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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송이 에델바이스 같은 ‘파두츠(Vaduz)'

제주한라병원 2016. 12. 27. 10:05

한 송이 에델바이스 같은 ‘파두츠(Vaduz)'
리히텐슈타인공국 파두츠


스위스 국경 부근의 라인 강 동쪽 비탈면에 위치한 수도 파두츠는 라틴어로 '사랑스러운 골짜기'라는 뜻이다.


짙푸른 하늘 아래로 그림 같은 집들이 서로 어깨를 나란히 맞대고, 드넓게 펼쳐진 녹초지에서는 귀여운 양떼들과 소 떼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산마루에는 일 년 내내 녹지 않는 만년설이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중에서도 알프스 한 귀퉁이에 조용하게 똬리를 튼 리히텐슈타인은 고결한 품격과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한 송이 에델바이스와 같은 나라이다.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이지만 유럽에서는 휴양도시이자 국민소득 10만 불이 넘는 부강한 나라로 유명하다. 교황이 머무르는 이탈리아의 바티칸과 산마리노 공국 그리고 프랑스 남부의 모나코 공국에 이어 유럽에서 네 번째,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작은 소국이 바로 리히텐슈타인이다. 공식 언어는 표준 독일어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스위스와 유사한 방언 독일어를 사용한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알프스가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를 거쳐 오스트리아로 이어지는 길목에 위치한 리히텐슈타인은 다른 나라에 비해 땅도 작고, 인구수도 현저히 떨어지지만 세계적인 예술품이 많이 소장된 곳이자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을 간직한 곳이다. 무엇보다 모나코, 안도라와 함께 대공이 집권하는 입헌군주국인 리히텐슈타인은 국가 예산 전체를 리히텐슈타인 대공 가문이 부담하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은 납세의 의무를 지지 않으며 1868년 군대가 해산되고 안보를 스위스가 책임지므로 병역의 의무도 없다. 덕분에 대공 가문에 대한 인기는 여전히 굳건히 유지되고 있으며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통치권을 지니고 있다.


리히텐슈타인의 수도인 파두츠는 인구 5000여 명 밖에 안되는 작은 도시이다. 

알프스로 둘러싸인 고즈넉한 도시, 파두츠 


작은 고추가 맵다는 우리의 속담처럼 리히텐슈타인은 인구 4만 명밖에 안 되지만 한 해 동안 국제특허를 1000건 이상을 출현할 정도로 창의성과 독창성이 아주 우수한 나라이다. 세계에서 살기 좋은 나라를 선정할 때마다 스위스와 함께 1,2위를 다툴 만큼 경치가 수려하고 사람들의 마음이 따뜻해 유럽인들에게는 여름철이나 겨울철에 휴양지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불멸의 천재인 악성 베토벤도 리히텐슈타인을 매우 사랑했다고 한다. 그는 잠시 동안 이곳에 머물면서 리히텐슈타인의 공비인 요제피네 소피아에게 직접 피아노를 가르쳐 주었으며, 그녀에게 내림 마장조 소나타 op.27-1을 헌정하기도 했다. 그 이외도 리히텐슈타인은 유럽의 많은 예술가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알프스의 에델바이스처럼 소중하고 귀하게 커 온 작은 도시국가이다. 특히 고인이 된 미국의 팝 황제 마이클 잭슨이 우연히 리히텐슈타인의 예쁜 엽서를 보고 이곳에 집을 마련한다는 소식으로 유명해졌으며, 얼마 전에는 이 나라를 다스리는 한스 아담 2세가 아들인 알로이스 왕자에게 왕권을 이양해 세계적으로 더 많은 관심을 얻기도 했다.


알프스와 포도 밭이 어우러진 풍경은 파두츠의 또 다른 멋스러움이다. 

