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했던 제국의 명성과 흔적이 살아 숨쉬는 도시
영원한 제국의 수도, 로마
▲ '포로'는 '공공 광장'이라는 의미로 또한 "포럼"이라는 말의 어원이 된 포로 로마노.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영원한 제국, 로마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책이다. 몽골제국, 카르타고 제국, 페르시아 제국 등과 함께 로마제국은 고대 인류사에 한 획을 그은 제국으로서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럽과 중동 그리고 지중해를 중심으로 로마가 거대한 제국을 형성한 역사적 이야기는 시공간을 초월해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단순히 제국의 이름만으로 역사책에 장식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건축기술과 사회생활의 필요한 시스템을 만든 로마는 ‘영원한 제국’이라는 칭호가 딱 맞는다. 이미 영화․드라마․책 등을 통해 로마가 가진 문화의 화려함과 로마인이 가진 창조적인 능력은 이미 세상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보편적인 지식이 되었다.
가톨릭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바티칸 시국에 있는 성 베드로 광장. | 오드리 햅번과 그레고리 팩이 주연한 영화 '로마의 휴일'의 배경지인 스페인 광장. |
영원한 로마를 뜻하는 ‘로마 아에테르나’는 고대 적부터 이 도시를 일컫던 말이다. 수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로마는 유럽 문화의 중심이었으며 위대한 역사적 사건들의 배경이 되어왔다. 최초의 세계도시이자 로마 제국의 수도였던 로마는 이후 절대적인 영적 영향력을 가진 교황들의 본거지가 되었다. 로마제국이 전성기를 누렸던 2세기 초에 로마의 인구는 백만을 넘어섰다. 기원전 753년 4월 21일에 테베레 강 유역의 팔라티노 언덕에 세워진 고대 도시가 로마의 기원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그곳에는 이미 라틴민족이 정착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제일 먼저 도시다운 모습을 갖춘 곳은 팔라티노 언덕과 퀴리날레 언덕, 그리고 두 언덕 사이에 위치한 카피톨리노 언덕 기슭의 포럼이었다. 기원전 387년 골 족의 침입으로 황폐해진 후 다시 재건된 로마는 로마제국의 수도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런 로마의 발전은 건축물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대규모 신전과 시민들을 위한 건물들을 짓는 공사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기원전 213년에는 도시에서 최초의 수도가 건설되었고 또한 최초의 포장도로인 아피아 가도가 완공되었다. 돌 사이에 회반죽을 채워 넣어 쌓아올리는 로마 특유의 건축방식이 개발된 것도 바로 이 시기였다. 로마는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재위BC27-AD14)의 시대에 더 큰 도약을 했다. 로마의 도시개조를 지휘한 황제는 “벽돌의 도시 로마를 발견해 대리석의 도시로 변모 시키겠다”라고 선언한 이후 캄푸스 마르티우스에도 건물을 지어 도시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로마의 원형 경기장으로 불리는 콜로세움, 카라칼라 목욕탕 등이 바로 이 시기에 만들어진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그러나 네로(54-68)황제 때에 일어난 대화재로 도시의 대부분이 파괴되었다. 로마의 발전은 2세기에 정점을 이루었다. 그 후 로마 제국은 동로마 제국(비잔틴 제국)으로 분리되어 오스만 튀르크에 의해 멸망하기 전까지 세계사에 큰 자취를 남겼다.
1대 교황 베드로의 이름을 딴 성 베드로 성당의 천장 돔. | 교황 클레멘스 13세 때 니콜라 살비가 설계한 로마의 명물, 트래비 분수 |
수많은 수식어와 단어들을 나열하여도 역부족일 만큼 영원한 제국 로마가 가진 유물이나 유적은 셀 수 없을 만큼 즐비하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야외박물관을 방불케 하는 로마를 설명하는 데 영화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 것이다. 로마를 배경으로 수천 편의 영화가 만들어져 과거의 로마와 현재의 로마가 다양한 시각으로 표현되고 있다. 아주 상투적이고 진부한 영화일지 모르지만 윌리엄 와일러 감독이 만든 두 편의 영화 ‘로마의 휴일’과 ‘벤허’는 로마를 진면목을 한껏 보여준다. 그 중에서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종종걸음으로 스페인 광장 계단을 내려오고, 그레고리 펙의 등을 꽉 붙잡고 스쿠터로 도시를 질주하는 오드리 햅번의 모습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 풋풋한 연인들의 감정을 간직한 로마에 대한 그리움을 가중시킨다.
영원한 제국의 수도에 머무는 동안 여행자들의 눈과 마음은 너무나 분주하다. 고대 시대 공공 시설물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원형경기장 콜로세움을 비롯해 기원전 27년 아그리파가 세운 판테온, 로마에서 가장 유명하고 오래된 포로로마노 광장 등은 로마제국의 전성기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그러나 이들보다 여행자와 현지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스페인 광장과 트레비 분수다. 로마에서 가장 활기가 넘쳐나는 스페인 광장은 수십 개의 계단 위에 연인, 가족, 친구들이 정답게 담소를 나누며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햅번(앤 공주)이 했던 것처럼 맛있게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손에 쥐고 저마다 추억을 더듬고 있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또한 멀리서 보면 하나의 조각품으로 보이는 트레비 분수는 바로크 양식의 최대 걸작품이라고 평가 받는다. 무엇보다 수많은 사람들은 트레비 분수와 얽힌 전설 때문에 화려하게 장식된 넵튠 분수 근처에서 동전을 던지며 로마가 빚어내는 귀족적인 분위기를 마음껏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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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바티칸 미술관 내부. | 로맨틱한 분위기가 일년 내내 펼쳐지는 트래비 분수. | '거대하다'라는 뜻의 콜로세움은 1세기 때 건축된 것이며, 수용인원이 5만 5000명. |
분수를 등지고 서서 동전을 한 개 던지면 다시 로마에 올 수 있고, 두 개를 던지면 사랑이 이루어지고, 세 개를 던지면 이혼하게 된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 때문에 사람들이 각자 원하는 만큼의 동전을 던져 분수 바닥은 각 나라의 동전들로 가득 차 있다. 이처럼 로마는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만 바뀌었을 뿐 50년 전 영화가 현실 속에 그대로 정지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로마는 우리 인간의 발자취를 충분히 느끼게 할 만큼 다양한 표정과 인상을 지니고 있다. 물론 옛날에 비해 오늘날의 로마에는 수백 만 명의 사람들이 살기 때문에 교통체증과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과거 화려했던 영원한 로마 제국의 명성과 흔적들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로마를 여행하다 보면 도시가 주는 모든 것들을 철저하게 다 받아들이고 싶어진다. 화사하게 피었다가 져 버린 로마 제국의 자취와 현대를 열심히 살아가는 로마 시민들의 넉넉한 웃음 속에서 여행의 에너지를 얻게 된다. 그래서 트레비 분수의 마술처럼 동전 한 개를 던지고 떠난 로마가 마음속에서 잊힐 때쯤이면 다시 돌아와 동전 한 개를 던지며 로마와의 끈질긴 인연을 이어 가는 것이다. 한 번 로마에 와서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사람이라면 트레비 분수를 향해 동전을 던지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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