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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매거진/제주의 새

조류의 귀족, 장수와 행복의 상징 鶴 - ‘재두루미’

제주한라병원 2023. 1. 31. 14:03

 

재두루미 White-naped Crane : Grus vipio PALLAS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두루미 종류는 두루미(멸종위기야생생물Ⅰ급, 천연기념물 제202호), 재두루미(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 천연기념물 제203호), 흑두루미(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 천연기념물 제228호), 검은목두루미(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 천연기념물 제451호), 시베리아흰두루미, 캐나다두루미 등이 있다.

 

두루미류의 새는 하나같이 쉽게 볼 수 없는 귀한 새들이다. 제주에서 두루미류에 대한 기록은 많지 않다. 두루미는 1968년 문헌(원병오 박사)에 관찰기록만 있었으나, 2021년 12월 한경면 용수리에서 어린 두루미가 잠시 내려앉아 먹이를 먹고 이동하는 것이 목격되었다. 아마 부모새들과 월동지로 이동하다가 낙오되어 제주를 찾은 듯하다. 검은목두루미는 2006년 11월에 한경면 용수저수지 상공을 선회 비행하는 모습이 관찰 되었다. 시베리아흰두루미는 2012년 11월 한경면 금등리에서 처음 관찰 되었는데 그해 성산읍 시흥리에서 겨울을 지냈으며 2016년 11월에는 한림읍 귀덕리 습지에서 겨울을 지냈다. 흑두루미는 제주에서 자주 관찰된다. 봄과 가을에 번식지와 월동지로 이동 할 때 제주도를 경유하여 이동하는데 많게는 3,000여 마리가 무리지어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간혹 많은 수의 무리가 내려앉아 하루 밤을 쉬고 이동하기도 한다.

 

재두루미는 2000년 12월 2개체가 대정읍 신평리 논에서 겨울을 지내고 이동한 기록만이 있을 뿐 제주에서는 여간 해서는 보기 힘든 새다. 적은 수가 월동하는 겨울 철새로 강원도 철원을 비롯해 경남 주남저수지, 충청남도 서산, 경기도 김포시 홍도평야에서 겨울을 지낸다. 하지만 김포시 홍도평야는 최근에 개발로 인해 아파트나 공장이 들어서고 있어 관찰하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재두루미는 제주에서는 볼 수 가 없어, 지난여름 군(軍)에 입대한 아들을 보러가는 김에 재두루미들도 보고자 강원도 철원을 다녀왔다. 재두루미는 우리가 ‘학(鶴)’ 이라 부르는 새다. 장수와 행복의 상징으로 여기며, 불로장생(不老長生)을 상징하는 열가지 동물(십장생)들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조선시대에는 고위 관직에 있는 사람들이 입던 관복에 두 마리의 학을 수를 놓았다고도 한다. 이름처럼 몸 색깔이 어두운 잿빛이며 눈과 이마 부분이 붉고, 꼬리는 흰색이다.

대부분의 두루미류처럼 대부분 가족을 이루어 생활한다. 그해 태어난 어린새 한 두마리가 같이 먹이를 찾는 모습을 쉽게 관찰 할 수가 있다. 이 두루미들은 시베리아, 우수리, 몽골 등에서 번식하고 우리나라에는 10월 하순경에 찾아와 이듬해 3월 하순에 다시 번식지로 이동한다. 이들은 주로 벼의 낟알이나 식물의 뿌리를 먹으며, 작은 물고기나 지렁이 새우 등도 잡아 먹기도 한다. 철원지역은 겨울철이면 영하의 날씨가 연일 계속 된다. 땅이 얼어붙고, 습지의 물이 얼어버리면 먹이를 찾을 수가 없게 된다. 영하의 추위도 힘들지만 먹이를 찾을 수가 없어 더욱 힘들게 된다. 이들의 이동거리는 상상을초월 한는데, 겨울에 먹이를 많이 섭취해야 번식지에서 번식 성공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철새들은 생존을 위해 쉼 없이 날아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우리 곁으로 온다. 이동을 위한 그들의 비행은 그야말로 투쟁이며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본능의 비행이다.

 

재두루미는 어렵게 강원도 철원을 비롯한 월동서식지에 계속 찾아오고 있지만 우리는 이들이 찾아오는 것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 볼 일이다. 철원 지역이 특히 그러한데 수많은 새들이 쉬던 곳에 개발의 바람이 불고 있어 필자는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어렵게 찾아오던 재두루미도 머지않아 철원을 외면하고 다시 찾지 않을 지도 모를 일이다. 수천 ㎞의 힘겨운 여행을 하며 힘겹게 우리나라를 찾아온 만큼 편히 쉬며 먹이를 찾을 곳이 꼭 필요하다.

 

가족단위로 먹이를 찾는 재두루미가 애지중지 새끼를 돌보는 모습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새는 항상 주변을 살피며 새끼한테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는다. 부모가 교대로 살피고 웬만한 위협요인이 없으면 자리에서 날지 않고 천천히 걸어서 피하기만 한다. 급박한 상황이 되면 부모새가 ‘꾸룩꾸룩’ 경계음을 내고 가족이 한꺼번에 날아올라 자리를 피한다. 날로 변해가는 환경에 재두루미들이 이리저리 쫓기는 모습이 안타깝다. 재두루미들이 우리나라를 잊지 않고 찾아올 수 있는 것은 부모새들로부터 학습된 덕분이다. 재두루미에게 위협이 되지 않고 안전한 환경이 보장될 수 있다면 계속해서 우리나라를 찾아오겠지만 마냥 장담만 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으로 그들이 내년, 내후년에도 계속 찾아오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