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7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돌담에 연꽃이 더해져 즐거운 마을
바람 많은 제주에는 돌도 많다.
세찬 바람에 날리는 것을 막아줄 만한 것으론 묵직한 돌만한 것이 없었다. 마침 돌이 많았기에 독특한 돌문화가 형성된 것도 사실이다.
돌문화 가운데서도 쓰임새와 목적에 따라 이름도 다양한 돌담이 이채롭다.
조선시대 읍성과 군 주둔지에 쌓던 ‘성담’, 소와 말을 키우던 목장 울타리 ‘잣성’, 왜구를 막을 때 활용하던 해안가 ‘환해장성’, 묘의 둘레에 쌓아놓은 ‘산담’.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을 때도 돌담이 활용됐다. 밀물이 들어왔을 때 고기를 가둬두는 ‘원담’ 또한 돌담의 한 종류다.
그런 돌담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선인들의 생활상이 선하게 그려진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이었을 유쾌한 상상은 정겨움으로 다가온다.
# 거무튀튀한 곰보의 매력, ‘돌담’이 정겹다
현대 들어 정겨운 돌담 대신 시멘트 담벼락의 등장이 잦아지고 있지만 그래도 시골의 소박하고 정겨운 모습이 여전한 곳,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는 그렇게 지나가는 이들의 발길을 잡아끈다.
고려시대부터 화전민들이 모여 살았다는 하가리. 이곳은 처음에 가락리로 불리다가 조선조 세종 30년(1448년) 상가락, 하가락으로 나뉘어 불리면서 지금의 하가리로 명명됐다.
160여 가구, 450여명의 주민이 모여 사는 이 마을은 제주시 서남쪽 19㎞지점에 위치한 곳으로 마을을 중심으로 남쪽으로는 감귤과수원과 양배추 생산단지가 바다를 향해 펼쳐져 있어 농업을 주생활로 하고 있는 이 마을의 생활모습을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아름다운 돌담도 유명하지만, 하가리에는 유명한 것이 또 하나 있다.
사면이 바다인 제주에서 가장 크다는 연못, 연화지(蓮花池)다. 제주 제1의 봉천수로 넓이만 1만2474㎡로 여름만 되면 연꽃과 수련이 연못을 가득 메운다.
연화지와 관련해서는 충성심 깊은 ‘뚝할망’ 전설도 내려온다.
연화지는 고려조 25년 충렬왕(1275~1309) 당시 야적들의 집터였다. 야적들이 연못 한가운데 고래등 같은 기와집을 짓고 작은 못 샛물통에는 작은 초막을 지어 살면서 마을 사람들을 농락하고 재물을 약탈했다. 그러던 중 신임판관이 초도순시를 하며 이곳을 지난다는 정보를 입수한 야적들은 판관 일행을 습격할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이 음모를 미리 알았던 이 마을 ‘뚝할망’은 관가에 가서 이를 알렸고, 야적들의 음모는 수포로 돌아갔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뚝할망’은 야적들을 소탕하는 과정에서 야적들의 칼에 맞아 죽었다.
관가에서는 ‘뚝할망’의 충정심을 높이 기려 벼슬을 내리고 제주향교의 제신으로 받들게 했다. 이후 움푹 패인 야적의 집터는 소와 말에게 물을 먹이는 못으로 활용됐고, 17세기 중엽 대대적인 수리공사를 통해 지금의 연못 틀이 완성됐다. 연꽃은 19세기 중엽 한응호 제주목사 당시 연꽃이 심어지고 가꿔지기 시작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제주에서 가장 큰 연못인 연화지. 여름이면 연꽃으로 가득하다.
# 소박함 속에 더욱 빛나는 우아한 ‘연꽃우물’
‘연꽃 연못’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곳 연화지의 연꽃 핀 풍경은 장관 중 장관이다.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 연잎에 ‘또르르’ 굴러 떨어지는 빗물이 예쁘고, 연꽃이 활짝 핀 풍경은 더욱 더 멋지다. 연분홍빛 우아한 연꽃의 자태는 7월에 드디어 빛을 발한다.
정겹고 소담한 제주 돌담과 아름다운 ‘연꽃연못’은 전형적인 농촌마을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전국에서 제일 공기가 맑은 청정지역으로서 오염되지 않은 원시 그대로의 자연환경을 간직한 곳. 아직까지 농업이 주산업이기는 하지만 ‘제주다움’을 찾아다니는 여행객과 연화지의 아름다움을 전해들은 도민과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 일이 빈번해졌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몇 해 전부터 마을 사람들은 마을가꾸기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멘트 울타리를 옛 돌담으로 개선하고, 제주전통 돌담 올렛길을 복원하기 시작했다.
연화지 화단을 정비하고 주민과 관광객들이 편안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데크시설도 마련했다.
그런 노력이 빛을 발해 지난 2009년에는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참살기 좋은 마을 가꾸기 사업평가’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기분 좋은 결실들은 마을의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구를 자꾸만 키워간다. 자신 있게 마을을 소개하고 만족해하는 사람들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 그런 하가리 주민들 때문에 마을은 더욱 아름다워질 수밖에 없다. 그 정겨운 아름다움에 심취해 어느덧 마음엔 평정이 찾아온다.
'더하다'는 '가(加)'와 '즐겁다'는 '락(樂)'이 합쳐져 '즐거움을 더하는 곳' 이라는 의미를 간직한 하가리. 마음이 즐겁고 편안한데 어찌 그것을 따르는 몸이 건강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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