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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형 인간 이야기 IV-죽음의 문턱에 서다

제주한라병원 2012. 2. 1. 10:56

2010년/10월

창조형 인간(人間) 이야기 IV
- 죽음의 문턱에 서다

 

이번 호에서는 우리가 창조형 인간의 한 모델로 살펴보고 있는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언급한 자기 인생의 위기 중 세 번째 이야기인, ‘죽음’에 관하여 들어보자. 다음 인용되는 부분들은 그가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밝혔던 이야기이다.  

 

“저는 1년 전쯤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아침 7시 반에 검사를 받았는데, 이미 췌장에 종양이 있었습니다. 그전까지는 췌장이란 게 뭔지도 몰랐는데요. 의사들은 길어야 3개월에서 6개월이라고 말했습니다.


주치의는 집으로 돌아가 신변정리를 하라고 했습니다. 죽음을 준비하라는 뜻이었죠. 그것은 내 아이들에게 10년 동안 해줄 수 있는 것을 단 몇 달 안에 다 해치워야 된단 말이었고 임종 시에 사람들이 받을 충격이 덜하도록 매사를 정리하란 말이었고 작별인사를 준비하라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불치병 판정을 받았습니다.(2005년 8월 연설 中)”

 

스티브는 2003년 10월, 췌장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췌장암은 가장 치명적인 암이지만, 다행히 스티브가 걸린 췌장암은 치료가 가능한 매우 희귀한 종류였다. “저는 마취상태였는데 나중에 아내가 말해주길, 현미경으로 세포를 분석해보니 치료가 가능한 아주 희귀한 췌장암이어서 의사들까지도 기뻐서 눈물을 글썽였다고 합니다.”


의사들은 수술을 하면 최소 10년 이상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스티브는 수술치료를 거부했다. 서양의학에 대한 불신으로 스티브는 식이요법을 통해 암을 고쳐보겠다고 선언했고 이후 몇 달간 애플의 경영진은 매우 힘든 나날을 보내게 된다.


만약 스티브가 암으로 갑자기 삶을 마친다면 애플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것인데, 이는 애플이 생산하는 모든 제품의 성능과 디자인, 심지어 애플 사옥 내의 인테리어 디자인도 스티브의 최종승인 없이는 결정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애플의 주주들이 스티브의 부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걱정거리였다. 어느 누구도 스티브를 대신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앞선 한 번의 부재(不在)에서 증명된 터였다.


스티브는 식이요법 치료만으로는 역부족임을 인정하고 2004년 7월 스탠퍼드대 부속 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된다. 수술 다음날 그는 이메일을 통해 자신이 죽음의 문턱까지 갔지만 수술로 암 세포를 제거했음을 알렸고, 다행히 애플의 주가는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저는 수술을 받았고, 지금은 괜찮습니다. 그 때만큼 제가 죽음에 가까이 가 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또한 앞으로도 수십 년간은 그렇게 가까이 가고 싶지 않습니다. 이런 경험을 해보니 ‘죽음’이 때론 유용하단 것을, 머리로만 알고 있을 때보다 더 정확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아무도 죽길 원하지 않습니다. 천국에 가고 싶다는 사람들조차도 그곳에 가기위해 죽고 싶어하지는 않죠. 그리고 여전히 죽음은 우리 모두의 숙명입니다. 아무도 피할 수 없죠. 그리고 그래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이 ‘죽음’이니까요. 죽음은 ‘인생들’을 변화시킵니다. 죽음은 새로운 것이 헌 것을 대체할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2005년 8월 연설 중)”

 

그러나 최근 2년 전부터 스티브의 체중이 많이 줄어들고 다시금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조짐들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한다. 한 예로 ‘뉴욕포스트’가 ‘스티브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보도를 내보낸 후 애플의 주가는 9% 하락하기도 했다.


스티브는 2008년 ‘포천’지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당신이 없다면 애플은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사람들은 행여 내가 버스에 깔려 죽기라도 하면 애플이 같이 죽어버릴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사태가 터지면 파티가 열릴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 없이도 최고운영책임자(COO)인 팀 쿡을 비롯한 여러 유능한 사람이 애플을 잘 이끌어나갈 것이다. 내가 애플에서 수행하는 업무 중에는 후계자를 키우는 것도 있다’라고 답한바 있다. 


현재도 스티브는 애플 CEO 직함을 유지하고 있고, 회사의 주요한 전략 결정에 여전히 참여하고 있다. 죽음의 문턱에 다녀온 스티브에게서 들어보는 죽음에 관한 성찰은 창조형 인간이기 이전에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서 삶을 어떤 자세로 살아나가야 할지에 대한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17살 때,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하루 하루가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산다면, 언젠가는 바른 길에 서 있을 것이다.’ 이 글에 감명 받은 저는 그 후 50살이 되도록 매일아침 거울을 보면서 저 스스로에게 묻곤 했습니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하려고 하는 일을 할 것인가? ‘아니오’라는 답이 계속 나온다면, 다른 것을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명심하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됩니다.


왜냐구요? 외부의 기대, 각종 자부심과 자만심, 수치스러움이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들은 ‘죽음’ 을 직면해서는 모두 떨어져나가고, 오직 진실로 중요한 것들만이 남기 때문입니다.(2005년 8월 연설 중)”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