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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탈출 효과와 인생사 성공기

제주한라병원 2016. 7. 28. 09:26

LG 탈출 효과와 인생사 성공기

국내 프로야구(KBO)리그에서 선정해 지난 6월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최승준(28•SK 와이번스)은 상금 200만원 중 일부를 실종아동찾기 캠페인을 위해 기부했습니다.


2006년 LG 트윈스에 입단해 지난해까지 5년간 보조 내야수(백업선수)로 출전해 개인 통산 36경기에 타율 5푼5리에 2홈런을 쳤던 최승준은 올해 거포 타자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그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LG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은 포수 정상호의 보상 선수로 SK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최승준은 LG 시절 거포 유망주로서 기대를 받았지만 '유망주'라는 이름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그는 지난 6월 28일 수원 kt 위즈와 경기에서 3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는 등 6월 한 달 동안 무려 홈런포 11개를 쏘아 올렸습니다. 그는 올해 7월 14일까지 63경기에 5번 지명타자로 출장해 타율 2할8푼5리에 49안타 19홈런(5위) 41타점으로 대단한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최승준이 SK로 옮긴 다음 성공하자 세간에서는 ‘LG 탈출 효과(탈지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합니다. ‘탈지 효과’란 말은 LG에서 떠난 선수가 상당수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뜻입니다.


LG는 1990•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과 1997•1998•2002년 준우승을 일궈내며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이후 10년간 4강에 진입하지 못했고, 팀이 부진한 가운데 공교롭게도 90년대 말 이후 팀을 떠난 선수들이 맹활약하는 사례가 늘었습니다.


대표적인 선수가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입니다. 성남고 시절 한 경기 4타석 홈런을 때리고 2005년 LG에 입단한 박병호는 4년 반동안 홈런 24개 등 기대에 못미쳐 경기에 제대로 출장 못하다가 2011년 7월31일 넥센으로 트레이드됐습니다. 옮기자마자 바로 그해 첫 두 자릿수 홈런(13개)을 달성하고 이듬해 홈런왕(31개)에 올랐습니다. 2015시즌까지 4년 연속 홈런왕 자리를 차지하는 등 해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홈런(2013년 37개•2014년 52개•2015년 53개)을 날려 대표선수가 되고 미국에서도 데려가는 최고 거포가 됐습니다.


맨 처음으로 LG에서 옮긴 다음 뛰어난 활약을 한 선수는 박종호(43. 현재 LG 수비코치)입니다. LG에 1992년 입단해 1994년 타율 2할6푼 6홈런 56타점 21도루를 기록하며 LG의 2번째 우승에 기여하였고, 골든 글러브(2루수 부문)를 수상했습니다. 이후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별다른 활약을 보여 주지 못하자 LG 구단은 1998년 시즌 중 현대의 투수 최창호와 맞트레이드를 단행했습니다.


그는 이듬해 2000년 타율 3할4푼으로 타격 1위에 올랐는데, KBO 리그 사상 최초의 양손 타자(스위치 타자) 타격왕입니다. 대표 선수로 시드니 올림픽에 출전해 동메달을 따냈습니다. 그 뒤 2003년 시즌에 2할 9푼대의 타율을 기록하여 현대의 창단 3번째 우승에 기여했습니다. 이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자 삼성과 계약했습니다. 현대에 있던 2003년 시즌 후반부와 2004년 삼성에 입단해 시즌 초반까지 그는 39경기 연속안타 라는 대기록을 세웠는데 이 기록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용규(31•한화)는 2004년 LG에서 데뷔했으나 52경기에 출장해 타율 1할2푼9리, 8안타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이듬해 KIA로 팀을 옮겼습니다. KIA에선 180도 달라졌습니다. 11년 연속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하며 국가대표 리드오프로 자리 잡았습니다. 2014년 FA 선수가 돼 한화로 이적한 그는 연봉 7억원을 받으며 지난해 타율 3할4푼1리, 168안타를 기록했습니다.


김상현(36)은 LG에서 적응을 하지 못해 부진하다가 2009년 KIA로 트레이드되자마자 달라졌습니다. 이적 첫 해 타율 3할1푼7리에 36홈런 126타점을 기록, 시즌 최우수선수(MVP)가 됐고 팀이 우승하는데 한 몫을 했습니다.
LG(2003~2013년)에서 11년을 뛴 이대형(33)은 2014년 FA로 KIA에 입단하면서 슬럼프에서 벗어났고 현재는 kt에서 도루 1위에 타율 3할3푼대로 1번타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서건창(27•2012년 이적)은 LG에 2008년 육성선수로 입단해 첫 해는 단 1경기에 출장하고 현역 선수로 복무를 마치고 2012년 초 방출돼 넥센으로 옮겼습니다. 그러나 넥센 이적 첫해인 2012시즌 신인왕과 2루수 골든글러브 수상을 시작으로 2014시즌에는 프로야구 역대 최다안타(201안타)에 타격왕으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습니다.

          
10년(2003~2014년)간 LG에 몸담은 박경수(32)는 타율 2할4푼대에 총 홈런이 42개였는데 지난해 kt 유니폼을 입고 이적 첫해인 2015시즌에 타율 2할8푼4리에 프로 첫 두 자릿수 홈런(22개)을 기록하며 중심타자가 돼 올 시즌 주장으로 임명됐습니다.

                
5년간 LG에서 백업 포수로 있으며 별다른 활동을 하지 못한 김태군(27)은 2013년 신생팀 NC로 옮긴 후 주전포수가 돼 팀이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데 큰 몫을 했습니다.                                                           
지난해 시즌 도중 SK로 이적한 정의윤(30)은 타율이 급상승(0.258→0.334)했고 시즌 홈런 14개를 SK에서 때렸습니다. 정의윤은 8년간 LG에서 백업선수로 뛰며 홈런 24개였지만 SK에서 4번타자로 올해 타율 3할3푼대에 홈런(17개)와 타점(69타점) 모두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LG 탈출효과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분석이 있습니다.


베테랑을 중용하는 LG 구단의 분위기가 유망주들을 위축시킨다고도 하고, 프런트와 스카우트의 선수 평가 능력이 타 구단에 비해 떨어진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야구판에서 40년을 지낸 필자가 보기에는 먼저 선수 본인이 초기에 기량이 부진했고 LG에서 기다려주지 않은 책임이 곁들여집니다. 무엇보다 선수 본인이 팀을 옮기고나서 심기일전해 노력한 결과가 아닌가 보여집니다. 흔히 야구판과 야구경기는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닮았다고 합니다.


야구 경기에선 약한 팀이라도 세번쯤 기회가 온다는 게 정설입니다. 그 찬스를 놓치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 잡느냐가 관건입니다. 선수들의 기량은 대부분 비슷하고 승부의 방향은 일찌감치 결정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야구는 끝날 때 끝나봐야 한다. 9회말 2사후에도 바뀔 수 있다’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때문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선수와 팀에게 성공이 돌아갑니다.


환경이 바뀌고 역경에서 분발하는 사람이 성공하듯이 ‘탈G 효과’는 분발하는 선수만이 성공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