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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역사가 살아 숨 쉬다

제주한라병원 2016. 10. 27. 09:32

신화와 역사가 살아 숨 쉬다
그리스 아테네


국회의사당 앞에서 매시간 마다 진행하는 근위병 교대식.


뭉게구름이 산허리를 휘감고 천사가 구름 위를 날며, 화려한 테라스에서 바람과 구름을 벗 삼아 미천한 인간 세상을 바라보는 올림포스 신들. 이 모든 것이 신화와 전설 속에 살아 숨 쉬는 도시가 바로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이다. 신화와 역사의 도시로 유명한 아테네는 그리스 신화 12명 중 지혜와 지식을 상징하는 ‘아테나’ 여신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이 도시는 2500년 전부터 도시국가인 폴리스(Polis)를 형성해 선진 의식을 바탕으로 도시국가의 리더로서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리스 전체 인구 1/3이 모여 사는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 해마다 수백만 명의 관광객들이 신화의 세계를 경험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민주주의의 요람’이라 불리는 아테네는 수천 년의 과거와 현재가 서로 공존하며 만들어낸 다양한 이미지로 가득 찬 도시이다. 실제로 유럽과 중동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아테네는  먼 옛날부터 여러 민족이 섞여 살면서 저마다 독특한 문화를 서로 교류하며 발전해 왔다. 게다가 아테네에서 벌어지는 과거와 현대의 끝없는 충돌은 흥미로운 미래 세계를 연출한다.





아크로폴리스에서 가장 신성한 장소 중의 하나인 에렉티온 신전. 

국회의사당은 민주주의 발상의 상징물이다.  

그리스의 초대왕 오토의 왕궁이었던 건물. 지금은 국회의사당으로 사용하고 있다. 


제우스 신전, 디오니소스 극장, 아크로폴리스 등 고고학적인 유적지와 강철로 지어진 세련된 도시 건물들이 나란하게 서 있는 모습은 21세기 아테네의 정체성을 한눈에 보여준다. 수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아테네 중심의 플라카 광장은 시대를 초월한 비잔틴 교회와 모스크 그리고 중세시대의 웅장한 집들이 들어서 있고, 주변에는 최신 스타일의 레스토랑이나 카페들이 어우러져 재미있는 새로운 도시의 이미지를 엿보게 한다. 거리에는 제각기 다른 길을 가는 인파로 넘쳐나고, 시장에는 형형색색의 공예품과 이국적인 지중해의 향이 코를 자극하는 음식들이 여행자들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 해가 지면 사람들은 클럽, 카페, 레스토랑 등이 많이 들어선 유흥가 가지(Gazi)와 엑사르히아로 모여 아테네의 아름다운 밤을 만끽한다. 이렇듯 고즈넉한 역사와 전통에 둘러싸인 아테네에는 기원전 그리스의 전통문화와 21세기 문명이 함께 공존한다.


그러나 아테네의 진정한 여행의 의미는 인류사의 한 획을 그은 화려한 그리스 문명을 만나는 것이다. 인간의 지성과 감성이 무거운 세월만큼이나 켜켜이 쌓인 이 도시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단연 신전과 아크로폴리스다. 비록 이곳은 서유럽의 변방 도시로 전락했지만, 시간과 돈으로 절대 살 수 없는 인류역사의 흔적들이 도시 곳곳에 남아 있어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스 고대철학자들의 동상으로 장식된 국립도서관. 

파르테논 신전은 전쟁과 지혜의 신이자 아테네의 수호신이기도 한 아테네 여신을 모시던 곳. 


우선, 아테네 시내 중심지인 플라카 광장 근처에 길이 110m, 폭 44m의 거대한 제우스 신전이 육중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과거엔 기둥이 104개나 되는 아주 큰 신전이었으나 어두운 전쟁역사의 그늘에 가려 작은 흔적만이 쓸쓸히 남아 아테네 시내를 지키고 있다. 제우스 신전을 둘러 보고 나면 눈은 어느새 작은 언덕 위에 모진 풍파를 겪으며 늠름한 모습으로 그리스의 문화아이콘이자 세계문화유산 1호인 아크로폴리스로 향한다. 아크로(Acro)는 ‘높다(High)', 폴리스(Police)는 ’도시(City)'로 ‘높은 곳에 있는 도시’라는 뜻으로 B.C 6세기경에 건설된 도시이다. 아크로폴리스는 서울의 남산보다 높이 면에서 낮지만, 이 도시에서는 비교적 높은 편에 속하는 언덕이다. 아크로폴리스 입구엔 B.C 432년~437년 사이에 지어진 ‘프로 필라이아(지붕이 덮인 입구로서 중앙 누각은 도리아식, 좌우 날개는 이오니아식 기둥으로 만들어진 건물)’가 있는데, 이곳에 들어서면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역사 속으로 빨려 가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아크로폴리스의 진정한 주인, 파르테논 신전.


프로필라이아를 지남과 동시에 눈앞에는 그리스 신화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진다. ‘페리클레스(고대 아테네의 정치가이자 군인)’가 여신 아테나를 위해 만든 ‘파르테논 신전’이 너무나 늠름하고 장엄한 모습으로 아크로폴리스 중심에 서 있다. 파르테논 신전은 페르시아 전쟁 때 파괴됐지만, 전쟁 후 50년이 지나 조각가 페이디아스 감독 아래 B.C 438년에 완성된 건물이다. 신전을 보는 순간 이것이 정말 2천년을 넘게 역경의 세월을 헤치고 이렇게 서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위용이 대단하다. 물론 전쟁으로 인해 내부는 파손됐지만, 껍데기만 남은 외형만으로도 신전의 안정된 비례와 장중함은 고대 그리스 건축기술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파르테논 신전 옆으로 전쟁의 역사와 세월의 힘에 부서진 아테나 신전과 에레흐테온(여섯 명의 여인상이 조각된 기둥이 인상적이며, 이 신전 안에는 신화에 나오는 ‘포세이돈의 우물’이 있다.)이 그리스의 슬픈 역사를 보여 주고 있다.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동안 마치 아테네와 페르시아 간에 치열했던 전쟁의 상흔이 머릿속을 헤집고 나간다. 신화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던 아테네는 유럽에서 주류가 아닌 비주류 도시로 전락했지만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계기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비록 작은 수도 아테네이지만 이곳은 인류사에 큰 궤적을 남긴 철학과 이성이 분수처럼 계속 솟아나고 세계인들의 영원한 이성의 모태가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