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라병원

이명아명,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자신의 몸처럼 돌본다

병원매거진/제주의 새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 雲雀․告天子

제주한라병원 2023. 5. 3. 15:46

 

종다리 Eurasian Skylark (Alauda arvensis)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 雲雀․告天子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종다릿과의 새는 모두 6종류로 쇠종다리, 북방쇠종다리, 종다리, 남방종다리, 뿔종다리, 해변종다리가 있다. 종다리는 주로 농경지나 초원 등에서 생활하는데 우리 조상들은 '구름에 있는 종다리'라는 뜻으로 운작(雲雀), 높은 곳으로 날라 올라서 고한다는 뜻으로 고천자(告天子)라고도 불렀다.

 

종다리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번식하는 흔한 텃새로 주로 탁 트인 평지나 농경지 등지에서 번식을 한다. 농경지 풀밭이나 보리밭 등지에 흙을 오목하게 파서 둥지를 틀어 3∼6개의 알을 낳고, 알을 품은 지 11∼12일이면 부화한다. 새끼는 부화한 지 9∼10일이 되면 둥지를 이소하여 어미로부터 먹이를 받아먹다가 독립한다. 식성은 잡식성이다. 식물성 먹이로는 주로 식물의 씨앗을 먹고, 동물성으로는 딱정벌레, 벌, 나비의 유충이나 매미, 파리, 메뚜기 등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다.

 

종다리는 다양하게 노래한다. 노래하는 것에 관한 한 가장 진화된 새로 알려져 있다. 영역을 알리는 노래, 사랑을 위한 노래, 둥지 주변에서 경계하는 노래 등을 분별하는 것이 가능하며 노랫소리의 레퍼토리도 다양하다. 놀라서 날아오를 때는 '삐르르 삐르르' 또는 '캬아 캬아' 하며 울고, 주변을 경계할 때는 ‘찌이지크 찌이지크, 쓰이 쓰이, 류우 류우 류우 류우'하는 소리로 지저귄다.

 

종다리의 깔끔한 소리 때문에 예부터 우리의 조상들은 종다리 소리를 듣고 날씨를 점치기도 했다. “종다리가 하늘 높이 올라가 울면 맑은 날씨가 계속 된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과학적인 원리를 담고 있다. 종다리가 하늘에 날아오르는 높이는 보통 70∼100m 정도다. 높이 올라 호버링을 하며 머무는 시간도 족히 2∼3분씩이나 된다. 같은 높이에서 울어도 공기 가운데 수증기의 양에 따라서 소리가 전달되는 느낌이 다르다. 수증기의 양이 많을 때는 지상으로 소리가 잘 전달되기 때문에 울음소리가 낮게 들리고 수증기가 적은 경우는 높게 들린다. 그러므로 종다리가 높이 날아올라 울고 있다는 것은 하늘에 수증기가 적고 고기압이 배치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그 때문에 소리가 높이 들리는 날과 그 다음날은 맑을 때가 많게 된다.

 

제주에서 종다리는 모슬포나 고산평야의 농경지에서 특히 많이 볼 수 있으며, 이곳에서 번식하는 개체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번식을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과 위험이 따른다. 새끼를 키울 때 어미 새들은 더욱 조심성이 많아진다. 공중에서 둥지로 바로 내려오지 않고 제법 멀리 떨어진 곳에 내려 주위를 살펴보고 둥지를 향해 걸어가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둥지를 찾을 때도 종다리가 내려앉아 걸어가는 곳을 눈여겨봐야 둥지를 찾을 수 있다.

 

겨울농사가 끝나고 여름농사를 짓기 전인 4월과 5월에 번식을 많이 한다. 몇 해 전 5월초 겨울감자 수확을 끝낸 밭에서 둥지를 틀어 알을 4개 낳은 것을 확인하고 “부화한 후에 다시 와 봐야겠다.” 생각하고 서둘러 발길을 돌렸는데 나중에 가보니 그만 밭이 갈아엎어져 있었다. 다음 농사준비를 하고자 밭을 정리한 것이다. 물론 둥지를 찾아 볼 수도 없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또 다른 곳의 둥지를 찾아 4개의 알 중 1개가 알에서 새끼가 부화 한 것을 확인 했지만 3일 만에 다시 가보니 새끼며 알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뱀이 다녀갔는지, 혹은 주변에 자주 보이는 까치들의 소행이 아닐까 싶기는 하지만…….

 

번식에는 이와 같이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새들은 번식을 하려고 하지만 농약의 사용으로 먹잇감이 없어지고, 도로의 개설로 농경지가 줄어들고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았는데 밭을 갈아 엎어버려 실패하는 경우도 있으며 간혹 농부들이 알을 가져 가버리는 경우도 있다. 종다리 둥지가 아까워 밭을 갈아엎지 말았으면 하지만 농부의 마음에 조그만 새의 모습은 안중에도 없어 야속하기만 하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라는 옛 시(詩)구절이 있다. 여기서 노고지리는 종다리의 옛 이름이다. 이처럼 종다리는 시로 지어 노래를 불렀을 만큼 우리 사람들의 삶 가까이에 자리 잡았던 새이다. 하지만 우리 농촌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던 종다리가 점차 사람들을 위한 도로와 건축물에 서식처를 내주고 있는 현실이다.

 

자연과 인간의 삶은 분명히 공유 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