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 8월
백합 향기 그윽한 예술마을 ‘월평’
제8호 태풍 ‘모라꼿’의 간접영향으로 우중충하면서도 후텁지근한 날씨를 보이던 9일.
백합마을, 서귀포시 대천동 월평마을을 찾았다. 봄에 백합 수확이 끝나고 지금은 조금 한가로운 때를 보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짐작에서 찾은 길이었다.
월평마을은 지형이 마치 달의 테두리선과 같은 언덕으로 둘러싸여 있는 넓은 들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마을로, 248세대 750여명이 살고 있는 소박하고 아담한 마을이다.
마을 북쪽으로는 하원, 동쪽으로는 강정마을, 서쪽으로는 대포천을 사이에 두고 대포와 중문이 남쪽에 위치한다.
# 제주에서도 가장 따뜻한 마을
계절적으로 여름에 무더운 온대성 성격을 나타내고 겨울철에는 전국에서 가장 따뜻하므로 기온의 연교차가 적은 편이다. 이러한 따뜻한 온대성 기후 때문에 겨울철 채소와 원예작물 재배가 가능할 뿐 아니라 하우스를 이용해 아열대 혹은 열대작물까지 재배되고 있다.
이곳 월평은 바람이 적은 것도 특징이다. 그래서 하우스시설 농가가 많다. 바나나, 파인애플, 화훼와 같은 비닐하우스 농업 최적지라는 것도 모두 바람이 적다는 장점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
안길을 따라 걷던 중에 낯익은 풍경을 접했다.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 예닐곱 명이 도란도란 나무 그늘 아래 앉아 담소를 즐기는 풍경. 무슨 이야기를 그리도 재미있게 하시는 지 웃음소리가 그치질 않는다.
마을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겨운 풍경이지만 할머니들의 건강한 웃음이 곁들여져서 인기 그 풍경은 더욱 생기가 돈다.
“집에 혼자 있으면 말 걸어주는 사람도 없고 얼마나 심심하겠어. 그래도 여기 나오니까 이웃들하고 집안 얘기도 하고 옛날 시집살이 하던 얘기도 하고 심심치는 않아.”
아흔 다섯이라는 나이가 믿을 수 없을 만큼 정정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앉아있는 이병열 할머니가 말씀하신다.
“그렇주. 이렇게 나무 그늘에 앉아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들도 말 물어오고, 세상 돌아가는 일도 알 수 있주.”
머리를 곱게 빗어 쪽 진 강병길 할머니(92)도 한 마디 거든다.
강 할머니 역시 꼿꼿한 허리며 가지런히 드러나 보이는 치아, 아흔을 넘긴 나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 “101세 할머니는 지금도 버스타고 장에 가”
“어이구, 이분들은 젊은 편이지 아마. 우리 마을에 100세를 갓 넘기신 101세 할머니도 살아 계십니다.”
또 다른 할머니가 월평도 건강마을에 속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그 할머니에 따르면 101세 되는 할머니는 지금까지도 버스를 타고 20~30분 거리의 상설시장과 오일시장을 오가시고 있다고 전해줬다.
할머니들의 건강비결을 물었더니 입을 모아 규칙적인 식사와 부지런함이었다고 한다.
강병길 할머니는 “오래 사는 것도 자랑인가?” 반문하면서도 “잘 차려 먹지는 못하더라도 아침, 점식, 저녁 제때 제끼 식사하고 부지런히 일하고 적당히 땀 흘려서 그런 걸 거다”고 말했다.
강 할머니 옆에 있던 할머니는 “월평이 백합마을인거 알고 있느냐”고 물으면서 “아름다운 것을 보고 아름다운 향기에 젖어 사는 것도 건강해지는 비결중 하나일 것”이라고 재치있게 답해준다.
눈에 담는 풍경이 좋으니, 마음의 평정과 건강을 불러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말이라 여겨진다.
# 아름다운마을, 곧 건강장수의 마을 ‘월평’
그 할머니 말마따나 평화롭고 아름다운 월평마을은 곧 예술문화의 마을로 변신을 시도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풀뿌리 문화나눔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사업 공모에서 서귀포시에 소재한 갤러리하루(대표 이승택)가 응모했던 ‘월평예술자치마을 만들기 사업이 최종 선정됐다.
그리고 갤러리하루와 월평마을은 올해 말까지 정보화센터를 통한 마을 홍보, 마을 대표 품종인 백합과 한라봉 등 농산물의 상품 디자인 창작 등 예술마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사업이 마무리 되는 12월에는 월평마을에 문화예술의 꽃이 활짝 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월평마을은 문화예술로 물든 ‘아름다운마을’이 ‘건강장수마을’이라는 선례를 남길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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