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6
<약이 되는 약 이야기-약의 역사와 개발>
엄격한 임상시험 거쳐 효과성․안전성 검증후 시판
통계에 따르면 불과 100년 만에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50세 이상 증가하였습니다.
평균수명이 늘어난 데에는 의술의 발달과 함께 새로운 약의 개발이 큰 공헌을 해왔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약을 사용하기 시작한 정확한 시대는 알 수 없으나 각종 식물을 식용으로 사용하다 보니 어떤 것은 먹으면 독초가 되고 어떤 것은 약초가 된다는 것을 터득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서양에서는 약 4,000년 전 수메르인들의 점토판이나 기원전 1550년대의 이집트인들의 파피루스에 기록되어 있으며, 동양에서는 기원전 250년대의 ‘신농본초경’에 약용식물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근대 약학은 18세기 후반에 시작된 산업혁명 이후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태동되었으며 19세기 제르튀르너(Serturner)가 아편에서 진통 성분인 ‘모르핀’을 분리해 내면서 생약에서 필요한 성분만을 추출해 약으로 개발해 내는 획기적인 진전을 가져왔습니다. 이때부터 신약 개발이 본격화되어 각 나라의 제약회사에서는 신약 출품으로 막대한 이익을 내게 되었는데 이때만 해도 약이 귀하기 때문에 약의 안전성보다는 효과를 더 중요시해서 어느 정도의 부작용은 감수하는 분위기였고 국가에서도 허가를 쉽게 내주었습니다. 그러나 1957년 독일의 한 회사에서 개발한 수면제 ‘탈리도마이드’를 임신부들이 임신구토(입덧)에 효과가 좋아 많이 복용했는데, 복용 후 팔과 다리가 없어지고 손이 어깨에 붙는 기형아를 낳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독일에서는 5,000명 이상, 영국에서도 500명 이상의 기형아가 출산되자 세상은 충격에 휩싸이게 되었습니다. 이후 신약을 개발할 때에는 효과의 입증 외에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어야만 했고 임산부의 약물복용에 대한 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신약을 개발하는 일이 무척 어려운 일이 된 것입니다.
근래 개발되는 신약의 탄생과정을 보게 되면 연구실에서 합성된 수만 가지의 화합물 중에서 약으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 이하로 성공률이 낮고 10~15년 정도의 연구기간이 소요되는 것도 문제지만 비용측면에서도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또한 연구하기에 충분한 시설과 우수한 인력을 확보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겨우 선별된 신약후보 물질도 모두 상품화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전(前)임상단계’와 ‘임상시험’을 거쳐 효과와 안전성측면에서 문제가 없을 때에만 상품화되는 것입니다.
전임상단계란 개발된 신약후보물질을 동물에게 투여하여 안전성 및 효능을 평가하는 단계입니다. 이 이후에 임상시험이 실시되는데 임상시험은 다시 1상, 2상, 3상 그리고 4상으로 나뉘게 됩니다.
제1상 임상시험
소수(20~80명)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안전성을 검토하여 약의 용량을 확인하고 가능한 경우 약효까지도 검토합니다. 약물을 투여해 약물의 어느 농도에서 부작용이 일어나는지와 부작용의 정도를 측정하는 것입니다.
제2상 임상시험
1상에서의 결과를 토대로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는 농도 이하에서 약을 얼마나 투여해야 가장 좋은 치료효과를 나타내는지 시험하는 단계입니다. 즉 제한된 수의 환자(100~200명)를 대상으로 약리효과를 확인하고 적정 용량의 범위 및 용법을 평가하게 됩니다.
제3상 임상시험
다수의 환자(수백명)들을 대상으로 하여 약의 효능을 최종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로 적응대상 질환에 대해 효능자료 등을 수집하고 통계적인 검증을 하게 됩니다
제4상 임상시험
신약이 시판 사용된 후 장기간의 사용에 따른 효능과 안전성에 관한 사항을 평가하기 위한 시판후 조사(PMS; post-marketing surveillance)입니다.
그러나 일부 신약물질들은 1상이나 2상 임상시험만 마치고도 허가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AIDS(후천성면역결핍증) 치료제의 경우는 질환의 위독성을 감안해 1상 임상시험만 마치고도 판매를 허가한 경우가 있으며, 기적의 항암제로 화제가 되고 있는 글리벡도 2상 임상시험 이후에 판매가 허가되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통해서 탄생된 신약은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있지만 약을 개발한 제약회사에도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또한 이 약이 전 세계로 수출되면서 국가 경제에도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비아그라’라는 발기부전 치료제를 개발한 화이자는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다음 해에 이 품목만으로 10억달러(1조 3천억원)의 엄청난 매출을 올렸을 정도입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다수의 제약회사들이 신약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정부에서도 연구비를 지원하는 등 신약개발의 막대한 이익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국내 1호 신약으로는 위암 치료제인 SK의 선플라 주사가 있고, 그 외에도 LG의 팩티브정(항생제), 일양의 놀텍정(위궤양 치료제), 신풍제약의 피라맥스(말라리아 치료제)등이 있으며 2011년 8월 현재 17호 신약까지 개발되었습니다.
아직 신약개발 연구의 역사가 짧고 연구비도 선진국과 비교해 적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전 세계적인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어, 국내에서도 ‘글리벡’이나 ‘비아그라'와 같은 블럭버스터급 약물의 탄생을 기대해 봅니다.
[출처] 약의 역사와 개발. 네이버 카페 푸른 심장. 한국신약개발 연구조합
<주임약사 유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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