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 4월
“내 가슴, 답답함이 없어”
세상과의 소통하는 문화마을, 저지리
제주시에서 평화로를 따라 가다가 파라다이스골프장에서 1116번 도로를 타고 봄바람을 타고 살랑이는 유채꽃길이 길게 펼쳐진다.
그 유채꽃길을 이정표 삼아 꼬물꼬물한 길을 따라가면 전형적인 중산간마을, 한경면 저지리에 다다른다.
그동안 별 특징없이 숨어있던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는 이제 그 어디보다도 유명한 문화마을이다.
# 저지리의 또 다른 이름, ‘중산간 문화마을’
여러 곳에 도로가 뚫리면서 교통여건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때마침 저지예술인마을이 문을 열면서 430여 가구, 1000여명이 사는 작은 마을 자체가 문화명소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전 당시 북제주군은 2006년까지 저지리 유휴 공유지 9만9383㎡에 48필지의 택지를 개발해 도내외 문화예술인들에게 모두 분양했다.
그래서 지금 이곳에는 안숙선 명창을 비롯해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인 서예가 동강 조수호, 한글 궁체의 대가 규당 조송숙, 한곬 현병찬, 조각가 박석원 홍익대 교수, 원로 서양화가 김흥수, 인간문화재 자수공예가 한상수, 시사만화가 김경수 등 20명이 나름대로 멋을 부린 건축물을 짓고 입주해 있어 그 자체로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물론 이외에도 제주분재예술원, 야생화 전시관 방림원 등 유명관광지를 끼고 있는 것도 저지리가 새롭게 뜨는 이유이다.
이곳 마을 어르신들은 마을에 들어선 각종 문화시설들로 눈이 즐거워지고 마음이 여유로워지면서, 마을사람들은 더욱 건강해지고 있다.
# 현대화에 때 묻지 않은 순수마을... 마음건강 마을로 ‘우뚝’
저지리 노인복지회관에서 만난 고성화 저지리노인회장(75)은 “우리마을에서는 예전 물이 매우 귀해 생활용수를 비를 모아쓰는 봉천수에 의존해 문명이 소외된 벽촌으로서 척박한 땅을 일구며 살아왔다”면서 “그래도 이 고장에 뿌리 내려 살아온 주민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단합된 힘으로 근면성실하게 살면서 지금은 ‘알부자’ 동네로 유명하기도 하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사실 제주도내 중산간 마을에 중학교까지 있는 마을은 저지리가 유일할 겁니다. 오래 전부터 이어진 높은 교육열과 21C 문화의 시대가 어우러지면서 저지리가 요즘 문화명소로 더 유명해지고 있는 것 아닐까요.”
고 회장의 말을 들으니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시작된 참살이(웰빙.well-being)열풍과 더불어 느림의 삶, ‘슬로우푸드’는 다름아닌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물 흐르듯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곧 ‘자연주의 삶’이었던 것이다.
저지리도 만찬가지다.
약 400여 년전 물골(지금의 수동(水洞))에 전주 이(李)씨가 정착한 것이 설촌의 시초가 된 저지리의 주민들은 예전부터 과수원이나 밭농사, 축산업을 하며 살아왔다.
전형적인 농촌마을로, 중산간마을로 문명의 혜택과는 거리가 좀 있었지만 이것이 곧 저지리사람들에게는 큰 ‘선물’로 돌아온 것이다.
올망졸망한 밭과 저지오름 등이 둘러싸여 좋은 경치를 만들어내고 있는 저지리는 현대화에 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깨끗함이 트레이드마크로 작용, 자연에서 창작소재를 찾고, 예술에 대한 열정을 찾는 예술인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창작공간으로 인기를 얻게 된 것이다.
# 문원숙 할아버지 “소식과 운동이 건강에 최고”
한가로운 주말, 고 노인회장과 장기를 두고 있던 문원숙 할아버지(82)는 “저지리가 이렇게 친환경적인 문화마을로 자리 잡게 되면서 가장 큰 수혜자는 주민들”이라면서 “농사짓고 생활하는 것 이외 특별한 일이 없던 마을사람들은 문화예술작품을 보면서 더 큰 세상과 소통을 하는 것이며 이게 곧 생활의 즐거움이 돼 건강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할아버지는 자신만의 건강노하우도 귀띔해줬다.
“전 하루에 두 끼 먹습죠. 소식을 해면 몸이 가벼워지거든요. 그리고 좋은 마을 풍광을 보면서 맑은 공기 마시며 하루 한, 두 시간 걸으면 그때는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문 할아버지처럼 욕심 없이 주어진 생활에 만족하며, 자연처럼 살아가는 ‘여유의 삶’이 저지리 마을주민사람들이 건강해지는 비결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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