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9월
창조형 인간(人間) 이야기 III
- 자기가 세운 회사에서 쫓겨난 스티브 잡스
이번 호에서는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언급한 자기 인생의 세 가지 위기 중 두 번째 것을 살펴보기로 하자. 애플을 창업하여 승승장구하다 자기가 세운 회사에서, 자기가 쫓겨난 기막힌 사연이 바로 그것.
“우리는 열심히 일했고, 애플은 10년 만에 직원 두 명인 회사에서 종업원 4000명에 20억달러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애플은 최고 걸작품인 매킨토시를 출시했다. 나는 막 서른이 됐고, 그리고 해고당했다.”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사 中) 도대체 어떻게 스티브는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쫓겨나는 상황에 처한 걸까?
그는 놀라운 예측과 마케팅 감각을 갖고 있던 반면 너무 자기중심적이었다. 『포천』지(誌)의 표현을 빌자면 그는 ‘벤츠를 거리낌 없이 장애인 주차지역에 주차하는’ 사람이었다. 완벽주의자인데다 타협을 모르는 그는 신제품 개발과정을 일일이 간섭하며 직원들을 가혹하게 독촉했다. 사내에선 점점 그에 대한 원성이 높아져 갔다.
스물 여섯 살의 청년 스티브는 1982년 『타임』지(誌) 신년호 표지모델로 실리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지만 막상 기사를 본 스티브는 경악했다. 익명을 원한 애플의 한 직원이 그에 대해 “프랑스 왕이 됐으면 잘할 사람이다”라고 비꼬았고, 공동창업자인 워즈니악마저 “스티브는 회로판 하나, 코드 하나도 직접 만들지 않았다”고 그를 비난했다. 기사 속의 스티브는 뛰어난 엔지니어들을 영악하게 조종해 떼돈을 번 사기꾼 같은 느낌을 준 것이다.
때마침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종류가 적다며 소비자들마저 매킨토시를 외면하면서 경영실적도 내리막을 걷게 된다. 매킨토시 판매가 1984년 들어 월 1만대 이하로 떨어졌고, 스티브와의 갈등으로 워즈니악을 비롯해 유능한 엔지니어들이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다.
결국 그의 독선과 아집에 넌더리를 내고 있던 애플의 이사회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이사회는 스티브가 손수 펩시콜라로부터 1983년 영입한 마케팅 전문가 존 스컬리를 애플의 CEO로 임명했다. 뒤늦게 반란을 눈치 챈 스티브가 상황을 되돌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가 10년 동안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지켜온 회사를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이후 애플에는 몰락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애플을 떠난 지 10년 후인 1995년 애플은 컴퓨터업계 시장점유율 8%의 초라한 기업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애플이 몰락의 길을 걷는 동안 스티브는 좌절하지 않고 애니메이션 회사인 픽사(Pixar)를 설립, 새로운 도전에 뛰어든다. 그리고 결국 1995년 세계 최초의 3D 애니메이션인 '토이 스토리'를 개봉하기에 이른다. 역시 그는 새로운 것, 창조에 대한 도전을 멈출 수 없었던 것이다.
1997년 『타임』지(誌)에 이런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스티브 잡스의 임무: 애플을 살려내는 것’. 회사 안에서도 위기에 빠진 회사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은 잡스뿐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었다. 당시 애플 CEO였던 길 어밀리오는 회고록 『애플에서 보낸 500일』에서 스티브가 이미 1995년 자신을 찾아왔다고 회고했다. 자신이 애플에 복귀할 것이라며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여론에 떠밀려서였는지, 아니면 3년에 걸친 치밀한 계획의 결과였는지 스티브는 1997년 ‘임시(Intern) CEO’라는 직함을 달고 애플에 복귀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천재적인 경영을 펼치기 시작한다.
라이벌인 마이크로소프트의 후원계약을 이끌어내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맥에 탑재되기 시작했다. 또 컬러풀한 차세대 컴퓨터 ‘아이맥’, 디지털 음악네트워크 ‘아이튠즈’, 음악재생기 ‘아이팟’ 등을 연달아 개발해낸다. 스티브가 복귀한 지 3년 만에 내리막을 걷던 애플은 화려하게 부활하고 주가는 여덟 배 이상 오른다.
결국 2000년 애플 이사회는 ‘임시 CEO’였던 그를 정식 CEO로 임명했으며 스톡옵션 1000만주와 4000만 달러가 넘는 전용제트기를 선물하게 된다. 그러나 한때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듯 사용했던 임시 CEO(i-CEO)라는 직함은 이제 그의 새로운 직함으로 굳어졌다. i-CEO인 스티브 잡스는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등과 더불어 애플을, 아니 새로운 시대를 상징하는 CEO가 된 것이다.(다음 호에 계속)
'연재종료코너 > 안대찬세상만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조형 인간 이야기 V-스티브잡스에 대한 세상의 시선 (0) | 2012.02.01 |
---|---|
창조형 인간 이야기 IV-죽음의 문턱에 서다 (0) | 2012.02.01 |
창조형 인간(人間) 이야기 II (0) | 2012.02.01 |
창조형 인간(人間) 이야기 I (0) | 2012.02.01 |
이삭과 이스마엘의 화해 (0) | 2012.0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