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l-Being Well-Dying
연명의료팀
“연명의료 결정제도는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의사를 존중하여 치료의 효과 없이 생명만 연장하는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연명의료팀 소속 우리 두 사람이 환자 또는 보호자와 대면이나 유선 상담으로 하루에도 수십 차례 하게 되는 말이다. 우스갯소리지만 간혹 잠꼬대에 등장하기도 한다.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막는 ‘연명의료 결정제도’가 시행된 지 5년이다.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는 160만 명을 넘어섰고, 실제 연명의료 중단도 26만 건을 넘어섰다. 이는 웰 다잉(Well-Dying)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고 제도가 정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 병원 내 직원들의 제도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높다. 실제로 직원뿐만 아니라 가족들 중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분이 많으시고 연명의료 결정제도를 이용한 분들도 계신다.
그러나 실제 현업에 있는 우리로서는 아직도 부족한 부분과 개선돼야 할 부분을 체감할 수밖에 없다. 아직도 보호자 중 2인이 동의하면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하다거나 담당의사의 판단 없이 보호자의 요청과 연명의료 상담만으로 연명의료를 유보할 수 있다고 잘 못 알고 있는 경우가 흔하며,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보호자 간 합의가 안 되거나 오해로 분쟁이 발생하는 일도 다반사다. 물론 이 일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의 경우 쉽게 감당하기 힘든 상황을 늘 마주하게 된다. 어느 때인가 환자 보호자의 심한 오해로 인한 민원으로 경찰까지 출동했던 경험은 아직까지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좋고 즐거운 것을 접하고 싶어 한다.” 가정한다면 삶의 끝 지점에서 연명에 대한 판단을 돕고 있는 것은 일반적인 상황에서 조금 동떨어져 있다. 감사와 보람을 느낄 때도 있지만, 업무 특성상 삶과 죽음 그리고 생명에 대한 의미에 남보다는 조금 진지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명의료 유보나 중단이라는 것이 즐겁거나 유쾌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만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
연명의료 결정제도에 마주한 많은 이들을 보게 된다. 환자, 보호자, 주변 지인, 친지 분들 등 ······. 서로 손잡고 침묵하고 계신 분, 가족 분들끼리 진지한 대화를 나누며 환자를 위한 소중한 결정을 해나가시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심하게 다투며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 내시는 분들도 보게 된다.
아직 삶과 죽음을 얘기할 나이는 못되지만 한 사람이 삶을 마무리하는 것은 소중하고 엄숙한 일임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 앞에서 이루어지는 환자와 주변인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면서 환자분의 삶 전체를 생각해보게 된다.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은 “잘 산다는 것(Well-Being)과 잘 죽는다는 것(Well-Dying)은 결코 양분된 가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어쩌면 연명의료 결정제도 앞에선 많은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해야 될 진정한 가치는 잘 살아야 된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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