리히텐슈타인 가문들의 거주지이자 이 도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고성.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국경 사이에 놓인 소국 리히텐슈타인은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가의 귀족인 리히텐슈타인 후작이 신성로마제국의 의회에 참석할 권리를 얻기 위해 개인적으로 사들인 땅이 현재의 소국이 된 것이다. 그 후 신성로마제국과 독일 연방으로부터 지배를 받다가 1866년에 독립한 뒤 왕이 있는 입헌군주제로 UN에 가입했다.


리히텐슈타인 가문은 가문명이 정식 국가 이름으로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나라에 속한다. 12세기 건국 초기의 가문 족보는 명확히 보존되어 있지 않지만, 13세기부터는 혈통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 지금까지 15명의 공(prince)을 배출했다. 현재 입헌군주로서 국가 원수를 맡은 한스 아담 2세는 제15대 대공이다. 1945년생인 한스 아담 공은 지금의 영토에서 태어난 최초의 대공으로 국민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 리히텐슈타인 가문이 현재의 수도 파두츠로 중심지를 옮긴 것은 1938년으로 비교적 최근이기 때문이다.


한스 아담스 2세는 내각해산권, 판사임명권 등 입법 사법 행정 3권에 관한 모든 권한을 갖고 있는 절대군주이다. 하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중세시대의 절대왕정과는 달리 국민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며, 국민들은 잘 정비된 사회복지시설을 바탕으로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구시가지 중심거리에서 만난 조각품. 

거울에 비춰진 알프스의 겨울 풍경. 


서울의 1/4 정도 밖에 안 되는 리히텐슈타인은 국토의 2/3가 중앙 알프스산맥의 일부인 레티콘 대산괴의 험준한 산들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수도인 파두츠는 2000미터가 넘는 알프스 산들로 둘러싸여 있어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알프스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신비감마저 안겨준다.


파두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16세기에 건축된 군주 요제프 2세의 고성.



단아하고 우아한 기품을 간직한 파두츠의 여행은 시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파두츠 성에서부터 시작된다. 현재 한스 아담스 국왕 가족이 머물고 있는 성은 리히텐슈타인을 대표하는 상징물이자 국민들의 강인하고 적극적인 국민성을 대변하는 건축물이다.


높은 언덕위에 요새처럼 우뚝 서 있는 파두츠 성은 14세기에 지어졌지만 중세시대 때는 허름한 창고로 이용되었을 만큼 어두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재 일반인에게는 개방되지 않지만 시내를 한 눈에 전망할 수 있기 때문에 여행자들은 꼭 이 성을 찾는다. 마을에서 좁은 골목길을 따라 예쁜 집들을 지나면 우거진 숲 사이로 좁은 산책로가 나온다. 이 길을 따라 20여 분 정도 가파르게 오르면 서서히 발 아래로 라인계곡, 왕자가 운영한다는 포도밭, 울긋불긋한 지붕, 목가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시내는 발로 둘러볼 수 있을 만큼 아주 작고 볼거리도 그다지 많지 않다. 그나마 이 도시에서 관심을 이끄는 곳은 루벤스와 렘브란트 작품을 많이 소장한 국립미술관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우표박물관이다. 특히 리히텐슈타인의 우표박물관은 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하다. 우표를 수집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리히텐슈타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우표일 정도로 우표는 이 나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것이다. 우표박물관 안에는 세계 최초의 우표부터 17-18세기에 유럽의 왕실에서 사용한 우편물과 중세시대 때 우편물을 취급하던 우체부의 복장과 운송수단 등이 함께 전시되어 그야말로 세계의 우표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 나라 재정 수입에 1/3을 차지할 만큼 우표로 인해 발생되는 소득이 엄청나다. 도시 곳곳에 뿌려놓은 알프스의 맑은 영혼들을 가지고 갈 수는 없지만 우리의 마음속 깊숙이 담을 수는 있다. 시간 앞에 잊혀지거나 사라지지 않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없다지만 알프스의 아름다운 자연의 美만큼은 몇 세대가 지나도 영원히 변치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