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8월
창조형 인간(人間) 이야기 II
스티브 잡스는 몇 가지 측면에서 신화라고 평가받을만한 뛰어난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는 때로는 냉혹하고 인정사정없기까지 한 협상의 달인이다. 약간의 과장이 있긴 하겠지만 애플사 직원들이 혹여라도 스티브와 마주칠까봐 그와 겹칠 시간대에는 사내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는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그는 독재자형 보스이기도 하다. 무서운 폭군 스타일이면서도 잡스는 천재적인 혜안과 통찰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잡스는 언론과의 접촉을 즐기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포츈(Fortune)」지 등 오래전부터 그와 특별한 관계를 가져온 소수 언론사를 빼놓고는 인터뷰도 잘 하지 않는다. 그래서 애플사 직원들은 기자들의 취재에 응할 때 대체로 익명을 요구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그가 자신의 과거와 인생을 진솔하게 털어놓은 적이 있다. 2005년 8월 미 동부의 명문 스탠퍼드 대학의 졸업식장에서다. 졸업식 축사를 할 연사로 나선 잡스는 “나는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습니다. 오늘이 내가 대학 졸업식장에 가장 가까이 온 날입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인생에서 몇 번의 위기를 겪게 된다. 이날 연설에서 그는 자기 인생을 좌우한 세 가지 위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첫 번째 위기는 자신이 블루칼라 가정의 입양아로 자라다가 대학을 중퇴한 사연이다. 두 번째는 애플을 창업해 승승장구하다 서른 살에 자기가 설립한 회사에서 쫓겨난 사연, 그리고 마지막으로 애플에 복귀해 보란 듯이 성공하지만 완치가 거의 어렵다는 췌장암이라는 절망적 선고를 받고 나서 기적적으로 회복되기까지의 사연이다. 그는 어떻게 각각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나간 것일까?
“내 생모는 미혼의 대학원생이었기 때문에 나를 입양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생모는 내가 꼭 대졸 학력의 부모에게 입양돼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그래서 태어나기 전까지 난 변호사 부부에게 입양되기로 예약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막 태어나기 직전, 변호사 부부는 마음을 바꾸어 여자아기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2005.8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대학 졸업식 축사 중)
스티브의 친부인 압둘파타 잔달리는 시리아인이었는데 훗날 시리아에서 정치학과 교수가 됐다. 스티브의 친부모는 대학원을 마친 뒤 결혼했지만 결국 딸 하나를 낳은 후 이혼했다. 스티브의 여동생기도 한 이들의 딸 모나 심슨은 훗날 소설가가 됐다. 스티브는 성공한 뒤에 친모인 조안 쉬벨과 여동생 모나를 만나 좋은 관계를 유지했지만, 친모를 어머니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그에게 부모는 이미 세상을 떠난 폴 잡스와 클라라 잡스 뿐이었다. 폴과 클라라 부부는 툭하면 집안의 전자제품을 망가뜨리는 스티브를 전혀 말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아이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무엇이든 부수고 맞출 수 있도록 내버려두었다.
스티브는 고등학교에 다닐 때에야 비로소 자신이 입양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친부모가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그렇지 않아도 반항적이고 집요했던 스티브의 성격은 더욱 강해졌다. 그는 자신이 인생이 가치 없는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뭔가 확실하고 대단한 일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친부모에 대한 공허함과 슬픔을 잊기 위해 스티브는 컴퓨터에 몰입하게 된다. ‘취미로 컴퓨터를 조립하는’ 천재 엔지니어 스티브 워즈니악을 만난 것도 이 때쯤이다. 워즈니악 역시 대학 홈페이지를 해킹하다 콜로라도 대학에서 퇴학당한 괴짜였다. 그가 잡스보다 나이로는 다섯 살 위였지만 두 ‘스티브’는 곧 서로의 공통점을 확인하고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훗날 스티브는 워즈니악을 설득해 자기 집 창고에서 ‘애플’을 창업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스티브 잡스 역시 인생에서 여러 번의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다른 평범한 사람과는 달리 그는 그 위기를 기회로 탈바꿈시키는데 성공했다. 아마도 이것이 스티브 잡스의 ‘가장 남다른 점’ 또는 ‘가장 창조적인 점’일 것이다. 다음 회에는 그가 두 번째와 세 번째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창조하는데 성공하는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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