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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아명,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자신의 몸처럼 돌본다

연재종료코너/천일평칼럼

기부 문화가 활성화됐으면

제주한라병원 2013. 8. 28. 09:09

기부 문화가 활성화됐으면

 

15년 전에 필자는 교회에 갔다가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 강사의 강의를 듣고 사후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래서 제 주민등록증에는 작은 마크 두 개가 붙여졌습니다. 장기기증과 각막기증 표시입니다. 그런데 그후 장기기증이 여러모로 까다롭고 번거럽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와 “내가 괜히 했나?”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우선 우리나라에선 당사자가 생전에 기증 약속을 했더라도 사후에 가족이 반대하면 기증할 수 없다. 게다가 우리는 뇌사자 판정에서 수혜자 선정과 병원 지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국립장기이식관리기관에서 총괄하다 보니 이식의 효율성과 기증의 자발성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위와 같은 절차(뇌사자 판정, 수혜자 선정, 수혜병원 지정 과정)를 거치려면, 가족들의 장례식 절차가 길어지거나 복잡해지므로 유족들은 훨씬 더 고통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장기기증 문화가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한참 뒤떨어져 있습니다.


정형외과 의사인 유명철 한국인체조직기증재단 이사장은 최근 한국일보 기고문에서
“많은 중증환자와 장애인들이 누군가가 사후에 기증한 뼈를 이식 받고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 세상이 됐으나 문제는 우리 국민들의 의식과 제도이다. 기증문화도, 법도 의학기술 속도를 못 따라잡는 모양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유명철 이사장은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아직도 수입산 뼈를 쓰고 있는 실정이다. 뼈뿐 아니라 피부, 연골, 인대 등 수많은 조직 이식이 필요한 수술이 점점 늘고 있는데 반해 턱없이 부족한 국내 기증 현실로 인해 필요한 인체조직의 76%가 수입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 이사장은 “조직기증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첫 번째는 국가 차원에서 법에 근거해 기증과 이식을 아우르는 수준 높은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현재 인체조직 관련법은 단순히 이식재의 안전관리 수준에 머물러 있어 법 개정이 시급하다. 두 번째는 민관이 협력해 다양한 홍보활동을 통해 국민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다. 여기에도 법을 통한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시스템이 마련되면 인식은 더 빨리 확산되기 마련이다”고 제안했습니다.


최근 국회가 인체조직 관련법 전면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인체조직이 혈액이나 장기처럼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공공재가 된다면 궁극적으로 기증문화가 활성화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장애의 불편함 없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8월 9일 롯데의 신진 내야수 신본기(24)의 기부 선행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는 훈훈한 소식이 보도됐습니다. 억대 연봉이 수두룩한 프로야구에서 연봉 3000만원으로 저액 연봉에 해당하는 그는 지금까지 바깥에 알려진 기부활동만 세 차례입니다. 지난해 롯데 입단 계약금으로 받은 1억2000만원 중 10%에 달하는 1200만원을 모교인 동아대에 쾌척하고 500만원 상당의 제빙기도 구입해 기부했습니다. 이어 올 5월 다시 500만원을 동아대 발전기금으로 기증했으며, 번트왕에 뽑혀 받은 200만원의 상금 전액을 모교인 부산 감천초등학교에 또 기부하기로 약속한 것입니다.  


‘기부천사’로 알려진 가수 김장훈(48)은 그동안 110억원 상당을 기부하면서도 월 120만 원짜리 월세방에서 살고 있어 더욱 화제에 올랐습니다.


프로야구계에서는 신본기의 경남고 7년 선배인 이대호(31)가 예전부터 기부천사로 유명합니다. 이대호는 성금이나 물품을 전달할 뿐아니라 독거노인들을 위해 직접 연탄을 나눠주고 양로원을 방문해 치매 노인들을 대상으로 목욕 봉사에 나서기를 7년 전부터 하고 있습니다. 그가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이유는 돌아가신 할머니에게 못다 한 효도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해 초 일본 오릭스구단에 입단하고 나서도 그는 자신이 날린 홈런 수만큼 부산 지역의 어린이들을 일본 여행을 시켜주고 있습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0.59%(종교헌금 제외), 1.68%(종교헌금 포함)를 기부하는 우리나라와 4배 가량 많은 2.56%를 기부하는 미국은 기부 문화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미국에 노벨상이 많은 이유도 공익 단체들의 기부금이 각종 연구를 지원하고, 봉사단체 후원금이 세계 평화와 안전을 위해 쓰이기 때문입니다.


세계에서 3번째로 부자인 워렌 버핏(83)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은 재산이 약 580억 달러(64조원)로 현금 보유는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는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기부가 낫다는 소신으로 친구인 빌 게이츠의 재단에 재산의 85%인 370억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2007년에는 21억 달러 상당의 주식을 자선단체에 기부하였으며, 빌 게이츠와 함께 전 세계의 부자들을 만나 기부를 권유하는 등 기부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워렌 버핏 회장의 둘째 아들인 피터 버핏이 기부를 비판하는 칼럼을 써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는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노보 재단을 세우고 아내와 함께 폭력과 빈곤차별에 시달리는 여성의 자립을 위한 사업을 하고 음악가의 길을 걸으며 영화 ‘늑대와 춤을’ 사운드트랙의 작곡을 맡기도 했습니다.


그는 뉴욕 타임스에 “기부가 세계의 불평등과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실패했으며 부자들은 그들의 부에 대해 만족하게 만드는 데만 기여했다”는 글을 썼습니다. 그는 사회 불평등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이 기부를 하는 것은 모순이며 기부가 빈부의 차이를 해결하는데 실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기부 옹호론자들은 그의 주장에 반박하면서 기부자들의 동기를 공격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며 기부를 덜하는 게 해결책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우리 사회에서도 기부금 운영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제대로 기부금이 운영되지 않고 비리가 있으며 무조건 기부금을 바라고 손을 내미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견해입니다. 어쨌든 기부는 아름다운 선행입니다.


 남에게 베푸는 것은 남을 도울 뿐아니라 자신의 삶도 넉넉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