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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든의 기교와 모차르트의 영혼을 담아낸 베토벤의 고향

제주한라병원 2015. 5. 29. 10:02

하이든의 기교와 모차르트의 영혼을 담아낸 베토벤의 고향
-독일 본-



마르크스와 독일의 위대한 서정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의 모교인 본 대학.


1949년부터 옛 서독의 수도였던 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동독과 서독으로 분리되었을 때 40여 년간 서독의 수도로서 독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 본은 우리에게 악성 베토벤의 고향이자 슈만이 라인 강에 몸을 던져 자살을 시도했던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한 본과 쾰른 사이에 놓여 진 무한질주의 아우토반은 자동차 마니아들에게도 명성이 널리 알려져 있다.


본의 첫인상은 수도라는 선입견과 달리 너무나 소박하고 조용한 도시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개의 수도들은 세련된 고층빌딩이나 화려한 네온사인이 도시를 감싸고, 빌딩 숲 사이로 수많은 자동차의 물결이 흐르고, 잘 차려 입는 도시인의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본에 발을 내딛는 순간 이런 것은 하나의 선입견에 불과함을 느끼게 된다. 하늘을 찌를 듯한 고층빌딩도 없고, 자동차로 인해 교통이 막히는 현상도 볼 수 없다. 그 대신 로마시대 때부터 지어진 대성당과 중세 시대 때 건축된 바로크 양식의 고풍스런 건축물과 시간에 의해 낡아진 구시가지 광장 등이 여느 수도와는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물론 본이 과거에 수도였기 때문에 눈에 띄는 세련된 거리와 카페, 레스토랑, 호텔 등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본의 분위기는 중세풍의 우아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본이 낳은 최고의 음악가, 베토벤의 생가는 여행의 색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로마네스크 후기 양식과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뮌스터 교회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가 늘 울려퍼지는 거리. 



로마시대 때 ‘카스프라 보넨시아’라는 이름으로 명명되었던 본은 16세기 이후 쾰른 대주교 겸 선제후의 궁정도시로 성장하였다. 궁을 둘러싼 귀족들의 집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본은 독일에서 부유하고 교양이 넘치는 도시로 변모하였다. 많은 귀족과 부를 바탕으로 본이 성장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문화 예술이 화려하게 꽃을 피웠고, 베토벤 같은 위대한 음악가를 배출하는데 밑거름이 되었다. 베토벤이 태어날 당시 1만 명 정도의 인구였지만 지금은 30만 명이 훌쩍 넘는다. 여느 도시와는 달리 이런 역사적인 고도임에도 불구하고 본은 생각만큼 번잡스럽지 않다. 프랑크푸르트의 높은 현대식 빌딩이나 뮌헨처럼 높은 시청사처럼 도시를 상징할 만한 건축물이 없다. 굳이 본의 대표하는 건축물을 꼽는다면 본 대학이나 베토벤 하우스처럼 18세기에 지어진 바로크 양식의 중산층 집들이다. 어쩌면 소박한 본의 이미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가 된다.


바로크 양식의 건물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는 구시가지는 현지인과 관광객들로 인해 활기가 넘쳐난다. 오렌지 빛의 오후 햇살이 뮌스터 광장에 뒹굴고, 광장 중심에 세워진 베토벤 동상은 햇살을 받아 더욱 찬란하고 아름답게 빛난다. 그리고 지나치는 노천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베토벤의 음악과 함께 본의 여행은 시작된다. 이 도시에서 제일 먼저 찾게 되는 곳은 단연 베토벤 생가이다. 보통 여행의 출발점이 중앙역이나 시청사이지만 본에서만큼은 악성 베토벤이 태어난 집부터 시작된다. 대부분 이곳을 찾은 여행자들은 본의 건축물이나 박물관을 관람하기 보다는 베토벤이 22세까지 살았던 곳을 찾아가 그의 향기를 좇는 것이다. 위대한 음악가 태어난 집과 그가 뛰어놀던 골목길, 부모님 손에 끌려가던 교회, 산책을 즐겼던 라인 강변, 오르간 연주하던 대성당,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며 음악에 대한 열정을 꽃피웠던 선술집 등 그와 관련된 유적지는 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언제나 젊은이들의 활력으로 넘쳐나는 본 대학의 교정 

과거 서독의 수도였지만 규모는 그리 크지 않고 오히려 소박한 느낌이 드는 본. 

본 시민들의 영원한 휴식처인 베토벤 광장. 



바로크 양식의 두툼한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짙은 담쟁이 잎 사이로 여러 개의 베토벤 흉상이 여행자들을 기다린다. 생가는 외부에서 보면 다른 집과 별 차이 없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작은 마당과 파릇한 담쟁이넝쿨이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외부에서 문을 열면 바로 방으로 이어질 것 같지만 베토벤 하우스는 건물 안으로 마당과 정원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건물 2채가 들어서 있는 구조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헐릴 집이었지만 본 시민의 12명이 기금을 모아 생가를 구입해 베토벤 기념관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런 가슴시린 배경을 안고 있는 생가 내부에는 작은 정원과 여러 개의 베토벤 흉상이 시선을 끈다. 흉상들을 얼핏 보면 베토벤의 모습이 똑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생김새가 모두 다르다. 흉상의 모델은 베토벤이 분명하지만 조각가가 다르기 때문인지 그의 흉상의 얼굴이 제각각이다. 하지만 바람결에 날린 듯한 물결모양의 머리카락이 베토벤임을 알려준다. 마당에 세워진 흉상을 감상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그의 음악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내부에 들어서면 본격적으로 베토벤과 관련된 다양한 유품들이 여행자의 시선을 유혹하기 시작한다. 3층 건물에 12개 방에는 세계에 흩어져 있던 150여 점의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베토벤의 초상화, 그가 쓰던 악기, 친필 악보 등 베토벤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많다.



골목마다 작은 서점들이 많아 고풍스런 분위기를 연출하는 본. 

베토벤에게 음악적 영감을 주었던 라인 강. 



베토벤 생가 이외에도 본에는 다양한 볼거리들이 산재돼 있다. 시장광장을 굽어보고 있는 바로크 양식의 구 시청사는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과 ‘본 여름 노천 문화축제’의 배경이 되어왔고,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로마네스크 양식의 본 교회는 쾰른 대 성당의 초석이 마련되기 시작할 즈음에 완공되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건물이다. SS 카시우스와 플로렌티누스에게 바쳐진 유서 깊은 뮌스터 교회는 라인 강변에 있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교회로는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본은 유서 깊은 역사의 도시답게 곳곳에 눈여겨 볼만한 건축물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