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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종료코너/제주의건강마을

모습만으로도 건강한 마을, 하례2리

제주한라병원 2012. 2. 14. 15:28

2009년 / 10월

모습만으로도 건강한 마을, 하례2리

 

 

 

 

오색으로 곱게 물들어 가는 단풍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제주의 뚜렷한 사계절을 여실히 보여주는 5.16도로를 따라 서귀포시에서 제주시 방향으로 가다보면 한라산의 단풍만큼이나 매력적인 운치좋은 풍경에 넋을 잃고, 마법에 걸린 듯 자꾸만 깊숙이 빠져 들어가고야 마는 마을을 만나게 된다.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2리. 학이 둘러싸인 마을이라고 해서 학림동이라고도 불리는 마을이다.

한라산 남쪽의 중산간에 자리하고 있는 하례2리는 북쪽으로는 두수오름, 물오름, 한라산이 웅장하게 서 있고 남쪽으로는 서귀포시 상효동 소재 갈악봉이, 서쪽으로는 영천봉, 동쪽으로는 학림천이 흐르는 산수가 수려하기로 이름나 있는 곳이다.

마을 주위에 빽빽이 둘러싸인 숲은 절경을 자랑하며 그 속을 나는 산새들의 지저귐은 전원의 향취를 한층 더해주며 운치를 더한다.

하례2리는 그야말로 마을 곳곳이 비경이다.

한라산에서부터 효돈까지 이어지는 효례천이 마을을 어귀를 지나기 때문에 눈이 부신 절경이 곳곳에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 하천을 따라 발 길 닿는 곳, 모두가 보물이어라   

 

 

 


새벽녘 고요한 적막을 깨고 떨어지는 작은 폭포 소리가 여자의 슬픔을 표현한 소리라고 전해지는 마을 중간 냇가의 ‘몰고레소’, 잣성이 끝나는 ‘잣끝내’, 하례2리의 상징이기도 한 사시사철 샘물이 솟는 ‘고살리’, 노루가 많이 뛰어다닌다고 해서 이름 지어진 ‘녹곤수’ 등 하천을 따라 모든 장소가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절경 중 절경이다.

특히 ‘고살리’ 마르지 않는 샘물은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냇가 서측변 방위특에서 샘물이 솟아나와 학림천을 타고 흐르는 고살리물은 6.25전쟁이 한창 격렬한 시절 하례리 일대 논밭조성의 중요한 구심점이 됐다.

고살리 샘에서 남쪽으로 150m 지점에 냇가를 콘트리트벽을 쌓아 가로막고 그 지점에서 다시 깊이 4m, 넓이 5m 정도의 수로를 파서 마을까지 이어지게 한 다음 논밭을 만들려고 했지만 저수지에 가두면 물이 지하로 계속 스며드는 바람에 결국 논밭조성에 실패하고 말았다.

 
# ‘최고의 수질’ 고살리 샘물, 아토피성 피부염에도 ‘효과’

 

그리고 1966년 고살리 샘을 막아 하례 1.2리 전체 상수도 수원지로 이용됐다.

지금까지도 하례2리의 물맛을 따라올 것이 없다고들 하는데, 지역주민들은 상수도시설이 좋아진 지금도 고살리 샘물로 밥을 지어 먹곤 한다. 그러면 밥맛이 더 좋다는 것이 이곳 지역주민들의 설명이다.

김복길 이장은 “최근 고살리 샘물에 대한 수질검사를 의뢰했었는데 그 어떤 수돗물보다도 수질이 우수하다는 판명을 받았다”면서 “고살리 물은 아토피성 피부염에도 효과가 우수하다”고 말했다.

역시 건강한 마을에는 깨끗한 물이 바탕이 된다는 것을 다시금 입증하는 사례다.

200여년 전 효례천 상류 속칭 금물과원(감귤을 재배하던 곳)에 제주현에서 건너온 남양 홍씨가 입주했고 대정현과 정의현을 왕래하는 중간지점으로 예부터 교통의 요충지이기도 했던 이곳, 하례2리는 4·3당시 사라질 뻔한 위기도 겪었다.

그러나 1962년 마을이 재건되면서 입주한 40여 세대가 황무지를 개간해 살면서 조금씩 지금의 모습을 갖춰왔다.

 
# 배려하는 마음 속에 자리잡은 ‘건강한 정신’

 

 

 
전형적인 농촌마을인 하례2리는 250여 가구 640여명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이다.

규모가 작아서 여러 면에서 약세일 때도 없진 않지만 그래서 강점인 것도 있다. 이곳은 상부상조의 ‘수눌음’정신이 살아 있는 곳이다.

나의 일도, 남의 일도 즐겁게 하니 이 마을 주민들의 정신건강은 단연 으뜸이다.

감귤수확이 시작된 요즘은 집에 일 없이 남아 있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부지런하기까지 하다.

물이 건강하고 산세가 건강한 하례2리. 마을분위기에서 풍겨지는 건강함을 관광객과 나누기 위해 최근에는 마을차원에서 관광코스를 개발하고 있다.

선돌에서부터 학림천까지 아름다운 절경도 감상하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계곡트레킹 개발이 마을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오래지 않아 하례2리의 깨끗한 공기와 투명한 물, 입이 쩍 벌어지는 절경까지 두루두루 마을의 건강한 힘을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