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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매거진/제주의 새

싱크로나이즈 공연을 하는 겨울의 진객

제주한라병원 2023. 1. 6. 13:58

 

고방오리 Narthern Pintail : Anas acuta

 

추운 겨울을 지내기 위해 철새도래지에는 많은 오리종류의 새들이 찾아왔다. 겨울에도 기온이 여간해서는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 제주도는 물이 얼지 않는다. 물속에 있는 먹이를 찾는 대부분의 물새들은 제주도는 겨울을 지내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다. 많은 오리들은 먹이를 찾는 방법에 따라 잠수(潛水)성과 수면(水面)성 오리로 분류 한다.

잠수를 해서 물속을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는 종류로는 댕기흰죽지, 흰뺨오리, 검둥오리사촌, 흰죽지, 흰줄박이오리, 댕기흰죽지 등등이 있다. 반대로 잠수를 잘 못하는 오리들은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알락오리, 넓적부리, 홍머리오리, 쇠오리, 청머리오리, 고방오리 등이 있다. 수면성 오리들은 기름샘이 발달하여 수시로 깃털에 기름을 발라주기 때문에 잠수를 하려 해도 털과 털 사이를 기름으로 막고 있어서 부력이 생겨 여간해서는 잠수를 할 수 없다. 잠수를 하지 않고 물위를 떠다니고 있어서 탐조를 갔을 때 다른 새들보다 쉽게 관찰 할 수 있기도 하다.

대부분의 오리류들은 사람들을 많이 경계를 하는 편이다. 조금만 다가가도 놀라 어느새 하늘가득 날아올라 저 멀리로 도망을 간다. 사람과 멀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유유히 물위를 떠다니며 먹이를 찾는다. 연신 엉덩이를 쳐들고(?) 물속에 있는 파래랑 물풀을 먹기도 한다. 수영경기 종목이 생각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바로 수중 발레인 싱크로나이즈(synchronize swimming)를 하는 것이다. 한 마리가 시작하면 옆에 있던 녀석들 모두 같이 머리를 물속에 넣었다 뺐다하며 공연을 한다. 아마 고방오리가 경기에 참가 한다면 10만점에 10점은 족히 받을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 고방오리는 잠수를 할 수 없다. 잠수를 할 수 없어서 먹이를 찾으려면 머리를 물속 깊은 곳으로 집어넣는다. 대부분의 새들이 마찬가지지만 고방오리 역시 꼬리깃 근처에 기름샘이 발달해 있어 이를 이용해 수시로 깃털에 기름을 발라놓게 된다. 깊은물에 있는 파래를 먹고 싶지만 잠수를 할 수 없어 이런 공연을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새들은 수컷이 화려하고 멋있는 깃털을 자랑한다. 오리류들중 가장 날씬하고 화려함을 자랑하며 귀티가 나는 오리가 바로 고방오리다. 암컷도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지만, 수컷의 긴 꼬리는 마치 뾰족한 창과 같다. 이 꼬리깃 때문에도 다른 오리들에 비해 쉽게 구별되는데, 화려하고 우아하며 아름답다. 크기는 약 75cm정도이며 다른 오리류에 비해 목이 가늘고 길어 보인다. 수컷의 얼굴과 뒷목은 짙은 갈색이고, 암컷은 몸 전체가 어두운 갈색이다. 다른 오리들은 둥그런 몸짓을 하지만 고방오리는 오리류들 중에 가장 날씬하고 잘생기고 다른 오리들에 비해 키도 클 뿐만 아니라 색도 아름다워 겨울의 진객이기도 하다. 자세히 보면 멋있는 신사복을 입고 철새도래지에서 제일 날씬하고 멋있음을 자랑하는 오리기도 하다.

이렇게 멋있는 모습을 보고자 하면 철새도래지로 가야 한다. 하지만 몇 년째 계속해서 AI(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철새도래지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어 멋진 신사복의 고방오리를 보기가 힘들어 지고 있다. 아직 제주에서는 AI로 인해 폐사되는 조류가 확인 되고 있지 않지만 일본의 흑두루미 월동지는 비상이 걸렸다. 일본의 최대 흑두루미 월동지인 이즈미에서는 연일 AI로 인해 폐사체가 발생하고 있어 조류 관계자들이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즈미에서 월동 하려던 흑두루미들 중에 일부는 일본에서 다시 북상하여 우리나라 순천만 철새 도래지에 피난을 오고 있다고 한다. 순천만에는 1500여마리가 월동 하지만 올해는 개체수가 늘어 5000여마리가 월동 하고 있다고 한다. 질병을 피해 피신해 온다고 학자들은 예상 하고 있다. 덩달아 제주에서도 조류인플루엔자가 유입될까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철저한 방역으로 조류인플루엔자를 극복하고 고방오리를 비롯한 철새도래지의 많은 새들이 무사히 겨울을 지내기를 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