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라병원

이명아명,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자신의 몸처럼 돌본다

연재종료코너/제주의건강마을

신성한 오름을 닮은 곳, 세계가 주목한다

제주한라병원 2012. 7. 5. 13:15

2011년 / 2월

남원읍 수망리
신성한 오름을 닮은 곳, 세계가 주목한다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밥을 해 먹고, 음식을 조리할 때에 생긴 뜨끈한 기운으로 아랫목을 달궈 추운 겨울을 나던 때가 있었다. 먼 거리를 이동할 때도 걸어가거나 말을 타고 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던 때. 자동차의 개발, 과학과 통신기술의 발달은 인간사회에 많은 편리를 가져다 줬지만, 그 생활의 편리는 자연의 훼손을 담보로 한 위험한 행위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 들어 잦아지고 있는 기상이온이 대표적이다. 이제 세계가 화학석탄 대체 에너지 개발과 저탄소 녹색성장을 함께 말하고 있다.
내년 9월 제주에서는 환경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세계자연보전총회(World Conservation Congress.WCC)가 열릴 예정이다. 자연보전분야 세계최대 단체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자연보전, 생물다양성, 기후변화 등을 논의하기 위해 4년마다 개최하는 이 회의에는 정부기관, NGO, 전문가 등 180개국 1,200여 개 단체가 참여한다. 이 대규모 회의를 앞두고 제주도의 자연환경에 대한 국내외 관심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2010년 세계지질공원 인증으로 유네스코(UNESCO) 자연과학분야 3관왕을 달성한 유일한 지역이라는 점이 환경리더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WCC에서는 람사르습지와 지역의 발전방안을 고민하는 토론의 장도 마련되기 때문에 2007년 우리나라에서 5번째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물영아리 오름과 소재지인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도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 정상 화구호에 물에 있는 신성한 산


물영아리 오름에는 멸종위기종 2급인 물장군과 맹꽁이를 비롯하여 물여귀 등 210종의 습지식물과 47종의 곤충, 8종의 양서류와 파충류 등 다양한 생물군이 서식한다. 보전 가치가 뛰어나 2000년 12월에는 습지보전법에 따라 환경부가 지정하는 습지보호지역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소재한 물영아리 오름은 이제 수망리의 대표적인 자랑거리다.


물영아리 오름은 ‘산 정상 화구호에 물이 있는 신성한 산’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화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물영아리 오름의 정상엔 지름 220m의 분화구에 물이 고여 있는데, 이 물은 오로지 빗물에 의해서만 수원이 확보된다.

 

남원읍 관내 마을 중에 지리적으로 가장 높은 중산간 마을인 수망리에는 이 물영아리 오름에 대한 전설이 내려온다. 방목 중 소를 잃어버린 목동이 숲으로 골짜기로 찾아 헤매다 이 오름 위까지 오게 되었다. 소는 보이지 않고 기진맥진 쓰러져 잠에 빠졌는데 백발 노인이 나타나 “상심치 말아라. 돌아가 다시 부지런히 소를 치도록 하여라. 앞으로는 소들이 물을 찾아 헤매는 일이 없으리라”고 사라졌다. 목동이 꿈에서 깨자 갑자기 어두워지고 천둥번개가 치며 비가 쏟아지는데 이상하게 옷이 하나도 젖지를 않는다. 순간 하늘이 갈라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괴상한 불빛이 번쩍이면서 목동은 까무라쳤다. 거짓말 같이 화창한 아침이 왔다. 눈앞에 난데없는 큰 못이 출렁거리고 못가엔 소 한 마리가 풀을 뜯고 있었다. 그리고 그 후에는 아무리 심한 가뭄이 들더라도 이 오름 꼭대기에는 물이 마르지 않아 소들은 목장에 물이 말라 버리면 이 오름으로 올라간다고 한다.

 

# 청정하고 전망좋은 곳으로 관광객 발길 이어져


 

최근에는 수망리 일대 야산에서 자라는 고사리가 ‘물영아리’라는 브랜드로 국내 소비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축산과 감귤농업이 주업인 이 마을 사람들에게 ‘물영아리’ 오름은 새로운 소득원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물영아리 오름을 찾는 오름동호회와 관광객들의 발길이 부쩍 늘면서 조용한 작은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130여 세대, 400여 명이 살고 있는 고즈넉한 수망리.


이 마을에 관한 확실한 고증은 없지만 구전에 의하면 지금부터 약 530년 전 경주김씨가 이 부락의 속칭 ‘동백나무밭’에 정착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수망리는 처음에는 ‘물우라마을(물을 위한다는 뜻)’이라고 불리다가 1915년 서중면(西中面)에 예속되면서 마을 이름이 수영악의 수(水)자를 따서 수망리(水望里)로 개칭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는데,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어 전망이 좋다는 이유로 수망리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견해가 많다. 또 어떤 이는 수영악이 용줄기를 타고 설촌됐다고 해서 수망리라 불리워진다고도 한다. 이것을 입증할 만한 것으로는 처음 정착한 곳으로 알려진 ‘동백나무밭’에서 지금도 옛날 기와조각 등이 발견되는 등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있지만 왜 수망리로 마을 이름을 정했느냐에 대한 확실한 대답은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물영아리 오름’ 명물을 통해 수망리가 지금보다 더 청정하고 의미있는 ‘건강마을’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