Air Service)는 영국의 육군공수특전단으로 영국언론은 이 대원이 정글 훈련 차 현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위의 사건은 지난 9월 21일 발생한 아프리카 케냐 웨스트게이트 쇼핑몰 테러 중 구조 순간을 담은 국내 신문의 보도 내용입니다. 소말리아 이슬람 반군인 알샤바브가 자신의 무장대원이라고 주장한 웨스트게이트 쇼핑몰 테러범 4명은 케냐 정부군 진압과정에서 모두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끔찍했던 이 사건의 한 인질 구출 순간을 알린 기사가 인터넷에 나가자 게시판에 많은 댓글이 올랐는데 내용이 다채로왔습니다.
“영국넘들이 부러워지네 세금내도 덜 아깝겄네.”<동현님>
“두어명 구해낸거면 운이 좋았다고 하겠지만 진입과 탈출을 반복하기란 여간한 훈련아니면 어려울텐데. 공포감을 극복해 가면서 한다는 게 쉬운게 아닌데.”<블렉러시안님>
“최고다 영국 SAS”<지랄공주님>
“멋지다 멋져!”<바람돌이님>
“대박이다. 본인의 임무에 충실한 진정한 군인이네.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 마지막 용기일텐데 참 대단하네요. 슈퍼히어로”<이샵님>
이런 일반적인 감상을 적은 댓글이 많았지만 기발한 내용도 있어 웃어야할지, 그냥 념겨야할지 생각하게 만든 내용도 제법 많았습니다.
“선진국 특수부대 군인이 다르긴 다르구나. 우리나라 국정원 월급쟁이는 댓글 달기는 세계 1등일꺼다”<필립님>
“영국의 SAS 요원은 100명을 구했고 한국의 국정원은 두당 100여명의 계정…그네와 귀태들을 구했다”<change 친구님>
“우리 조선에도 늠름한 국정원 사나이들이 있다”<HAHAHA님>
“국정원에 맡기지. 인터넷 댓글로 인질 구할 수 있는데. 국정원 댓글로 대통령도 만들어”<김민님>
컴퓨터-인터넷 문화는 인류 역사상 커다란 혁명을 가져와 그동안 접하기 어려웠던 인류의 지식과 정보를 빠르게 찾아볼 수 있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과 사람들을 가깝게 만들었습니다. 창조작업에 엄청남 잠재력을 갖춘 인터넷 문화를 잘 사용하면 놀랄만한 인류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 문화는 정보의 홍수를 만들어 이것을 제대로 사용하고 관리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수준이 달라 비뚤어진 방향으로 갈 수 있고 누리꾼들의 댓글에는 욕설, 비방, 헐뜯는 소리, 남을 무시하는 발언이 넘쳐나 컴퓨터-인터넷 문화를 천박한 문화라고 깎아내리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몬도 카네’를 인터넷을 통해 이제는 웬만한 사람들은 대충이나마 알고 됐지만 천박한 문화로 폄하는 일이 사라지길 바랍니다. 인터넷이 남을 비방하거나 사생활을 침해한다든지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는 제발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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