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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몰라요” 故 하일성 위원이 남긴 어록

제주한라병원 2016. 10. 27. 09:05

“야구는 몰라요” 故 하일성 위원이 남긴 어록

야구는 어느 쪽이 이길 지 모르는 경기입니다. 강팀이 이기는 게 당연한데 뜻밖에 달라지는 게 많은 경기이고 흐름이 영 딴 방향으로 바뀌는 경우도 잦습니다. 그래서 야구 보는 맛도 재미있고 인생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9회말 투아웃 이후에도 승부가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뉴욕 양키스)는 “끝날 때까지 끝나봐야 안다”는 명언을 했고 유명 방송 해설위원이었던 하일성 위원은 “야구 몰라요!”라는 유행어를 남겼습니다.


2016년 프로야구(KBO) 정규리그가 지난 10월 8일 끝나고 요즘은 한창 포스트시즌 승부를 펼치고 있습니다. 올시즌 총 720경기의 대장정을 치르고 ‘가을 야구’에 올라간 5강은 전문 야구인들의 예상과는 달랐습니다.


1위 두산 베어스와 2위 NC 다이노스는 시즌 전부터 5강은 물론 우승 후보로 불렸던 팀들이지만 3위 넥센 히어로즈와 4위 LG 트윈스, 5위 KIA 타이거즈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6위 이하 하위권으로 꼽은 팀이었습니다.


넥센은 강타자 강정호, 박병호, 유한준 등이 미국이나 다른 팀으로 떠나면서 공격력이 약화된데다 투수 밴헤켄의 일본 진출과 마무리 손승락의 롯데 이적, 조상우 한현희의 수술로 인해 투-타가 모두 크게 약해졌습니다. 심지어 9위로 예상하기도 했고 LG와 KIA는 지난 해에 부진했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습니다.
한화와 롯데가 유명한 자유계약선수(FA)를 영입해 전력을 보강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리라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5강으로는 두산, NC, 한화, 삼성, 롯데 등이 ‘가을 야구’에 참여할 것으로 내다 봤습니다.
특히 하위권에서 맴돌던 한화는 지난 3년간 600억원이란 거액을 투자해 다른 팀의 FA 선수를 영입하고 항상 최강팀으로 만든 경험이 많은 김성근 감독을 영입해 가장 전력이 탄탄한 팀으로, 우승 후보로 본 야구인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결과는 딴판이었습니다. 한화는 시즌 시작부터 꼴찌에서 머물다가 7월 이후에야 조금씩 팀 순위가 올라가 최종 순위는 6위에 턱걸이하고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반면에 넥센은 시작부터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늦깎이 신인 선발 투수 신재영(27)의 깜짝 등장에다 새롭게 짜여진 김상수, 이보근, 김세현의 불펜 필승조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고, 타격 역시 윤석민, 고종욱, 김하성 등 신진 세력과 이택근, 서건창, 김민성 등 기존 멤버들이 잘 때려줬습니다. 약해보였던 외국인 선발진도 강속구 투수 맥그레거와 일본에서 돌아온 밴헤켄으로 메우면서 전력이 안정됐고, 3위에 올라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했습니다. 지난해 4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했을 때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둔 것입니다.


LG는 베테랑 이진영을 2차드래프트를 통해 kt로 이적시키고, 프랜차이즈 스타인 이병규(9번)를 2군에 두면서 세대교체를 실시했습니다. 시즌 중반 성적이 떨어지면서 성적과 리빌딩 둘 다 놓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8월초 파죽의 9연승을 달리며 반전, 젊은 선수들의 패기있는 신바람 야구로 4위가 됐습니다.      


6위 정도를 예상했던 KIA는 에이스 투수이던 윤석민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힘들었지만 외국인투수 헥터가 잘 던져주고 타선에서는 베테랑 이범호, 김주찬, 나지완과 중견 서동욱, 김주형과 신예 김호령, 노수광 등이 잘 때려줘 중위권을 유지했습니다. 그리고 후반기 임창용 윤석민 김진우의 가세, 9월 안치홍 김선빈의 전역 복귀 등으로 5강에 올라갔습니다.


4~5위간에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LG와 KIA가 혈투 끝에 트윈스가 두번째 경기에서 1승을 거두고 준플레이오프에 올라 넥센과 5전2선승제를 겨루게 됐습니다.


현재 분위기라면 역대 정규리그 최다승인 93승을 올려 단연 리그 선두를 차지한 두산이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둘 확률이 높지만 단기전인 포스트시즌 승부는 아무도 모릅니다. 지난 해 우승팀 두산도 작년 정규 시즌 3위를 차지하고 포스트시즌에서 NC를 이기고 한국시리즈에서는 4년 연속 우승팀인 삼성을 누르고 역대 4번째 챔피언 타이틀을 따내 올해도 어떤 팀이 포스트시즌에서 돌풍을 일으킬 지 모릅니다.


이처럼 “야구는 몰라요!”라는 하일성 위원의 말대로 어떻게 바뀔 지 모르는 경우가 잦습니다.


그런데 하일성(67) 위원이 뜻밖에 지난 9월 8일 숨졌다는 소식이 날아와 한동안 먹먹했습니다.


저와 하일성 위원은 어릴 때부터 잘 알던 사이였고 한때는 서울 신당동에 살면서 동네에서 야구를 하기도 한 사이였고 최근까지 집안 식구끼리도 친해 형제처럼 지냈습니다. 지난 9월 8일 오전 비보가 날아들었습니다. 그가 자신의 서울 송파구 사무실에서 목매숨진 채 발견된 것입니다.


그는 1979년 TBC(동양방송) 라디오에서 야구 해설을 시작해 1980년대 프로야구 초창기때 부터 구수한 입담으로 야구팬들을 사로잡았습니다. 해설하면 하일성, 하일성하면 해설이라고 할 정도로 명품 해설가로 불렸습니다. 해설만으로 한국 프로야구가 국민스포츠로 자리 잡도록 하는데 기여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아버지가 육사 9기 육군 중장 예편자이었으나 부모의 이혼으로 어릴 때 혼자 살다가 성동고교 재학 시절 야구선수 생활을 시작해 경희대 체육학과에 야구특기생으로 입학하였지만 고된 훈련이 싫어 야구를 그만두게 되고, 육군에 입대 백마부대에 복무,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기도 했습니다. 경희대를 졸업한 후에는 교원 자격증을 취득, 김포 양곡종고를 거쳐 서울 환일고교의 체육교사로 교직에 몸담았다가 해설위원으로 뛰어들었습니다.


2006년부터는 제11대 KBO 사무총장을 역임하며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수상과 2009년 제2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준우승 당시, 국가대표 야구단 단장으로 선수단을 지원했습니다. 2009년을 끝으로 사무총장에서 내려와 다시 KBS에서 해설을 시작한 하일성은 2014년을 끝으로 야구계를 떠났습니다. 성인이 된 후 만난 아버지가 물려 준 재산으로 서울 강남에 작은 빌딩을 얻고 비교적 풍족한 생활을 하기도 했으나 그 빌딩을 증축하고 다른 사업에 뛰어들다가 사기를 당해 고전했습니다.


개인 사업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고 두 차례 사기혐의를 받는 등 힘겨운 시간을 보냈고 결국 압박감을 견디지 못해 자존심과 명예에 타격을 받자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것으로 보입니다.
‘야구 몰라요!’라는 명언을 남긴 그는 야구장을 지어 봉사하는 게 꿈이었지만 꿈을 이루지 못하고 아쉽게 생을 마감했습니다. 정말 우리네 인생도 어찌 될 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