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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종료코너/제주의건강마을

‘어멍아방 잔치마을’ 신풍리를 아시나요?

제주한라병원 2012. 2. 13. 11:23

2008년 / 6월

‘어멍아방 잔치마을’ 신풍리를 아시나요?

 

 

 

고사리 손으로 개구리 잡으며 놀던 그때. 고구마 구워먹다 까매진 벗들의 얼굴을 보며 깔깔거리며 웃었던 유년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면...
타임머신이 있다면 가능할 지도 모를 과거로의 여행. 그러나 몸도 마음도 모두 커버린 지금 불가능하다고 포기부터 하기 전 먼저 찾아 볼 곳이 있다.
바람고운 인심이 돌담 틈에 피어나는 곳. ‘새롭고 풍요로운 마을을 지향한다’고 해서 이름 지어진 서귀포시 성산읍 신풍리(新豊里).
신풍리는 행정구역상 성산읍에 속하지만 표선과의 거리가 5km밖에 되지 않아 5일장을 같이 보는 등 생활권은 표선이다. 서귀포에선 자동차로 30분정도 소요된다.

 

#  전통 삶의 방식대로 사는 것이 ‘건강하게 사는 법’

 

고인돌과 선사시대의 유적이 산재해 있는 역사가 깊고 전통있는 마을, 신풍리는 ‘어멍아방  잔치마을’로도 유명하다.
이곳 신풍리에서는 마을회관에서 5분거리에 ‘신풍리 어멍아방 잔치마을’이란 이색공간을 마련해 환갑이나 칠순, 은혼식이나 금혼식을 맞는 노부부에게 제주식 전통혼례를 올려주고 푸짐한 잔칫상을 차려주면서 제주의 전통혼례 문화를 재현하고 있다.
이곳은 제주의 과거 농촌모습을 재현해 놓은 체험학습장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흑돼지 2마리가 가두어진 재래식 화장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근처 돌담 아래에는 돼지사료도 마련돼 있어 직접 먹이를 넣어줄 수도 있다. 넓직한 마당을 걸어 들어가면 실제 사람이 살 수 있도록 모든 살림살이가 갖춰진 아담한 규모의 초가집이 자리 잡고 있다.
날이 추울 때는 아궁이에 장작을 때서 방안을 따뜻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정성껏 초가를 지었다.
조상들이 자연의 원리를 이용해 건강한 삶을 영위하던 모습 그대로를 오감으로 체험하는 기회가 된다.
“요즘은 추우면 보일러 온도를 올리고, 더우면 에어컨을 쉴 새 없이 돌리고... 사람들이 참을성이 없는 것 같아요. 추우면 옷을 껴입고 나무 해다가 이렇게 아궁이에 불을 때서 따뜻하게 몸을 녹이는 게 얼마나 자연적입니까? 그게 건강의 비밀이지, 뭐예요.”
현태권 신풍리노인회장(70)은 인위적으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활습관이 영 못미더운 듯  반문해온다.


# 80넘은 나이에도 대정읍까지 마늘수확 일손지원

현 회장은 “자연을 거스르려고 하면 화(禍)가 따르는 법”이라면서 “예전에는 사람이 자연에 순응해서 참고 견뎠는데, 요즘은 냉.난방기구로 온도를 조절하면서 자연여건을 사람에게 맞추고 있으니 조상들처럼 건강하게 살지 못한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고 말한다.
마을인구가 꾸준히 감소해 현재 신풍리에는 200여 세대 650여 명만이 살고 있는데 이중 노인 대부분의 나이대는 70, 80대란다.
“내 나이가 올해로 꼭 일흔인데, 여기서는 저도 젊은층이라니까요? 그런데 더 놀라운 건 80 넘은 할머니들 중에 할 일없이 놀고 있는 사람들이 없어요.”
비록 나이 지긋한 노인들일지라도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건강하고, 늙어도 자년들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는 자립심이 강해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신풍리 사람들이라고 현 회장이 귀띔했다.


현 회장은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은 타고 나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신풍리 노인들은 특별히 병에 걸린 사람들도 없고 체질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신풍리 할머니들은 자동차를 타고 1시간이 걸려 도착하는 서귀포시 안덕면 대정읍까지 마늘수확 원정 지원을 매일 나서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신풍리를 찾아간 날 경로당에는 찾는 이가 없어 적막함만이 감돌았다.
“신풍리에는 그냥 장기나 두고 시간 보내는 노인들이 없어요. 하다못해 집 앞 텃밭 가꾸기라도 해야 되는 사람들이지. 그러니까 멀고 먼 대정에서 일손 지원해달라고 여기까지 연락오는 것 아니겠어요?”
신풍리 노인들의 건강 자랑에 시간 가는 줄 모르던 현 회장은 한 가지 덧붙이겠다고 나서더니 제주전통음식 예찬으로 갑자기 화제가 돌아갔다.
“제일 쉽고 제일 부담없는 음식이 된장국 아닙니까? 집 주변에 키우던 배추를 한 웅큼 뜯어다가 된장 넣고 팔팔 끓이면 다른 음식 부럽지 않은 밥상 한 상 차려지죠. 별거 있나요? 우리 땅에서 햇빛 받아 자란 우리 농산물 먹는 것이 최고의 건강비결, 장수의 지름길이죠.(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