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라병원보 편집위원들이다.
매달 첫 주 목요일이면 짬을 내어 편집회의를 하며 병원보에 대한 의논의 시간을 갖는다. 코로나 19가 시작되고 힘듦이 일상을 지배하던 즈음, 편집회의를 마치고 우리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답답함과 안타까움에 나름의 위안을 찾고자 해외여행 모의를 하게 되었다. 2023년 봄이 완연해질 즈음, 끝이 없을 줄 알았던 펜데믹이 안정되기 시작했고 3년이라는 긴 터널만큼이나 모아진 돈도 충분했다.
가자! 3박 4일, 대만으로!
첫날은 국립고궁박물관과 용산사를 들르고 스린 야시장에서 닭튀김의 향수를 부르는 치파이를 먹었다. 아직은 젊다고 서로 우기면서 웃고 떠들며 고운 사진 박느라 정신없는 하루였다.
둘째 날, 기차타고 화렌으로 넘어가 태로각 협곡, 칠성담 해변을 거닐고 다시 돌아와 스펀에서 소원등을 날렸다. 여행은 맛집 투어가 대세가 아닌가?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닭날개 볶음밥을 음미했다. 이곳 일정 중 최상의 맛이었다.
셋째 날, 예류 지질공원에서 없어질 위기의 여왕바위와 아쉬운 한 컷 만남을 갖고, 겁이 절도 드는 험한 길을 따라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으로 유명한 복고풍 도시 지우펀에 들러 쉬이 볼 수 없는 경관에 감탄하며 쏟아지는 비속에서도 서로 인생 작품 만들 요량으로 사진에 매달렸다.
마지막 날은 타이베이 101 빌딩 전망대에 올라 아기자기한 내부와 도심을 조망하는 것으로 우리 병원보 편집위원 다섯 여인들의 첫 해외 나들이를 마쳤다.
돌아오는 내내 피곤함을 뒤로하고 깔깔거리며 여행의 여운을 만끽했다. 여행이라는 것은 어느 곳에 가는가 보다는 누구와 함께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지 않은가! 더욱이 몇 년간의 전쟁 같았던 코로나 현장에서 함께 고생하며 몸과 마음이 지쳐있었던 병원 동료들과의 여행은 스스로에 대한 위안이었을 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한 위로였기도 했다. 그간 같이 보낸 세월의 힘이었을까? 말없이 서로 곁에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상대방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우리 다섯 여인들의 여행은 그래서 더욱 소중한 시간이었음이 분명하다.
여행은 일상을 벗어나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고 직장, 사회, 가족들에게 받는 기대와 역할이나 무게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여행자 자신만의 시간이다. 거리낌 없이 평소에 감추어져 있는 진짜 나의 모습을 꺼내 놓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다섯 여인들은 요샛말로 찐 여행을 진심으로 즐겼다고 할 수 있겠다. 의미 없는 농담과 사소한 것에도 감탄과 웃음을 쏟아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웠던가! 다시 병원 근무를 시작할 생각에 살짝 두통이 밀려오는 듯하지만, 오랜 기간의 힘든 마음을 던져버리고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한 덕분인지 별로 신경 쓰이지가 않는다. 편하디 편한 마음이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생각은 각양각색이다. 우리 다섯 여인들도 어느덧 무엇을 보는가보다는 어떻게 보는가를 더욱 소중하게 느끼게 되는 나이가 돼 버렸음을 음미해 본다. 여행이라는 것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라고 한다. 어쩌면 우리 다섯 여인들은 몇 년간의 답답함과 반복되는 멋없는 일상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으로 출발해서, 새롭게 다시 소중한 일상을 시작하는 마음으로 돌아온 것이리라!
3박 4일 동안 같은 시간과 공간을 함께한 우리 다섯 여인들 모두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언제, 누구와 같이 가게 될지 모르지만 또 다른 곳으로의 힐링 여행을 다시 꿈꾼다. 언제나 그렇듯이 가장 좋은 것은 아직 오지 않았음을 믿어보면서…….
<입원간호팀장 조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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