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물떼새 Oriental Paratincole ( Glareola maldivarum )
보기 힘든 나그네새를 만나다.
새들의 이름은 크기나 모양, 형태, 몸의 색깔 등의 특징으로 이름이 지어진다. 외국의 서적에서 해석한 이름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관찰 되는 새의 종류는 500여종이 넘으니 어떻게 이름을 지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새삼 생긴다.
제비물떼새!
제비는 새를 모르는 사람도 봄에 찾아오는 반가운 새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흥부전에도 어렵게 살던 흥부에게 박씨를 물어와 복을 가겨온 아주 반가운 새로 알려져 있으니 모르는 이가 없을 듯하다. 날씬한 몸매에 하늘을 가르는 얇은 날개로 날아다니는 모습을 많이 보았을 것이며. 땅에 앉기 보다는 하늘을 나는 모습을 기억 할 것이다.
물떼새는 대부분 해안가나 저수지, 습지 인근에 서식하는 새들을 총칭한다. 그런데 사람들 인가 주변에 사는 제비와 습지에 사는 물떼새를 합해 놓은 이름의 제비물떼새는 선뜻 상상이 가지 않을 듯하다.
제비물떼새는 유럽남부, 아프리카, 아시아 남부에 분포한다. 부리는 짧고 끝이 아래로 휘어져 있으며, 다리도 짧은 편이다. 날개는 몸길이보다 길고 뾰족하며 날씬하다. 날아다니면서 곤충을 잡아먹는 새이기 때문에 앉아 있는 모습은 보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제주에서는 봄철 이동 시기에 간혹 관찰 할 수 있는데 초심자들은 보기가 쉽지 않다. 아주 희귀하게 통과하는 새이기 때문에 여간 해서는 보기 어렵지만 날씨가 도와준다면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올해 5월 5일 어린이날은 어린이들에게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날일 것이다. 역대 어린이날 중에 이런 날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루 강수량이 400mm를 웃돌기도 했으며, 강풍으로 인해 대부분의 비행기가 결항되어 제주를 찾아올 어린이 친구들이 오지 못하는 일이 발생 했다. 제주 어린이들도 야외로 나가 즐거움을 만끽해야 했어야 했지만……. 아마 모든 어린이들이 실망을 한 2023년의 어린이날이 아닐까 한다.
어린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필자와 같이 조류를 관찰하는 이들은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많은 비는 새들의 이동에 시야를 방해하여 비행에 어려움을 준다. 더불어 강풍까지 불어온다면 새들은 더더욱 이동 할 수 없게 된다. 필자와 같은 탐조가들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새를 관찰하러 간다. 이동 중에 불가항력으로 땅에 내려 앉아 비바람을 피하는 새들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 운이 좋다면 지금까지 관찰하지 못하던 미 기록 종을 볼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선택을 해야 한다. 제주의 서부지역인 대정과 고산, 용수를 돌아볼 것인가? 아니면 하도리와 종달, 성산을 돌아볼 것인가? 이 지역은 봄과 가을철에 이동철새들이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는 곳이지만 간혹 보기 드문 새들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비가 너무 내려 자동차의 와이퍼를 최대로 작동시켰지만 앞이 제대로 보이질 않는다. 해안가의 높은 파도를 보며 약간의 기대를 해봤지만, 바람이 심해 해안가에는 새들을 거의 볼 수가 없다. 어느덧 구좌읍 종달 해안가에 도착했지만 여기에도 새들이 없다. 바닷가에는 바람이 너무 강해서 새들이 쉴 수가 없을 것 같다. 방향을 돌려 주변 농경지로 들어섰다. 예전에 논이었던 곳이라 좁은 길에 물이 가득하다. 조심히 운전하며 농경지를 살펴보았지만 어디에서 바람을 피하고 있는지 새들은 보이지 않는다. “하~~ 오늘은 허탕이구나!”라고 생각을 할 즈음, 물이 고여 있는 밭에서 도요가 몇 마리 보인다. 역시 농경지로 피신해 왔구나 하며 쌍안경으로 살피기 시작 했다. 알락도요, 삑삑도요, 종달도요, 뒷부리도요, 밭종다리, 붉은가슴 밭종다리들이 보인다. 밭 가운데에 납작 엎드려 있는 새가 보인다, “어! 뭐지?”, “와~~” 제비물떼새가 바람에 흔들리는 몸을 납작 엎드려 있다가 옆으로 자리를 옮긴다. 애처롭게도 이마가 물에 흠뻑 젖어 있다. 바람을 피해 움직이다가 먹이를 찾는 모습도 보인다. 제주의 서쪽인 대정이나 용수리에서 보이는 제비물떼새를 종달리에서 보게 되다니. 이번 강풍 때문에 오랜만에 만나보는 제비물떼새다. 다른 새들도 힘겹게 바람을 피해 바닥에 엎드리기를 반복한다.
다행히도 다음날 언제 비바람이 불었는지 청명한 날씨가 되었고, 그들은 북쪽으로 번식지를 찾아올라 갔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붉은 립스틱을 바른 듯, 턱수염을 기른 듯, 날씬한 몸매의 제비물떼새들이 무사히 번식을 마치고, 남반구로 내려갈 때는 꼭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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