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8월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평안한 부자마을, 김녕리
# 에메랄드빛 바다 위 ‘요트 궁전’
‘이렇게 투명할 수는 없다.’
여름 피서지로 인기몰이를 했던 곳 중 한곳이 제주시 구좌읍 김녕성세기해변이다. ‘해수욕장’이란 명칭이 여름 이미지만 강조돼 사계절 이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올해부터 해변으로 바뀌면서 ‘김녕성세기해변’이라고 명명되고 있는 과거의 김녕해수욕장. 이곳이 제주도민은 물론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인기몰이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요트에 있다.
시리도록 푸른 바다 위를 바람이 이끄는 대로 미끄러지는 요트를 보고 있으면 마치 외국에 나와 있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물론 제주 특유의 에메랄드빛 바다와 깊지 않은 수심, 눈이 부실 정도로 새하얀 모래, 투명하게 맑은 물 역시 김녕성세기해변이 주는 매력이다. 지난해 김녕포구 훈련장에는 마리나와 요트관련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요트를 인기 레저스포츠로 육성하기 위한 제주국제요트학교가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요트이론 및 실기교육, 체험, 요트조종 면허관련 교육, 초․중등 요트팀 지원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 ‘바다밭’ 일구는 해녀들의 마을
2000~3000년 전 설촌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제주시 동쪽 약 22㎞떨어진 해안가에 위치한 김녕리는 바다와 인연이 깊은 곳이다. '바다밭'을 일구며 생계를 잇고 자녀들을 장성시키며 한평생을 보낸 해녀가 많아서 ‘해녀마을’이라고 불리는 곳도 바로 김녕이다. 지금도 어렸을 때 어머니가 물질해서 돈 버는 것을 보고 자연스럽게 물질을 시작해 30년 넘게 해녀를 하고 있는 40대부터 백발이 성성한 80대 해녀도 있다. 해녀의 많은 숫자처럼 마을 안에는 해녀문화를 엿볼 수 있는 성세기당, 큰당, 궤내깃당 등 매년 해녀들이 큰 제사를 드리는 당이 마을 구석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최근 해안가 마을 노인들이 장수를 한다는 통계조사 결과도 있었지만 김녕리도 건강장수마을로도 유명하다. 김녕리에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아왔기 때문에 장수 노인도 많을 수밖에 없다.
이곳 김녕리에는 속칭 ‘왕궤’라는 곳이 있어 혈거유적지라하고, 남흘동 남쪽 2㎞ 지점에 있는 '삭싯골'도 오래 전부터 사람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단서다. 고려말 양천 허씨가 이곳에 들어와 살았다고는 하지만 특별히 언제부터 어떤 성씨의 사람들이 들어와 살았는지 확실하지는 않다. 다만 고려시대에 김녕현이 있던 것으로 미루어 일찍부터 사람이 들어와 마을이 형성된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그러다가 1914년 일제강점기의 행정구역 폐합 때 김녕리 동쪽은 동김녕리, 서쪽은 서김녕리로 분리돼 주민 간의 갈등이 야기돼 왔지만 1999년 7월 11일 주민투표로 마을을 다시 합치게 됐다. 비로소 2000년 1월 1일 동김녕리와 서김녕리가 다시 ‘김녕리’로 하나됨으로써 김녕리가 구좌읍의 제일 큰 마을이 됐다. ‘부(富)하고 평안(平安)한 마을’이라는 뜻이 제대로 이행돼 지난해 말 기준 김녕리에는 1148가구, 3600여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 천혜의 자연환경은 ‘神이 준 선물’
또 김녕리는 천혜의 자연환경으로도 유명하다. 길이 8928m로 세계 최장 용암동굴인 만장굴과 길이 745m 김녕사굴 등 천연 동굴이 땅속을 흐른다. 게웃샘물, 성세기물, 청굴물, 신수물, 영등물 등 사계절 마르지 않는 용천수가 마을 곳곳에서 뿜어져 나온다. 현무암이 흘러 너른 평지가 된 빌레, 마그마 거품이 그대로 굳은 병풍머를, 썰물 때만 자태를 드러내는 두럭산, 액운을 막기 위해 육지와 연결된 목지코지 등 해안선을 따라가며 만나는 이국적인 풍경은 마음을 사로잡는다.
마을 어귀에서 만난 김모 할머니는 “김녕에서 나서 나이 아흔이 다되도록 김녕을 떠나 본 적이 없다”면서 “김녕사굴 등 다양한 전설이 내려오는 것처럼 수시로 마을 당에 가서 가족과 마을의 안녕을 빌면서 살아왔고 조상들에게 그런 뜻이 받아들여져 지금까지 무탈하게 살고 있는 것 같다”며 빙그레 웃었다.
'연재종료코너 > 제주의건강마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이 뜨는 아름다운 해변의 촌락, 월정리 (0) | 2012.07.06 |
---|---|
과거․현재․미래가 공존하는 녹색어촌마을 (0) | 2012.07.06 |
7가지의 즐거움이 있다! (0) | 2012.07.06 |
불굴의 도전정신 故 오희준의 고향, 한라산 정기를 이어받다 (0) | 2012.07.05 |
신성한 오름을 닮은 곳, 세계가 주목한다 (0) | 2012.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