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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마(馬)의 본향 ‘의귀리’

제주한라병원 2012. 2. 13. 11:17

2008년 /  5월

제주마(馬)의 본향 ‘의귀리’

 

 

 

김만일이란 인물은 16세기 말  의귀리서 교래까지 이어지는 광대한 목장에서 1만여 필의 말을 키우면서 국가가 필요할 때마다 헌마해왔다. 의귀리는 이런 역사에 초점을 맞춰 '제주마의 본향' 명맥을 이어가기 위한 사업을 시작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제주마방목지 풍경.

 

‘건강 마을’ 의귀리 중심에는 말(馬)이 있었다
국민소득 1만불 시대에 골프가 유행했다면 앞으로 찾아올 국민소득 2만불 시대에는 승마가 유행한다고 한다.
승마산업의 발전을 예견한 듯 제주 곳곳에서는 인간과 말이 교감할 수 있는 체류형 승마장, 마장마술의 전진기지를 최종 목표로 하는 승마랜드, 실내 승마 등을 즐길 수 있는 폴로승마리조트 등 말(馬)을 테마로 한 관광산업이 부쩍 늘었다.
이렇게 말(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 고조될수록 관심을 받는 마을이 있다.

 

# ‘제주마의 본향’ 명맥 잇는다

서귀포시 남원읍 의귀리.
의귀리는 제주도 남제주군 남원읍에 위치한 마을로 1894년부터 1926년까지 서중면의 소재지이기도 한 유서 깊은 고장이다. 중산간 마을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도 교통의 요충지일 뿐만 아니라 아직도 순박한 인정과 인심이 살아 숨쉬는 전원 농촌으로 살기 좋은 마을.
400여 세대, 100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의귀리는 조선시대 축산업이 가장 활발했던 마을로 유명하다.

16세기 말 무렵 의귀리를 중심으로 국마목장보다 더 번성한 사마목장(산마장)을 경영하던 김만일이란 인물이 선조 27년부터 국가가 필요할 때마다 연간 수 백마리의 말을 헌마하면서 의귀리의 목축업이 번성했었기 때문이다.
남원읍 의귀리 출신인 그는 뛰어난 목축능력으로 말 1만 마리 가까이 기르면서 선조 27년, 선조 33년, 광해군 12년, 인조 5년 등 국가가 필요할 때마다 말을 바쳐 인조6년(1628년)에는 오늘날 부총리급에 해당하는 종1품을 하사받아 조선시대 제주인으로서 가장 높은 관직을 지내기도 했었다.

그렇게 목축업이 번성했던 의귀리는 지금, 많이도 변했다. 목초지로 이용됐던 곳 상당 부분이 개간돼 감귤원으로 조성되는 등 목축업은 유명무실해지고 감귤을 주로 재배하는 등 마을 산업이 크게 변했다.
그런데 최근 의귀리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의귀리를 말의 본고장으로의 재탄생시키겠고 선언하고 ‘제주마의 본향’ 만들기 기반사업을 전개하고 나선 것이다.

 

 

최근 서귀포시 남원읍 의귀리는 '제주마의 본향' 만들기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표석제막식을 가졌다. 사진은 표석제막식 행사에 앞서 마련된 기념식 모습. 

 

# 청정 자연, 동물과 인간이 함께 숨쉴 수 있는 ‘첫 번째 이유’

마을주민들은 마을 역사에 초점을 맞춰 뿌리를 찾아 마을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동시에 1차산업과 연계된 관광자원으로 개발, 제주관광의 요충지로 의귀리를 부각시킨다는 각오다.
육마산업을 활성화해서 말(馬)과 사람이 공존하는 ‘건강한 마을’을 브랜드화 시키고 말(馬)을 이용한 전통음식도 선뵈는 등 제주마의 본향이라는 명맥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동물과 공존할 수 있는 청정 마을, 이는 지켜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일 것이 분명하다.


또 말고기는 건강음식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동의보감에 “(말고기는)신경통, 관절염, 빈혈에 효험이 있으며 허리와 척추 뼈에도 좋다”고 기록돼 있을 정도다.
다른 육류 보다 소화흡수율이 좋은 저지방 고단백 식품인 말고기는 아이들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다.
지방함량은 다른 육류와 비슷하지만 근육보다는 대부분 피하에 축적돼 있어 비계가 거의 없기 때문에 칼로리와 콜레스테롤 함량이 적어 요즘처럼 살 빼기에 민감한 시대에 매력적인 다이어트 식품이기도 하다.
“육마산업이 주로 이뤄지던 마을이라 말고기에 대한 그 입맛을 잊을 수 없는지, 예전부터 마을에서는 말고기를 많이 먹어왔습니다. 지금 마을 노인들이 건강한 이유는 말고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김용호 의귀리 마을 이장은 말고기 ‘예찬론’을 편다.

 

# “말고기는 마을 사람들의 최고 건강음식”

김 이장은 “제가 어릴 적에도 봄에 화상이 날 때면 어머니께서 말기름을 발라주신 기억이 있다”며 “말은 고기뿐만 아니라 기름, 가죽, 뼈까지도 버릴 것이 없는 가축”이라고 소개한다.
사실 말 기름이 기미, 주근깨, 여드름, 피부 마사지용으로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고 있기도 하다.
마을 주민 고병유씨(72)는 “일년에 한 두 번씩 지인들과 여럿이 각각 얼마씩의 돈을 내고 말 한 마리를 잡아 ‘말 추렴’을 한다”면서 “무엇보다 늙어가면서 여기 저기 안 쑤신 곳이 업는데 말뼈를 고아 먹으면 아픈 것이 다 낫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인간광우병’에 대한 걱정이 태산이다. 식탁에 오르는 쇠고기 대신에 맛도 쇠고기 보다 좋고 영양도 좋고, 더욱이 건강한 자연에서 자란 제주의 말 음식으로 과감하게 대체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말(馬)이 건강하게 뛰노는 청정 자연을 가진 마을 의귀리에서 그들의 말 음식을 이용한 건강을 위한 생활 습관도 배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