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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매거진/제주의 새

송단(松檀)의 황새, 관학(􀀁鶴) 그들이보고싶다.

제주한라병원 2023. 3. 30. 14:36

 

 

 

황 새 Oriental Stork (Ciconia boyciana)

 

송단(松檀)의 황새, 관학(鸛鶴) 그들이 보고싶다.

 

황새는 세계적으로 3,000여 마리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아주 희귀한 물새다. 시베리아 동남부, 중국 동북부에서 번식하고 우리나라와 중국 동남부에서 월동하며 일부는 일본, 대만까지 날아가기도 한다. 예전에는 우리나라 전역에 번식하던 텃새였고 일부는 철새로 찾아와 겨울을 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전쟁 이후 1960년을 전후해 황새는 거의 자취를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 농약 사용으로 인한 농경지 생태 환경 변화는 먹이 감소와 서식지 축소로 이어졌으며,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오염과 무차별적인 밀렵 성행이 황새의 개체수를 급감하게 만들었다. 일례로 1971년 4월 충북 음성군에서 우리나라 마지막 황새 한 쌍이 번식하고 있다는 소식을 언론이 보도한 지 3일 만에 밀렵꾼의 총탄에 수컷이 죽고 말았다. 황새는 매년 같은 짝과 번식하는 습성이 있는데 죽은 짝이 돌아올 거라 믿었던 것인지 홀로 남게 된 암컷은 1973년까지도 무정란(수정이 되지 않아 새끼가 태어나지 않는 알)을 낳으면서도 고향을 떠나지 못하다가 1983년 11월 농약에 중독된 채 발견되었고, 회복한 이후 창경원(현 창경궁)과 서울대공원에서 살다가 1994년 9월에 쓸쓸히 생을 마감 하였다. 이렇게 인간의 탐욕스러운 욕심과 환경 파괴에 대한 무지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텃새로 번식하던 황새 집단은 1990년대에 이르러 우리나라에서 멸종되었다.

 

유럽에서는 황새가 아기를 생기게 해 준다고 여겨졌는데, 창조의 바다에 있는 아기를 황새가 사람에게 전해준다는 북유럽의 전설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황새가 건물 지붕 위에 둥지를 트는 경우 황새가 아기를 데려와 굴뚝으로 내려 보내 준다는 믿음으로 둥지를 지을 곳을 마련해주거나 보살펴 주는 문화가 있으며, 출산을 축하하는 카드에 아기가 든 광주리를 입에 물고 나는 황새의 모습을 그리는 경우가 많다. 여러 이유로 황새는 사랑과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황새는 황해도와 충청북도 부근에서 흔히 번식하던 텃새 중 하나였고 길조로 여겨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황새가 예로부터 흔한 새였다는 것은 소나무 위에 앉아 있는 황새를 ‘송단(松檀)의 황새’ 또는 ‘관학(鸛鶴)’이라 부를 정도로 선조들이 으뜸으로 쳤으며, 그림과 자수 등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훼손과 생태계 파괴 그리고 인간의 무지한 욕심이 그들을 떠나게 한 것이다.

 

제주는 새들의 천국이다. 많은 철새들이 사시사철 제주를 찾아온다. 겨울새들이 찾아와 추운 겨울을 보내고 봄이되면 다시 번식지로 이동하며, 여름에는 여름철새가 한라산계곡에서 번식 후 다시 월동지로 가기도 한다. 수많은 새들이 번식지와 월동지를 오가는 길목에 위치한 제주는, 힘겨운 여행 중에 잠시 쉬며 먹이를 찾아 체력을 보충한 후 다시 여행에 나서는 중간기착지로 매우 중요하다. 한반도에서 기록된 새들의 종류는 550종이다. 그중 제주에서 무려 415종이나 관찰된다. 이처럼 제주는 새들에게 있어 없어서는 안 될 곳이다. 하지만 많은 새들이 먹이를 찾고 쉴만한 습지가 부족하여 마음 편히 쉬지 못하고 있다. 물새가 쉴 습지가 사라지고, 많은 숲이 파괴되어 점차 서식할 환경이 없어지고 있다. 한번 파괴된 자연 환경을 다시 복원하기는 매우 힘들고 그곳에 야생동물들이 다시 찾을 확률은 거의 없어지게 된다. 한번 떠난 새들은 웬만해서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러한 제주에 드물기는 하지만 매년 겨울과 봄 사이에 황새가 관찰되고 있다. “핫핑크돌핀스”는 3월초 남방큰돌고래를 모니터링 하던 중 황새 한 마리를 발견하고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있는데 지난 1월부터 제주 서쪽 해안에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황새에게도 제주는 중요한 중간기착지가 될 수 있다. 제주 연안이 개발에 밀려 생태환경이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제주에서 살고자 찾아오는 황새들이 안타까운 울음소리를 내며 떠나지 않기를 바라며, 다시 야생에서 텃새로 편히 만날 수 있는 날을 기다려본다.

 

황새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서 최고위기 등급(EN)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 제199호,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