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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과 흥미를 준 디카프리오의 ‘비포 더 플러드’

제주한라병원 2016. 11. 28. 14:06

공감과 흥미를 준 디카프리오의 ‘비포 더 플러드’

지난 10월 31일 밤 늦게 TV를 보던 중 ‘비포 더 플러드’라는 제목과 함께 출연 배우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라는 자막이 나와 흥미롭게 시청했습니다. 처음엔 디카프리오가 나온다고 해서 오락물 영화인지 알고 보았는데 내용은 지구 환경보호에 관한 다큐멘터리어서 채널을 돌릴까 했지만 잠시 지켜보니까 상당히 흥미와 공감을 주었습니다.


비포 더 플러드'(Before the Flood=노아 홍수 이전)는 아카데미 수상 경력의 피셔 스티븐스 감독과 환경운동가이자 UN 평화대사로 활동 중인 디카프리오가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3년 동안 5대륙과 북극을 직접 오가며 기후변화 문제로 인한 환경 피해 지역의 처참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 위기에 처한 태평양의 섬나라 키리바티 공화국, 각종 생활용품의 재료로 쓰이는 팜유를 생산하기 위해 열대우림의 80%를 불태워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인도네시아 등을 직접 찾아갔습니다.   


또 반기문 UN 사무총장을 비롯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프란치스코 교황,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세계의 리더와 저명한 과학자, 환경운동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범세계적 차원의 노력이 시급함을 강조합니다.


그는 지난 4월 뉴욕 UN 본부에서 열린 파리 기후변화협정서명식에 참석해 "해수면이 상승해 미국 마이애미의 거리가 물에 잠기고, 그린란드와 북극에 있는 고대의 빙하들이 과학의 예측보다 빠르게 사라지는 광경은 충격적이었다"며 "지금 바로 지구를 보호하지 않으면 우리와 살아있는 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역사가 될 것"이라는 내용의 연설도 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11월 6일 캘리포니아 헐리우드에서 열린 '헐리우드 필름 어워즈'에서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습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세계가 뜻을 모은 파리 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이 지난 11월 4일부터 정식 발효됐습니다. 협정은 지구의 대기온도 상승폭을 1.5도 이하, 적어도 2도 아래로 묶어두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합니다.
당사국들은 교토의정서가 만료되는 2020년부터 파리협정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고 5년마다 이행상황을 평가, 목표를 재조정하기로 했습니다.


현 기후체제(교토의정서)가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우고 있어 지구 온난화를 막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지난해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는 프랑스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정에서 새로운 기준을 채택했습니다.


197개 당사국 중 미국, 중국, 인도, 유럽연합(EU), 캐나다 등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5% 이상을 차지하는 55개국 이상이 국내 비준을 마치면서 발효 조건이 갖춰졌습니다.      


한국도 협정 발표 하루 전인 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비준 동의안이 통과돼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합니다.


뉴욕타임스는 파리협정을 분석하며 "낮은 목표(2도)를 달성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급증하는 화석연료 소비량을 대체할 방법이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의 석유 소비는 10년마다 2배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연료 뿐 아니라 경제력을 갖춘 중국 등 신 선진국 국민 수백만 명의 항공 이용이 급증하면서 항공 연료 소비가 급증하고 연료 소비가 큰 트럭 판매는 개발도상국에서 급등하고 있습니다.


대안으로 전기 자동차 개발과 상용화가 급물살을 타면서 판매량이 지난 5년 동안 11배 증가했지만 여전히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1%보다 안됩니다.


프랑스의 거대 석유•가스기업 토탈의 파트리크 푸얀 회장은 "2025년까지 전기 자동차는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3분의1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세계의 석유소비량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탄소세'로 불리는 재정적 제한 역시 효과도 미미합니다. 화석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세를 부과하는 제도지만 관련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은 1t 이상에 100달러(약 11만5000원) 수준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앙헬 구리아 사무총장은 "탄소에 더 크고 부담스러운(a big, fat) 금액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타임지는 이날 정치적인 측면에서 파리협정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미국 대선에서 셰일가스 개발 확대를 주장하는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이 파리협정에서 발을 뺄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협정 자체가 힘을 잃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지구 온난화가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지속될 경우 남극의 얼음이 급속히 녹으면서 21세기말 쯤 전 세계 해수면이 1m 넘게 상승하고, 북극 해빙까지 합치면 2100년쯤 해수면이 2m 가까이 높아질 전망이라고 미국 연구팀이 네이처 지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주장하고 있습니다.


‘비포 더 플러드’가 많은 사람들에게 지구 환경 보호에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갖게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