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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뜨는 아름다운 해변의 촌락, 월정리

제주한라병원 2012. 7. 6. 10:34

2011년/10월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달이 뜨는 아름다운 해변의 촌락, 월정리

 

 

자동차를 타고 제주시에서 서쪽방향으로 35분 나가면 나타나는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는 행원리와 한동리의 경계가 되는 동북부의 조그마한 마을이다. 진성기 제주민속박물관장이 쓴 ‘남국의 지명유래’에 의하면 월정리는 300년 전에 무주(武州)라고 불렸다. 그러다가 1856년께 원봉 선생(元峯 先生)이 바다에서 바라보면 마을이 선명한 반월형으로 보인다고 해서 월정리(月汀里)로 호칭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부락창촌은 월정리 서쪽 해안 생활용수가 풍부한 송포(松浦)에 제주도지사를 지낸 고 김인홍(金人洪)씨 선조와 김해 김씨가 정착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원봉 선생은 제자들에게 대한 교육은 물론이고 지역주민에 대한 생활개선과 정신적 측면에서 많은 영향을 끼쳤던 인물로, 마을에서는 월정리 전 정류소 동북쪽에 유적단비를 건립해 그를 기리고 있다.


월정리의 총 면적은 660여 ㏊로, 이 가운데 경작지는 230여 ㏊, 나머지는 임야지와 잡종지다. 마을의 북쪽은 바다와 인접한 해변 마을이다. 지리적으로는 인근마을인 행원리와 마찬가지로 동(평대), 서(김녕)해안이 북쪽으로 튀어나온 반면 월정리 해안은 안쪽(남쪽)으로 들어가 있어서 포구가 형성되기 좋은 지형을 갖췄다. 그런 이유로 일제시대 때부터 월정항이 구축됐다.

300여 세대, 800여 명이 살고 있는 월정리에서는 마늘과 양파, 파 등이 주로 재배되고 있지만 동서 해안가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면서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월정리는 설촌 때부터 해방 직후까지 멸치 어장의 최적지로 이름났었다. 당시 일본인들은 월정 어장을 측량하고, 사유화를 추진할 정도였다. 다행히 박성일(朴聖一)이라는 사람이 이 사실을 알고  저지했고, 지역 주민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1916년 월정리 어업조합을 설립, 경제권과 생활권을 유지했었다.


월정리 어촌계원 175명 가운데 80여 명이 해녀다. 과거 월정리 앞 바다에서 생산되는 해산물은 구좌읍 관내에서 하도, 김녕, 행원 다음으로 많았다. 지금도 ‘베롱개 신당한집’과  무교식 요왕맞이를 하는 큰당, 일주도로 위 남쪽 벌판의 ‘서당머체’ 등 해녀공동체 문화를 엿볼 수 있는 흔적들이 남아 전해지고 있다.

또, 이 마을 역시 반농반어 마을이기 때문에 요즘처럼 농사일이 바쁠 때면 ‘만선’을 희망을 꿈꾸며  달콤한 휴식에 빠진 어선들이 정박해 있는 평화로운 포구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포구 오른쪽으로는 고요하고 아늑한 해변이 반긴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함께 소박하게 펼쳐진 백사장은 광활한 백사장이 주는 시원함과 다른 편안함을 준다. 정식 해수욕장은 아니지만 해안도로를 따라 지나는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요즘은 꾹꾹 발도장을 찍어 가는 사람들도 늘었다.


밤의 운치도 낮 풍경 못지않다. ‘달 머무는 마을’이라는 이름이 괜히 붙여진 것이 아니다. 달이 차오르면 아득한 바다는 더욱 깊은 여운을 선물한다. 달이 뜨기 시작할 때 바다에 드리운 달빛을 보려고 기다린다면 낭패를 보기 쉽다. 늦은 밤이나 돼야 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월정리 포구 앞에 고소한 커피향이 좋은 카페도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월정리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당처물 동굴이다. 1995년 7월 농경지 정리를 하던 도중에 발견된 당처물 동굴은 천연기념물 제384호로 지정돼 있다. 지표아래 약 3m에 발달된 화산활동에 의해 생성된 당처물 동굴은 길이 110m, 폭 5∼15m, 높이가 1.5∼2.5m.로서 비교적 규모가 작은 동굴이지만 학술적 가치가 경관에 있어서는 매우 귀중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문화재로 지정, 보호받고 있다. 동굴의 생성연대는 북제주군 구좌읍 김녕리에 있는 만장굴, 김녕굴과 생성을 같이한 것으로서 32만 년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승령 이장은 “최근 몇 년 사이 월정리를 찾아오는 하이킹족을 비롯한 관광객들이 많이 늘었다”면서 “지난해부터는 스마트그리드 시범사업 마을로 요금이 싼 시간대에 전기를 사용하고 전력을 저장했다가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돼 앞으로는 청정 그린마을로도 시선을 끌어 모으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