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 5월
한가롭고 평화로움의 대표마을, 온평리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으로 가득 찬 가정의 달이라고 하지만 5월하면 빠지지 않는 것이 결혼식이다. 그래서 5월은 결혼식의 달이기도 하다. 감귤 꽃이 활짝 피어 그 은은한 향기가 제주 온 섬에 풍기는 5월만큼 결혼식이 로맨틱한 계절도 없다.
결혼식하면 떠오르는 유서 깊은 마을이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다.
# 온평리를 모른다면 제주의 역사를 논하지 마라
온평리는 450여세대에 1500여명이 모여 사는 단일 자연부락으로서 마을안에는 아열대 식물이 울타리마다 마을 전체를 덮을만큼 울창하고 해안선의 길이가 무려 6㎞에 달해 취락이 해안선을 따라 3㎞나 길게 형성돼 있다.
온평리(溫平里)는 열운이, 열온이, 열혼포, 예론 등 여러 가지로 불린다.
고량부(高梁夫) 삼신인이 이곳에서 새 신부를 맞아 혼례를 지내, 례혼이라 하던 것이 번창해 예론, 또눈 열온, 여을온, 열운이라고 하며 마을의 어느 세력 있는 집안에서 사고가 자주나자 온화한 곳이 되라고 일제시대 행정구역의 폐합에 따라 1914년 이후 온평리로 공식화되면서 지금껏 온평리로 불려오고 있다.
'삼성설화'의 얼을 이어받아 ‘열운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지금의 온평리가 있기까지 숱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반농반어의 풍요로움과 평화로움은 이곳 마을 사람들에게 건강을 선물했다.
#제주의 농경과 목축생활의 시초(始初)
고·양·부 세 신인들이 동해변에 떠오른 석함 속 벽랑국 공주를 맞아 자손이 번창했다고 하는 곳, 온평리를「고려사」는 고ㆍ양ㆍ부 삼성이 동해변에 떠오른 석함 속에서 나온 벽랑국 공주 셋을 배필로 삼아 자손이 번창했다고 전하고 있다.
당시 삼신녀가 담긴 나무상자가 발견된 곳은 속칭 ‘화성개’, 도착한 암반은 ‘황노알’이라 불린다. 지금도 황노알에는 상자에서 나온 사신과 공주가 말을 타고 내렸던 말발굽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있다.
그때 석함에서 함께 내려진 말과 소는 척박한 땅을 일구며 살아가는 농경사회의 주요자원이 됐고 이때부터 제주도에서는 농경과 목축생활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온평리에는 그 신화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민중이 주체가 된 전설로 되살아나 있다. 석함이 떠내려 왔다는 곳이 바로 온평리였음을 땅과 바위들이 증명해주고 있다.
삼성혈에서 솟아난 세 신인이 석함을 보고 쾌성을 질렀다는 쾌성개, 함에서 나온 세 처녀와 혼인을 맺었다는 혼인지를 직접 밟아보고 두 눈에 담는다면 삼성은 단순한 신화가 아니라 사실로 다가온다.
# “특징없는 것이 특징” 평화로운 마을
현재영 노인회장은 “현재 남아있는 혼인지 같은 유적이외 특별할 것이 없는 것이 마을 특징인 것 같다”며 멋쩍게 웃어 보인다.
마을이 생긴 이래 별스런 일이 거의 없었으니 그만큼 평화롭고 한가로웠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평화롭고 한가로운 것이 특징이자, 건강의 첫 번째 충족요건인 마음의 평정이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전했다.
온평리는 다른 건강장수마을들 답지 않게 식수가 풍부한 편은 아니다. 상수도가 보급되기 이전까지 마을에 우물이 단 하나였다고 한다. 대신 온평리 앞바다에는 해조류가 풍부했다.
마을의 기본자원이 든든했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간 빈부의 격차가 크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욕심도 과하지 않았다.
통과의례나 고되고 힘든 노동에까지 서로 힘을 합해 이뤄내는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온평리 사람들은 공동의 문제를 서로 의논하고 합심해 해결하는 전통을 유지해 오고 있다.
서로 수눌며 마음 편히 살아가니 더없이 평화롭고 사람들이 온순할 수 밖에...
여기에 날씨까지 돕는다. 최근들어 지구온난화 등으로 예외경우를 제외하고 온평리는 연중 최고 기온이 31도이고 최저기온은 섭씨 영하 5도를 더 내려가는 예가 없다고 한다.
마을이 생긴 이래 별스런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는 온평리. 이곳 사람들은 마을 터만큼이나 평화롭고 한가로운 삶을 살아오고 있다.
한편 온평리 마을 중심에는 100년이 넘게 두 그루가 바짝 붙어 살아온 ‘백년해로 나무’는 혼인지와 함께 금술 좋은 마을사람들의 부부애를 상징하기도 하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온평리에서 묵어가는 이들은 무병장수하고 득남한다는 말이 전해져온다. 이번 5월에 결혼하는 신혼부부들이 꼭 한 번은 들러가야 할 마을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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