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은 서랍속의 음악 – 20주기 추모앨범 김광석, 다시
영원한 가객 ‘김광석’
95년 9월 23일 시민회관에서 공식적인 제주도 첫 단독 공연이 이뤄진다. 그 당시 사랑하는 나의 아내(연애시절)와 함께 맨 앞 열, 그것도 가운데 좌석에 앉아서 그의 공연에 매료가 된다. 목에 건 하모니카와 기타 하나만 가지고서 2시간 동안의 공연은 내 인생에서 지울 수 없는 최고의 시간이 되었다. 당시만 해도 지정좌석제가 아니라 선착순 입장을 하여, 오랜 시간의 기다림 끝에 좋은 자리를 얻게 된 것이다. 아내는 김광석이란 가수가 누군지도 잘 모른 상황이었지만, 그의 공연을 본 후 열렬한 팬이 되었다.
이 후에도 그는 진정성 있는 목소리로 많은 팬 층을 확보하고 있었고, 최단기간(약8개월) 1000회 공연이라는 기네스도 남겼지만, 이듬해 96년 1월 6일 아침뉴스에서 접한 그의 사망 소식은 너무나도 충격 적이었다. 한동안 멍했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직도 그의 목소리는 음반과 방송을 통해서 들려지고 있고, 지난 12월에는 KBS에서 과학기술을 이용한 ‘환생’이라는 2부작으로 그의 육성을 복원한 프로그램이 방송되기도 했다. 요즘 같은 어지러운 시국에 이렇듯 진중하고도 진정성 있는 목소리가 필요해서일까?…
2016년 말 김광석 사후 20주기를 맞이하여 ‘김광석, 다시’라는 리메이크 음반이 발매되었다. 이 음반은 고인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아낸 최초의 리메이크 앨범이고, 원곡 속 김광석의 목소리는 그대로 사용하면서 현대적인 편곡이 이루어진 음반이라고 볼 수 있다.
라인업을 살펴보면, 1,2번 트랙인 ‘너에게’는 ‘로이킴’과,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는 ‘정인’이 듀엣으로 참여했으며, 3번 트랙부터는 국내외에서 내노라하는 연주자들과 함께 피처링 방식을 통한 새로운 음악적 시도가 보인다.
바이올리스트 ‘강이채’는 ‘사랑이라는 이유로’를, ‘하림’은 ‘바람이 불어오는곳’을 아일랜드 집시풍의 연주로 여행하듯 연주하며, 펑크소울밴드 ‘커먼그라운드’의 ‘일어나’, 기타리스트 ‘한상원’의 ‘그날들’, 해금연주가 ‘신날새’의 ‘외사랑’, 트럼펫터 ‘이주한’의 ‘나무’, 반도네온 연주가 ‘고상지’는 ‘거리에서’를, 그리고 재즈 피아니스트 ‘밥 제임스’는 ‘서른 즈음에’를 끝으로 모두 10곡이 수록되어 있다.
김광석이 살아 있다면 아마도 이들과 함께 이렇게 노래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면서 감상하면 더 좋을 것 같다. 지금은 그의 새로운 노래는 들을 수 없지만, 이렇게라도 현대적 감각으로 주옥같은 그의 노래를 감상할 수 있게 되어 한없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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