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 9월
장맛 익어가는 건강마을 표선면 세화1리
구수한 된장이 익어가는 마을, 세화리.
'세화리'하면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를 말하는 지, 아니면 서귀포시 표선면 세화리를 지칭하는지 잠시 혼돈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제주에는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와 서귀포시 표선면 세화1, 2, 3리까지 세화리가 모두 4곳이다.
그래도 된장이 익어가는 마을이라고 하면 서귀포시 표선면 세화1리다.
표선면 동남부에 위치한 중산간 마을 세화1리는 북쪽으로는 가시리, 남쪽으로는 세화2리와 접하고 있는 곳으로 산봉우리가 두 갈래로 갈라진 것이 마치 가위처럼 생겼다고 해서 ‘가세봉(가세: 가위의 제주사투리)’이라고 불리는 오름이 있는 곳이다.
세화1리는 아름다운 비경도 유명하지만 예로부터 후한 인심이 유명해서 한 번 찾아왔던 사람이면 그 인심을 잊지 못해 다시 찾아가는 곳이라고도 한다.
260여 세대, 710여 명이 모여 옹기종기 살고 있는 작은 마을, 세화1리에는 65세 이상 노인은 13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 2006년 농림부 지정 건강장수마을로
지난 2006년에는 농림부가 선정하는 장수마을로 지정된 곳 이곳은 장수마을 사업의 일환으로 세화1리 지역에서 재배되는 친환경 제주 전통 재래콩을 이용해 된장과 간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 지역의 깨끗한 물과 따뜻한 바닷바람이 제주의 전통기법과 어우러져 오랜 숙성 기간을 거쳐 만들어낸 세화1리 된장에서는 옛날 어머니가 만들던 장 맛 그대로다.
구수하면서도 입 안에 남는 된장 맛이 깨끗하고 개운하다. 브랜드명도 따로 정했다. ‘해풍 담은 깊은 맛 도내오름 된장’.
도내오름(돈오름)은 세화1리의 옛 지명이다.
도내오름이라는 옛 지명에 대해 알아보면 서기 1480년 당시 정의 현감을 보좌하고 있던 허 익이라는 별감이 정의현 지역을 순시 하던 중 가시리를 지나 가세봉을 돌아 속칭 ‘가매물(감마수)’이라는 큰 냇가를 지날 때 갑자기 사슴 한 마리가 앞다리로 땅을 긁고 있는 것을 보고 자세히 살펴보니 그곳이 마치 자라가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어 자손이 번창하고 지맥이 흘러 좋은 택지가 될 것을 감지했다
허 익은 즉시 전 가족을 이끌고 세화1리에 이주해 최초 허씨촌을 이루고 살게 되었고 마을이름을 ‘약향리’로 부르다가 ‘도내악(돈내오름)’으로 불리며 고씨, 강씨, 현씨, 김씨 등 현재 부락 규모로 확장됐고 1936년 행정구역 정비로 ‘돈오름’ 대신 ‘세화리’로 개명됐다고 한다.
# ‘장 만들기’, 건강장수마을의 특별한 테마
“세화1리가 건강장수마을로 선정된 것은 노인 어른신들이 건강하게 장수하는 이유라기보다는 노인들이 장수할 수 있는 특별한 것을 만드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사실 세화1리는 뚜렷하게 중산간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안도 아니고 특별할 것도 없고 오히려 소외되기 쉬운 곳이죠.”김석우 전 이장(52)의 말이다.
김 전 이장은 “세화1리가 건강장수마을로 선정되는 계기를 통해서 노인들의 오락거리를 마련하고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해 노인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사업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때 생각한 것이 먹으면서 건강할 수 있는 것, 바로 된장이었다”고 말했다.
세화1리에서 재배된 친환경 유기농콩과 3년 이상 간수를 뺀 천일염, 적절한 바람과 햇볕이 조화를 이뤄 만들어진 세화1리의 된장은 건강한 사람들이 건강하게 만드는 된장으로 그 맛이 여성 소비자들을 감동시켜 최근에는 2008 여성소비자가 선정한 프리미엄브랜드 대상까지 수상하는 쾌거를 안았다.
세화1리 건강장수마을 이미지와 결합하면 ‘도내오름 된장’이 우리나라 최고의 장맛으로 떠오를지도 모를 일이다.
# 수눌음____조냥정신은 마음의 평화, 건강의 원천
세화1리에는 콩만이 아니라 감귤은 물론이고 참깨, 더덕, 무, 유채 등 갖가지 밭작물 재배가 이뤄진다.
마을 어귀에서 만난 김만안 할아버지(78)는 주된 경제기반이 농업이었던 이유가 마을의 건강비결이었다고 말한다.
김 할아버지는 “사실 건강하게 오래 살아서 농사를 오래도록 하고 있는 건지, 늙었다고 게으름 피우지 않고 일하는 것을 운동 삼아 오래도록 농사를 짓기 때문에 건강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고 웃으면 말하고는 “우리 부락이 오래전부터 장수촌으로 유명은 했었다”고 귀띔한다.
“사람들이 노는 날이 없어요. 자기 농사를 지으면서도 사계절 수눌음으로 바쁜 사람들이 이 지역 사람들입니다. 대정 마늘밭으로, 구좌 당근밭으로, 감귤 과수원으로, 월동무 작업하랴, 수눌음과 조냥정신으로 살아온 사람들이죠.”
먹고 사는 문제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근심, 걱정이 없을 당시 일거리만 있으면 충만하고 행복했을 것 같은 세화1리의 순박한 사람들을 그려보고 있노라니 마음의 평화가 절로 생기는 것 같다. 그리고 이 마을 사람들의 근면, 성실함을 대표적으로 들려주는 김 할아버지의 마지막 한 마디. “여기서는 놀려고 해도 벗이 없어서 못 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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