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 6월
1만8000 神들의 고향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1만8000 신들의 고향, 제주.
그 가운데서도 제주시 구좌읍의 중산간 마을로, 약 900년 전에 설촌된 송당리는 제주도 무형문화재 제5호인 본향당(금백조신당) 당굿이 계승되는 민간신앙상 특별한 의미가 있는 마을이다.
# 당신의 원조, 소로소천국과 백주또가 좌정하다
제주도 무속당본풀이에는 한라산에서 솟아난 수렵과 목축을 관장하는 남신 ‘소로소천국’과 서울 남산 송악산에서 태어나 오곡종자를 가지고 입도한 산육과 농경의 여신 ‘백주또’가 결혼해 아들 18명, 딸 28명을 낳고, 그 자손들이 또 번창해 도내 368개 마을의 당신으로 좌정해 있다고 전해진다.
당신(堂神)의 원조인 소로소천국과 백주또는 제주시 구좌읍 ‘웃송당’과 ‘알송당’에 각각 좌정해 있다.
그리고 이 당신을 모시는 곳이 송당리 본향당이다.
마을 사람들은 물론 먼 곳으로 시집을 간 마을 출신 부인들도 매년 음력 정월 13일에는 신과세제, 2월 13일에는 영등굿, 7월 13일에는 마풀림, 10월 13에는 신만곡대제 제의 때는 꼬박 찾아와 제를 지낸다. 마을 수호인 당신을 상대로 마을과 가정에 액운을 막고 무사안녕을 기원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기도를 올리려면 3일 전부터 고기를 먹지 말고, 목욕재계해 몸가짐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그만큼 치성이 대단했다는 얘기다.
그런 정성이 하늘에 닿아서 그런 걸까. 경신년 호열자가 유행할 적에도 웃송당에는 별로 피해가 없었고 4.3사건 때도 중산간 마을임에도 비교적 피해가 적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이곳 여성들은 ‘맑은 조상할망’, 즉 백주또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 제주민간 신앙의 메카, 송당리
겉보기에도 팔순은 족히 넘어 보이는 한 할머니도 “이 마을 사람들이 편히 살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큰할망(백주또)의 보살핌”이라면서 “집안이 흉흉하거나 아이가 아플 때도 당에 가서 정성껏 기도를 하면 그 뜻이 꼭 전해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우연일지 모르나 어찌됐건 하늘의 뜻이라고 믿으면서도 항상 궂은 일과 험난한 일을 앞두고 신중하고 조심했던 선조들의 태도는 ‘돌 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넌다’는 예방을 생활화 했던 미덕이 우환을 비켜갈 수 있었던 이유였을 게다.
이처럼 신당 계보의 뿌리를 이루고 있는 송당리를 어찌 제주민간 신앙의 메카라고 아니할 수 있을까.
370여 세대, 1000여명이 거주하고 있는 송당리는 문화적으로는 신화 전설의 고향이면서 지리적으로는 한라산 정상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지역에 위치한 중산간 마을로 주변에는 많은 오름이 분포돼 있다.
# 광활한 초원, 마을 인심을 본받다
당오름, 높은오름, 안돌오름, 아부오름, 민오름, 백약이오름, 체오름, 돛오름 등 17개의 크고 작은 오름으로 사이 광활한 초원지대는 천혜의 목축조건을 충족시켰다.
해발고도가 40m에 이르기 때문에 과수 농업을 할 수 없는 송당은 그래서 예로부터 축산과 밭농사에 종사해 왔다.
총면적 3907만여㎡에 달하는 넓은 대지 면적 때문에 예로부터 ‘구좌면의 큰 부자는 송당리에 있다’고 했다.
집이 밀집한 마을 중심을 벗어나면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 길 양쪽으로 펼쳐지는 광활한 밭, 푸른 들판, 거기에 평화롭게 풀을 뜯는 소. 마을 곳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풍경이 송당리의 특징을 그대로 반영한다.
땅이 넓은 만큼 이곳 마을 사람들은 다른 마을 사람들의 한 번 움직일 때 두 세 번은 족히 더 움직여야 하는 부지런함이 몸에 베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추곡 100여 석, 송아지도 1년에 10여 두 증식할 수 있는 집이 적잖았다고 마을사람들은 말한다.
마을 이장을 지낸 김수경씨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송당리는 그야말로 제주의 보물 중 보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깨끗한 자연에서 생산된 농산물과 축산물은 세계 어느 곳 상품과도 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한다.
사람은 그 지역을 닮는다고 했다. 송당리 마을의 인문학적, 자연적 환경들이 사람들을, 그리고 마을을 평화롭게 하는 큰 이유일테지만, 큼직한 땅 덩어리 만큼이나 넓은 사람들의 마음과 인심에 하늘도 감복해 평화와 화합, 건강함의 축복까지 내려준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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