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확산방지, 살처분만이 대안은 아니다
전국적으로 AI가 발생한 가운데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제주에 지난 1월 5일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철새도래지 야생조류 분변에서 검출된 AI 바이러스가 정밀검사 결과 고병원성인 ‘H5N6’형으로 최종 판정났습니다.
제주는 지난 2014년과 2015년 연이어 고병원성 AI 바이러스에 노출된 적이 있습니다.
제주를 긴장케 하고 있지만 아직 농가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제주에는 가금류 농가가 154 군데에 181만 마리가 사육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전국 3천만 마리 넘는 가금류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AI가 제주에서는 단 한 차례도 농가에 피해를 끼치지 못한 데는 섬이라는 독특한 지리적 특성과 철저한 방역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사상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도살 처분된 가금류 수가 1월 10일 현재 3천123만 마리를 넘어섰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해 11월 10일 야생철새에 의해서 최초 AI 의심 신고 이후 57일째인 이날 현재 농가에서 추가 의심신고와 확진 사례는 없어 AI가 일단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 모양새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이번 AI는 지난 해 10월 30일 베트남을 시작으로 라오스, 태국, 인도, 방글라데시, 홍콩 등지에서 발생했습니다
제주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알 낳는 산란계는 전체 사육두수 대비 32.9%인 2천300만 마리가 도살돼 계란 소비자 값이 폭등하는 등 피해가 컸고, 번식용 닭인 산란종계도 전체 사육 규모의 절반을 넘는 43만7천 마리, 육계와 토종닭은 235만 마리가 도살됐습니다.
전국에 사육 중인 가금류는 총 1억5,504만마리(닭 1억4,627만마리, 오리 877만마리)로 전국 가금류의 20% 이상이 사라진 것입니다.
농가 보상액이 2003~2004년(458억원), 2010~2011년(670억원)을 넘어 역대 최악의 AI로 기록된 2014년 1,400만 마리). 1,017억원)을 넘어섰습니다.
‘축산 재앙’에 가까운 AI 사태로 경제적인 손실도 엄청납니다. 정부가 추산한 살처분 보상금 액수만 현재까지 2,3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입니다.
이밖에도 농가 생계안정 자금 등 직접적인 비용과 육류•육가공업, 음식점 등 관련 산업에 미치는 간접적인 기회손실 비용까지 모두 합산하면 피해 규모가 1조원에 달합니다.
한국은 이제 조류인플루엔자나 구제역과 같은, 확산속도가 높은 전염병으로부터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조류인플루엔자의 경우, 2003년부터 지금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발생했으며 2014년 유행했던 H5N8형은 1,396만마리의 닭과 오리를 살처분하고 195일만에 종식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강력한 병원성으로 인해 정부 당국이 실행하고 있는 살처분을 통한 조기진화 방식이 완전히 실패하면서 AI는 이제 인위적 통제 자체가 불가능한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정부는 대규모 사전예방적 살처분 정책을 통해서 조류인플루엔자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번에 확산되고 있는 바이러스인 H5N6형은 병원성이 강해 그 확산 속도가 살처분 속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좀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상식적으로 이 질병은 주로 야생철새들이 전파하는 ‘외부 침입자’로서 ‘박멸’해야 하는 대상입니다.
지금도 방역을 위해 발병지점 반경 3km 원을 그려놓곤 그 안에 있는 멀쩡한 닭과 오리를 모두 죽이고 있습니다.
물론 조류인플루엔자의 경우에 국제보건기구(WHO)와 국제수역사무국(OIE)은 살처분을 공식적인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도한 살처분이 보여주는 비인도적인 측면과 경제적인 비효율성, 그리고 살처분에동원된 공무원, 근로자, 봉사자 등 시민사회에 미치는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로 인해 살처분 방식에 대한 재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과학적으로 살처분을 보완할 수 있는 백신접종 방식과 같은 새로운 대안이 제시되면서 대량 살처분만이 유일한 대응책이 아닌 상황입니다.
이미 국제수역사무국과 UN 식량농업기구(FAO)는 2007년부터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대응방식으로서 백신접종을 권고안으로 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조류인플루엔자가 자주 발생하는 국가들에서는 백신접종 방식이 좀더 효율적이며, 비인도적인 대규모 살처분을 피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백신접종을 시행하게 되면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국가 및 농가의 방역이 느슨해지고 인체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많은 과학자들은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에 대한 완전한 박멸과 제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점을 인정합니다. 따라서 질병은 박멸의 대상이라는 생각에 대한 대안으로서 공존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자신도 잘 알다시피 병이란 단지 ‘병균’에 감염된다고 모두 발생하는 게 아닙니다. 반대로 환경이 나쁘면 없던 병도 생깁니다.
최근 AI 예방을 위해 ‘축산적용 환기량 제어장치’라는 제품이 출시돼 관심과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현재 농가에서 사용되고 있는 장치(환풍기 수준)는 대부분 축사내의 공기순환 정도이며, 온도조절과, 가축들이 내뿜는 이산화탄소, 암모니아 등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는 없습니다. 이에 반해 출시된 제품은 동절기와 하절기의 적정온도와 습도 유지는 물론 공기정화 등 가축들의 생활환경조성에 획기적인 기계장치입니다.
외국제품의 높은 가격대(300만원~700만원/대당)에 비해 70만원~150만원이면 가능해 가격경쟁력과 경제효과가 기대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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