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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어촌마을 ‘구좌읍 하도리’

제주한라병원 2012. 2. 14. 14:59

2009년 / 7월

아름다운 어촌마을 ‘구좌읍 하도리’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속이 환히 들여다보이는 옥색 바다와 하얀 모래사장은 지나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구불구불 적당히 구부러진 해안도로는 단조로울 수 있는 바다체험의 윤활유가 된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지정하는 7월의 어촌으로 선정된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별방(別防)이라는 옛이름을 간직한 하도리는 제주시에서 동쪽으로 약 40km 지점에 위치한 마을로 푸른 바다와 백사장이 자랑인 곳이다.

 

# 정부가 인정한 ‘7월의 어촌’, 아름다운 하도리

 

 

정확히 마을이 언제 형성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구전에 의하면, 지금으로부터 약 600년 전 제주 고(高)씨, 제주 부(夫)씨, 양천 허(許)씨 등이 이곳에 터를 잡고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성종 12년(1418)에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에는 마을의 동쪽 바닷가에 있는 토끼섬 일대를 '도의여개'로 표기했고, 마을 이름도 포구의 이름을 따서 ‘도의여’마을이라 불렀다.
17세기에 들어서면서 마을의 규모가 커지자, 마을을 상·하로 나누어 ‘알도의여(하도)’와 ‘웃도의여(상도)’로 나누어 불렀고, 18세기에 들어서자 ‘상도의리’와 ‘하도의리’로 불렀다. 그러다 19세기 중반에는 ‘상도의리’, ‘하도의리’, ‘벨방리’, ‘별방포’, ‘별방진’ 등으로 섞어서 부르기도 했는데, 20세기에 들어서자 상도리(上道里)와 하도리(下道里)로 불렀다.
매년 수십 종의 철새가 사시사철 쉬어가는 철새도래지 일만큼 깨끗한 자연은 어촌마을, 하도리의 상징이다.
그래서일까. 들여 마시는 공기가 유난히 상쾌하게 느껴진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해안도로를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짭조름한 바다냄새와 더불어 해안도로를 따라 늘어선 풍성한 수국도 진풍경을 연출한다.
바다 전망을 트이게 했다가 막기를 반복하는 언덕과 환해장성도 아기자기한 해안풍경을 자아낸다.

 

 

 

 

 

 

 

# 억척스런 ‘해녀의 마을’

 

해안도로를 따라 바다구경을 하다보면 이제 곧 해안도로가 끝나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는 경우다 태반이다. 하지만 하도에서는 불필요한 걱정이다. 하도리는 제주도내 어느 마을보다도 긴 해안을 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제주가 사면이 바다라고 하지만 하도리와 바다와의 인연은 각별하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1932년 하도리에서 시작된 해녀들의 항일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제주해녀항일운동기념탑’을 볼 수 있다. 일본의 횡포에 맞선 해녀들의 당찬 기개와 나라사랑의 마음을 엿보게 한다. 그리고 이곳 하도리에는 해녀문화와 역사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건립된 해녀박물관도 있다.
“하도리 바다의 깨끗함은 충분히 자랑하고도 남습니다. 최근 제주연안 마을을 살펴보면 양식장이 들어서지 않은 마을이 없습니다. 하지만 하도리에는 어촌계 직영 양식장 한 곳 외에는 양식장이 단 한 곳도 들어서지 않았습니다.”
손유찬 이장(56)은 청정성이 하도리 첫 번째 자랑이라고 운을 뗀다.
손 이장은 “제주 전 지역이 깨끗하고 청정하다고 하지만 무분별한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일이 다반사”라면서 “아직까지 하도리는 사람의 손이 덜 탄 곳으로 그것을 자랑으로 여기고 살아가는 곳”이라고 말했다.

 

 

 

# 청정 자연이 낳은 장수문화

 

그는 하도리가 장수마을인 이유도 깨끗한 자연환경을 우선으로 꼽았다.
실제로 하도리는 UN이 정한 세계 노인의 해였던 1999년 11월 북제주군 당시 장수마을로 지정된 곳이다.
“이 마을은 우리의 소중한 옛 전통문화와 천혜의 맑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청정지역이다. 예로부터 주민 모두가 농․어업에 종사하면서 근면․성실하고 생활력이 강하여 살기좋은 고장으로 알려져 왔으며 장수하기에 적합한 지역특성을 간직하고 있어 장수하는 노인어르신들이 많으므로 금년 UN이 정한 세계 노인의 해를 맞아 우리군에서 장수마을로 선정된 것을 길이 기념하기 위해 이 비를 세운다.”
하도리 마을회관 앞에 세워진 기념비가 그것을 증명한다.
장수마을답게 마을 전체인구 2000여 명 가운데 30%가 노인이며 최고령자는 올해 101세 된 조술생 할머니다. 그리고 조태부 할아버지가 96세로 조 할머니 뒤를 잇는 장수노인이란다.
지역주민들은 깨끗한 자연이 낳은 해산물을 먹고 자란 것이 장수의 이유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오만중 노인회장은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다”면서도 “사람이 살면서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 자연과 함께 오래 살 수 있는 법”이라고 평범하지만 중요한 자연의 진리를 일깨운다.
8월이면 하도리 해안에서 50m 떨어진 바다에 900여 평의 작은 섬, ‘토끼섬’에서는 이곳 마을사람들의 순수함을 빼닯은 문주란이 하얀 꽃을 피운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문주란 자생지를 가지고 있는 행운은 깨끗하게 자연환경을 아끼고 보존해온 이곳 사람들에게 주어진 선물이다.
일제시대 해녀들이 목숨 바쳐 캐어낸 해산물 매수가격을 둘러싼 일본 관헌들과의 분쟁에서 하도리 해녀들이 용기있게 나설 수 있었던 것 또한 청정자연에서 얻은 건강함이 튼실한 기반이 됐을 거라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 아닐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