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 4월
봄이어서 더 아름다운 마을, 광령1리
전국에서 가장 먼저 봄이 온 제주에는 일찌감치 봄꽃들이 피어나 상춘객들의 맘을 설레게 했지만, 또 일찍 핀 봄꽃들은 일찍 져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그중에서도 깨끗하고 여려서 아껴두고 싶었던 벚꽃은 봄을 시기하던 꽃샘추위가 함께 데리고 가고 말았다.
제주지역에도 전농로나 제주대학교 진입로 등 이름난 벚꽃 길이 몇 곳 있다.
제주시에서 애월읍으로 진입하는 첫 번째 마을, 광령1리도 벚꽃길이 아름답기로 꼽히는 곳 중 하다.
#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
총면적 약 1만3400ha의 전형적인 중산간 마을인 광령1리는 광령 마을의 중심으로 칠성동산 하단에 동서로 길게 누운 서낭동산을 병풍삼고 무수천을 오른쪽 어깨로 삼아 비교적 넓은 지역에 설촌됐다.
제주시내와는 10㎞, 서쪽 고성리와는 2㎞, 북쪽 외도동과는 3㎞거리에 있는 이 마을은 1601년(선조 34년) 현중진이 광령2리 한영석의 3녀와 혼인해 살면서 마을이 형성됐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현재 840여 가구에 240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특히 광령마을은 선사시대부터 주민들이 살아 온 제주의 가장 오랜 마을 중 한 곳으로 이 지역에 분포하고 있는 수 십 기의 고인돌이 이 같은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물을 따라 마을이 생기고 사람이 사는 곳에 반드시 물이 있는 것처럼 광령1리 역시 물을 따라 형성된 마을이다.
광령1리에는 다섯 개의 샘물과 다섯 개의 연못이 자리하고 있고 과거 북제주군과 제주시 지역을 구분짓던 광령천이 지난다.
광령천과 더불어 삶을 살아 온 마을 주민들은 ‘광령8경’과 월대 등에서 풍류를 즐기는 등 하천과 밀접한 생활을 해 온 것으로 보인다. 하류에는 조공포, 수정사지와 같은 유적도 남아 있다.
# ‘시름이 없는’ 무수천(無愁川)이 흐르는 곳
광령천은 머리가 없는 내라고 해서 무수천(無首川), 물이 없는 건천이라는 뜻에서 무수천(無水川), 지류가 수없이 많다고 해서 무수천(無數川) 등 다양한 뜻을 가지지만 마을 사람들은 이 계곡에 들어서면 근심이 사라진다는 의미에서 ‘시름이 없다’는 무수천(無愁川)이라고 곧잘 부른다.
한라산 만수동산에서 이어진 한라계곡 어리목 하류부터 Y계곡, 천아오름 수원지 부근에서 합류하며 대천을 이루는 광령천은 구간별로 갖가지 비경을 뽐내며 ‘진달래소’와 광령 8경을 지나 외도다리 바로 위에서 도근천까지 아우른다.
광령천은 대부분의 구간이 건천이면서도 물이 흐르는 구간이 비교적 긴 하천으로 유명하다. 도내 하천이 연중 유량이 없고 강우기 이외에는 건천인 점을 감안할 때 광령천은 도민들에게 귀중한 수자원을 제공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주로 밭농사를 짓거나 축산업에 종사해왔다. 마을이 고지대에 위치하지만 이곳에서는 벼농사가 많이 행해졌다.
이종식 할아버지는 “옛날부터 광령1리 땅은 척박해서 제주시나 광령2․3리의 농토를 확보해서 보리, 조, 메밀 등을 재배해 왔다”면서 “최근들어서는 유채나 콩, 보리도 재배하고 감귤이나 원예농사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다행하게도 제주에서 제일 큰 내라는 무수천이 있어서 예로부터 풍부한 자원으로 마을의 발전과 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었단다. 곳곳에 물이 풍부해 지금도 여름철 갈수기에 생활, 농업용수로 많이 이용되며 손쉽게 채취할 수 있어 건축과 마을 안길 포장에 유용했다.
특히 무수천 곳곳에 숨은 진달래소, 고냉이소 등 계곡절경은 여름철 지친 심신을 쉬게 하고 유유자적 여유를 제공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다스렸다고 한다.
이 할아버지는 “농촌지역은 점점 인구가 줄어가는데 우리 마을은 조금 다르다”면서 “제주시 시내버스가 통과하고 제주시와도 가까운 이곳은 전원주택지로 각광받으면서 몇 년 전부터 다세대 주택이 몇 채 들어서고 인구가 자연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 올레코스로 새롭게 ‘조명’
한편 최근에는 광령1리가 애월읍 고내리부터 시작하는 제주올레 16코스로 알려지면서 벚꽃과 유채가 아름다운 길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비록 광령1리 길에 벚꽃은 지고 없지만 내년 풍성하게 피워낼 벚꽃을 위해 연둣빛 잎을 튀우고, 초록 신록을 거쳐 가을 낙엽의 풍경을 자아내며 그 길은 다시 봄을 빛나게 할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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