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 8월
신화와 전설의 마을 ‘토산1리’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 다는 '거슨새미'
서귀포시 표선면 서북부에 위치한 중산간 마을, 토산1리는 동쪽으로는 세화1리와 서쪽으로는 송천을 사이에 두고 남원읍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토산에는 토끼처럼 생겼다고 해서 토산망이라고 불리는 오름이 있는데 그 비경은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다.
1000여년전 ‘토산봉’ 서쪽에 제주 부씨(夫氏)가 이주하면서 마을이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 토산1리는 고려 충렬왕 26년(서기 1300년) 무렵 속칭 ‘절려왓’에 현이 설치되기도 했다. 처음에는 마을 이름을 ‘토산리(土山里)’라 불렀으나 약 150여년전 풍수지리설에 의거, 이 지역의 지형지세가 옥토망월(玉兎望月)이라 하여 ‘토산리(兎山里)’로 바꿔 불리게 됐다. 일제강점기 ‘토산 1구’, ‘토산 2구’로 분리되었고 1948년에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토산 1리’, ‘토산 2리’로 불리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인구 500명이 채 안되는 토산1리도 여느 마을처럼 이농현상과 젊은이들이 도시로 빠져나가다보니 노인들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토산1리를 지키고(?) 있는 노인들은 건강하다. 주름 가득한 얼굴이지만 항상 생기가 넘친다.
# 잔 일거리 제 손으로... 소일거리 ‘건강 비결’
규모가 크든 작든 집 대부분 주변에 텃밭을 가꾼다. 먼 길 나가는 일은 하지 못하더라도 텃밭에 김 매기는 제 손으로 하는 것이 이 마을 노인들의 습관이다.
집 주변에는 채소를 심어놓고 찬을 해먹는다. 빨래와 끼니도 스스로 해결한다. 식사 메뉴도 제주전통밥상, 요즘말로 웰빙(wellbeing) 밥상이다.
잡곡밥에 나물을 넣고 끓인 된장국,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배추를 살짝 데쳐 된장에 ‘슥슥 ’비빈 다음 물을 붓고 얼음을 동동 띄워 ‘배추냉국’을 먹는다. 찬이라고 해야 텃밭에서 따온 고추와 오이, 된장, 자리젓이 보통이다.
토산1리 구멍가게에서 만난 김영일 할아버지(76)는 “다른 것은 몰라도 토산1리에는 신화와 전설이 많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김 할아버지는 “제주도에 있는 13혈(穴)을 막기 위해 중국 호종단이 종달리까지 물혈을 모두 막아버렸기 때문에 생수가 솟는 곳이 없다고 하지만 토산1리에는 그 때 당시 수신이 나타나 호종단이 당도할 것을 예지하고 이를 막아내 지금까지 ‘거슨새미’와 ‘노단새미’라는 샘물이 흐른다”고 설명했다.
역시나 건강마을에 빠질 수 없는 ‘물(水)’이 토산1리에도 존재하고 있었다.
김 할아버지가 설명한 ‘거슨새미’와 ‘노단새미’는 토산리 웃마을과 아랫마을 사이에 흐르는 샘물인데 같은 구멍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생수지만 한 줄기는 한라산 쪽으로 거슬러 흐르고, 한 줄기는 바다 쪽으로 흘러내린다. 그래서 전자를 '거슨새미', 후자를 '노단새미'라 부른다고 한다.
거슨새미물은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아 토산과 가까운 신흥리는 물론 인근 가시리 아낙들까지도 허벅이 지고 길어나르던 귀한 생명수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세화리나 표선리 부락들은 해안가 가까운 곳이 세화1리, 표선1리인데 토산만은 해안가가 아닌 산중에 위치한 윗마을이 토산1리가 된 것이 참 신기하다”고 덧붙였다.
# 온화한 노란색의 토산, 상처를 치유하다(?)
토산 1리에는 토산의 '토'를 중심성이며 완성성을 지키는 오행 '토(土)'로 해석한 삼천교 교당이 있다. 대문과 지붕이 노란 삼천교.
사실 토산1리가 많은 신화와 전설을 보유하고 있는 마을이지만, 또 그것 때문에 상처를 가진 마을이기도 하다.
토산은 또 농경사회의 상징인 뱀 신화가 또 유명(?)하다. 그러나 원시농경사회에서 풍요와 부와 생명의 부활을 상징하던 뱀 신화는 실제 뱀이 토산 여자들을 따라다닌다는 잘못된 속설로 변질되면서 오해와 편견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그 편견은 토산여성들을 피해자로 몰아가며 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이런 여성들을, 혹은 토산의 상철을 쓸어안고 싶었던 것일까. 토산1리에는 삼천교라는 교당이 있다. 교당을 덮고 있는 색이 샛노란색이다.
대문, 지붕 끝까지가 온통 노란색이며 교단 주변에 심은 꽃까지도 노란색이다.
삼천교는 표선면 하천리에서 시작된 신흥 종교인데 지금은 제주도에 8개의 교당이 있다. 그 중 2개의 교당이 바로 토산에 있는 것이다.
마을 원로들의 말에 따르면 삼천교의 창건주는 고려시대 쓰였던 흙 토(土)의 토산으로 해석했다. 목화토금수 중 토는 오행이 상징하는 노랑으로 중심성이며 완성성을 지키는 오행인 것이다.
물론 토산주민 500명 중 삼천교 신도수는 전체주민의 10%에 해당하는 5~60명이 고작이지만 자기에게 오는 것은 흡수하고 배양해 주는 토(土)의 온화하고 중화함의 기운이 널리 퍼져 토산1리가 색다른 ‘건강’을 유지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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