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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로마노프 왕조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

제주한라병원 2015. 7. 28. 11:08

찬란한 로마노프 왕조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핀란드 만에 위치한 로마로프 왕조의 여름 궁전. 일명 분수 궁전으로 불릴 만큼 분수가 아름다운 곳이다.


‘북쪽의 베니스’라고 불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러시아 대문호인 푸슈킨은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열린 창(窓)이자 서구 문화를 받아들이는 관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도시는 2차 세계대전 중 1941년 8월부터 900일 동안 독일군의 포위 속에서 80만 명이 아사를 각오하고 도시를 지켜냄으로써 ‘영웅 도시’라는 칭호를 받았다. 이처럼 세계사에서 굵직굵직한 사건들의 현장과 배경이 되면서 많은 상처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답고 조화로운 도시’로 불린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을 어디에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이런 질문을 이 도시 사람들에게 한다면 그들은 “넵스키”라고 대답한다. 유럽의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듯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모든 길은 바로 넵스키 대로로 통하기 때문이다. 일단 이 거리에 들어서면 길 양쪽으로 고풍스런 중세의 건축물들이 어깨를 나란히 해 제정 러시아 시대의 분위기를 한껏 보여준다. 거리를 걷다보면 이곳이 러시아인지 프랑스의 샹젤리제 거리인지 착각할 정도이다. 그 중에서도 구시가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노란색의 황금지붕을 가진 성 이삭성당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곳은 길이 111.2m, 폭 97.6m로 총 만 4천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웅장한 규모로, 1818년 몽페란드에 의해 설계된 후 40년이 지나서야 완공되었다. 건축에 동원된 사람만 총 40만 명이 넘을 정도로 대규모의 토목 사업으로 건축된 것이다. 표트르 대제를 기리기 위해 40만 명의 인부를 동원했지만 그 중에서 10만 명이 죽었다고 한다. 어찌 보면 이삭성당은 러시아 국민들의 피로 세워진 성당이기도 하다.






푸시킨의 한 편의 서정시가 흐르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전경

이탈리아 베네치아처럼 운하 위에 건설된 도시가 바로 상트페테르부르크이다.  

여행의 시작점이자 종착지인 넵스키 거리. 이곳은 고풍스런 중세 건축물로 둘러싸여 있다.  



아브라함의 아들인 이삭의 날이 5월 30일인데 마침 이 도시를 건설한 표트르 대제가 태어난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황실에서 표트르 대제를 존경하고 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성당을 건립하고, 지붕을 황금 돔으로 치장한 뒤 ‘성 이삭성당’이라고 명명하였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황금 돔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데, 황금 돔 치장에 100kg의 순금이 들어갔다고 한다. 성당 내부는 값비싼 대리석을 비롯해 4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석재 등을 사용해 화려하게 장식하였다. 성경을 기반으로 한 성화가 150여 점이 넘고, 러시아 화가들의 회화와 조각품들이 1200여 점에 이를 만큼 그야말로 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성 이삭성당의 백미는 단연 전망대에 올라가는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3m 정도 올라가면 이 도시를 유유히 감싸고 흐르는 네바 강과 운하로 건설된 아름다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눈을 감고 도시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이 도시가 건설될 당시, 표트르 대제가 내린 칙령이 생각난다. 그는 늪을 메우기 위해 육로로 들어오는 경우는 15kg 이상의 돌을 3개, 바다로 들어올 경우에는 30kg 이상 돌을 10~30개를 내야만 도시로 들어올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도시가 바로 상트페테르부르크이다. 이삭 성당 이외에도 이 도시에는 크고 작은 교회들이 여행자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배를 타고 운하를 여행하면서 바라다 본 피의 사원.

이 도시를 유유히 감싸고 흐르는 네바 강. 

세계 4대 박물관을 꼽히는 겨울궁전, 에르미타주. 


