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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웅장함과 신비가 살아 숨쉬다

제주한라병원 2016. 9. 28. 09:11

자연의 웅장함과 신비가 살아 숨쉬다
미국 그랜드캐니언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된 그랜드 캐니언은 콜로라도 강의 침식 작용에 의해 생성되었다.


40도가 웃도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자동차로 5시간 달려가면 미국에서 가장 원시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그랜드캐니언에 도착한다. 미국 여행지 중 두 번째로 많이 찾는 그랜드캐니언은 미국인들의 자존심과 자부심이 공존하는 땅이다.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애리조나 서북부의 광대한 협곡을 국립기념지(national monument)로 지정한 뒤 이곳을 “자연의 위대한 불가사의를 우리 후손 모두를 위한 명소로 보전하자”고 외쳤다. 이처럼 그랜드캐니언은 대통령이 나설 만큼 미국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신비의 협곡이다.


‘지질학의 보고’라고 불릴 만큼 자연사 박물관을 연상케 하는 그랜드캐니언은 지금으로부터 약 수억 만 년 전 이 일대를 포함한 넓은 지역이 지구의 지각 변동에 의해 바다가 융기를 하면서 형성됐고, 약 4000만 년 전 콜로라도 강에 의한 침식이 진행되어 약 200만 년 전쯤에 현재와 같은 모습이 되었다. 현재에도 침식작용은 쉴 새 없이 진행되고 있어 매일 똑같은 협곡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마치 하늘에서 보면 거대한 용이 꿈틀대는 형상을 지닌 그랜드캐니언은 복잡하게 깎인 협곡과 평지 위에 우뚝 솟아오른 산 그리고 깎아지른 절벽 등이 어우러져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자연의 신비감을 그대로 보여준다. 협곡의 길이는 446km로 우리의 남한보다 길며, 폭은  0.2~29km이고, 깊이는 평균 1500m이다. 환상적인 모양과 빛깔을 발산하는 이 협곡은 1540년 이 지역을 조사한 유럽의 코로나도 탐험대에 의해 처음으로 발견됐다. 그 후 1776년 성직자인 프란시스코 가르세스를 비롯한 스페인 탐험대가 그랜드캐니언을 다시 찾았고, 미국은 1856년에 그랜드캐니언 공식 탐사단을 보내게 되었다. 지금의 모습은 1869년에 남북전쟁 영웅 존 웨슬리 파웰이 탐사단을 조직하여 70일간 콜로라도 강을 따라 탐험한 뒤 세상 밖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미드 호수의 아름다운 풍경.  

영화 ‘슈퍼맨’에 등장한 후버 댐은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와 함께 대공황 시절에 건설되었다. 

사우 림에서 바라다 본 그랜드 캐니언의 웅장한 모습. 



붉은 색을 띄는 협곡의 이미지는 눈으로 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자연의 색채가 신비롭다. 파월 호수에서 미드 호수까지 강을 따라 뻗어 있는 90km 가량의 협곡이 그랜드캐니언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깔을 뿜어낸다.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 황갈색, 회색, 초록색, 분홍색 등 독특한 지층의 색깔들이 서로 조화와 대립을 이뤄 자연의 미학을 한껏 자랑한다. 이런 색깔은 서로 다른 시간대의 퇴적층이 거센 콜로라도 강물에 의해 깎여나가면서 그 모양과 빛깔이 천차만별로 생성된 것이다.


네바다 주의 화려한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그랜드캐니언의 관문인 애리조나 주 플래그스태프까지 가는 길은 척박한 사막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눈으로는 완만하게 보이는 이 길은 사실 2000미터 넘는 고원지대이다. 3000미터부터 고산증이 있기 때문에 다행스럽게도 그랜드캐니언 여행은 무더운 더위만 이겨내면 별다른 문제없이 여행이 가능하다. 그랜드캐니언의 여행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협곡의 절벽을 따라 마련된 전망대에서 거대한 자연의 힘을 바라보는 코스가 있고, 다른 하나는 협곡으로 직접 내려가 발로 걸으며 여행하는 트레킹이 있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자동차를 타고 절벽 가까이에 마련된 다양한 전망대에서 그랜드캐니언을 감상한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인디언의 삶의 흔적이 남아 있는 협곡 밑으로 내려가 뙤약볕을 등지고 천천히 이동하며 그랜드캐니언의 진면목을 몸으로 직접 느낀다. 그 이외도 경비행기를 타고 1시간가량 협곡 바로 위를 날면서 여행하는 비행기 투어와 콜로라도 강의 힘찬 물줄기를 따라가는 래프팅도 있다. 그러나 보통 여행자들은 전망대에서 협곡을 감상하고 사진을 찍고 절벽을 따라 난 산책로를 걷는 것이 일반적이다.


프로펠러 경비행기를 타고 그랜드 캐니언을 둘러보는 것은 또 다른 여행의 백미이다.


1919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그랜드캐니언의 여행의 중심은 사우스 림(South Rim, 남쪽 가장자리)이다. 물론 북쪽에서 전망할 수 있는 노스 림(North Rim, 북쪽 가장자리)도 있지만, 노스 림에서 광활한 그랜드 캐니언을 조망하는 사람들은 10%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노스 림은 눈이 내리는 겨울철에는 입장이 제한되고 눈이 아니더라도 노스 림까지 가기 위해서는 교통이 불편해 많은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지 않는다. 그러나 불편함을 감소하고 노스 림을 찾게 되면 사우 림보다 지대가 높고 숲이 울창해 남쪽에서 보는 그랜드 캐니언과 달리 색다른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노스 림은 현지인들을 제외하고는 찾는 이가 극히 드물다. 하지만, 편리한 교통과 관광시설이 잘 갖춰진 사우 림은 그랜드 캐니언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일 년 내내 언제나 사람들의 발길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사우스 림은 그랜드 캐니언 빌리지(Grand Canyon Village)를 중심으로 서쪽은 허미츠 레스트(Hermits Rest), 동쪽은 데저트 뷰(Desert View)로 나뉜다. 웨스트 림이라고도 불리는 허미츠 레스트는 빌리지에서 12km의 코스로 그랜저 포인트(Grandeur Point)와 야바파이 지질 박물관(Yavapai Geological Museum) 등 아름다운 뷰포인트가 도처에 널려 있다. 또한 오른쪽의 이스트 림은 빌리지에서부터 데저트 뷰까지 40km에 이르는 코스로 마더 포인트(Marther Point), 야키 포인트(Yaki Point), 야바파이 포인트(Yavapai Point), 리판 포인트(Lipan Point) 등 그랜드 캐니언에서 가장 훌륭한 뷰포인트가 많아 언제나 여행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한 해 450만 명이 찾는 그랜드 캐니언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로 전혀 손색이 없다.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른 히말라야와 정반대로 땅으로 움푹 파인 협곡의 모습은 그 어떤 형용사를 동원한다 해도 설명할 수 없는 자연의 위대함이 담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