거미줄처럼 얽힌 운하를 따라 걷다보면 지붕의 색깔이 현란하고 아이스크림처럼 독특한 모양을 가진 피의 사원에 이르게 된다. 모스크바에 있는 성 바실리대성당을 모델로 삼아 건축된 피의 사원의 원래 이름은 부활 교회이다. 전통적인 러시아 건축양식 중 하나인 모자이크 프레스코로 장식된 그리스도 부활 교회는 1883~1907년에 걸쳐 세워졌다. 부활 교회라는 이름보다 피의 사원으로 더 유명해진 이곳은 알렉산드르 2세가 1881년 나로드니키의 한 파(派)인 ‘인민의 의지(意志)파’에 속하는 그리네비츠키에 의해 살해당했는데, 훗날 황제가 된 알렉산드르 3세가 알렉산드르 2세를 기리기 위하여 이 성당을 건축하면서, 이런 별칭이 생겨난 것이다. 교회 내부는 27년간의 복구 끝에 (1907년 첫 개관 이후로 90년 후) 드디어 일반에게 공개되었다. 그 안에는 알렉산더 2세가 상처를 입었던 정확한 위치가 보존되어 있다. 또한 러시아 출신의 유명한 화가들이 직접 도안한 모자이크 그림이 많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에서 가장 가고 싶고 많이 방문하는 곳은 바로 제정 러시아 시절 겨울 궁전으로 사용되었던 에르미타주 박물관이다. 담녹색의 외관에 흰 기둥이 잘 어울리는 로코코 양식의 에르미타주는 1762년 라스트렐리(B.Rastrelli)에 의해 건축된 것으로 총 1056개의 방과 117개의 계단, 2000여개가 넘는 창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게다가 건물 지붕 위에는 170개가 넘는 조각상이 장식되어 있다. 현재 이곳은 서유럽 미술관, 고대유물관, 원시문화관, 러시아 문화관, 동방국가들의 문화예술관과 고대화폐 전시관 등 총 6개의 큰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전시된 작품들을 한 점당 1분씩만 본다고 해도 총 관람시간이 5년이나 된다고 한다. 에르미타주에서 꼭 놓치지 말고 봐야 할 것은 125개의 전시실을 차지하고 있는 서유럽 미술관으로 이곳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 미켈란젤로, 루벤스와 렘브란트 등 우리와도 친숙한 화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수많은 예술가의 그림 중에서도 앙리 마티스의 춤과 음악 등 그의 주옥같은 작품이 에르미타주의 품격을 한껏 높여 준다.


프랑스 루브르, 영국 대영박물관, 미국 메트로폴리탄 등과 함께 세계 4대 박물관으로 로마노프 왕조의 예술에 대한 집념의 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로마노프 왕조의 격조 높은 품격을 느낄 수 있는 에르미타주의 내부.


야수파의 대부, 앙리 마티스의 작품 춤(Dance II). 

분수 궁전이라는 별칭답게 황금빛 조각상과 물이 빚어내는 여름 궁정의 모습. 


과거 로마로프 왕조는 에르미타주를 겨울궁전으로 사용했고, 백야현상이 시작되는 여름이면 또 다른 궁전에서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30km 정도 핀란드 만으로 달려가면 러시아 황제와 귀족들의 여름 휴양지 페테르코프에 이른다. 1944년 이후부터 페트로드보레츠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이곳은 대표르 대제가 자신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기 위해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을 모델로 삼아 건축한 여름 궁전이 있다. 드넓은 정원과 아름다운 분수가 인상적인 여름궁전은 제 2차 세계대전 때 완전히 파괴된 것을 1945년 이후 복원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표트르 대제는 바다를 바로 옆에 끼고 있는 페테르코프를 좋아해 1715년~1724년에 걸쳐 장-바티스트 알렉상드르 르 블롱과 니콜로 미케티가 설계한 2층짜리 궁전을 지었다. 엄청나게 큰 땅에 20여 개의 궁전과 140여 개의 화려한 분수 그리고 7개의 아름다운 공원을 만들어 여름이면 이곳에 와 시원하게 여름을 났다. 여름 궁전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발쇼이 드바레츠라고 불리는 대궁전과 그 앞에 계단식으로 구성된 분수 폭포이다. 황금으로 장식된 동상과 힘차게 솟아오르는 분수가 조화를 이뤄 여름 궁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경을 빚어낸다. 생김새가 서로 다른 분수대의 조각상들은 하나의 예술품처럼 기품이 있고 우아한 모습이다. 이렇게 훌륭한 계단식 분수대를 만든 사람은 겨울 궁전(에르미타주)을 건축한 라스트렐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