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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물속에서 꿈꾸는 또 다른 온천여행 

제주한라병원 2013. 11. 28. 10:01

따뜻한 물속에서 꿈꾸는 또 다른 온천여행 
일본 아키타

 

 

마치 신선이 된 듯, 하얀 눈으로 둘러싸인 자연 노천탕은 일본 여행의 또 다른 행복이다.

창문 틈새로 서걱서걱 찬바람이 새어나기 시작하면 사람의 마음은 따뜻한 아랫목이 몹시 그리워진다. 계절이 봄과 여름을 지나 가을을 꿰뚫고 나면 사람의 옷깃에서 찬 기운이 맴도는 겨울이 된다. 어릴 적 빨간 고무대야에 뜨거운 물을 담아 그 속에서 목욕을 하던 생각이나,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뜨거운 목욕탕에서 이를 악물고 스물까지 세던 기억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목욕이라는 생활문화에서 겨울이면 온천여행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냈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터키, 헝가리, 영국, 독일 등에서는 온천이라는 이름으로 목욕문화가 굉장히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비단 이 나라들만 목욕을 좋아한 것은 아니고 고대 유럽에서도 많은 인기를 누린 것이 바로 온천욕이다. 자연이 만든 따뜻한 온천은 신이 사람에게 선사한 선약과 같을 만큼 그 효능은 이루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물속에 몸을 담근 뒤 지그시 눈을 감으면 육체의 피로가 회복됨은 물론 정신까지 맑아져 겨울철에 많은 인기를 누리는 것이 바로 온천욕이다. 이런 온천욕에 있어서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일본일 것이다. 1,300여 년 전부터 시작한 온천욕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일본인들에게 있어서 생활의 한 부분을 차지할 만큼 인기가 높다. 神은 섬나라 일본에게 지진이라는 크나큰 재앙을 안겨준 대신에 땅 밑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온천을 선사했다. 산과 바다를 가리지 않고 일본 열도에서 솟아나는 용출지만 해도 2만여 곳이 넘고, 여관이나 호텔로 개발된 온천장만 해도 2천여 곳이 넘을 정도로 세계 제일의 온천나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일본의 온천은 유럽이나 우리나라와 달리 남녀 혼욕이 많고, 탕의 규모는 작지만 자연과 어우러진 노천탕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그 중에서도 겨울철에 하얀 눈을 맞으며 즐기는 온천은 일본의 동북지방이 최고일 것이다. 가을에는 붉은 단풍과 겨울엔 하얀 눈밭으로 유명한 동북지방은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온천지역이지만 일본 온천의 22%를 차지할 만큼 숨겨진 비탕(秘湯)이 많은 곳이다. 특히 6개의 현(아키타(秋田)현, 아오모리(靑森)현, 이와테(岩手)현, 미야기(宮城)현, 야마카타(山形)현, 후쿠시마(福島)현)으로 이뤄진 동북은 늦가을부터 겨울이 끝날 때까지 바다에서부터 깊은 산속까지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도쿄에서 600km 떨어진 아키타 현의 온천장은 일본 내에서도 물 좋기로 소문난 곳이다. 도쿄에서 초고속 신칸센 열차를 타면 4시간도 채 걸리지 않기 때문에 도시인들에게 1박 2일 코스로 아주 각광받고 있는 온천지이기도 하다. 붉은 빛으로 유명한 아키타 현은 전체의 인구가 120만 명밖에 안 되지만 일 년 내내 온천을 즐기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은 수백만 명에 이를 정도로 유명하다. 산지가 현의 70%를 차지하고, 東海에 인접해 있기 때문에 온천도 바다와 깊은 산속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아키타의 장점이다. 현재 현 안에는 14개의 온천 지구에 100여개 넘는 온천장이 들어서 있다. 이 중에서도 한적 분위기와 삼나무, 소나무 등에서 밀어내는 상쾌한 삼림향기를 맡으며 온천을 즐길 수 있는 ‘뉴토(乳頭)’온천지구와 토와다하치만타이(十和田八幡平) 국립공원에 있는 ‘타가마와(玉川) 온천’이 가장 유명하다. 이 두개의 온천은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깊숙한 산속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온천이라는 이미지보다는 산책을 하며 조용하게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볼 수 있어 심신수양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 곳이다. 과거 아키타현의 영주가 비밀스럽게 온천욕을 즐겼던 곳도 바로 이 온천지들이라고 한다.

 

심산유곡의 온천탕과 달리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아키타.

땅 속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유황가스를 마시며 온천욕을 즐기고 있는 현지인들.

유황 때문에 물속이 온통 노란 빛을 띤다.


 

우선 다리를 다친 학 한 마리가 노천탕에서 치료했다고 해서 ‘학의 탕(湯)`이라고 불리는 뉴토(乳頭) 온천지구는 인공적인 시설이 하나도 없이 자연 그대로 만들어진 노천탕이 아주 매력적인 곳이다. 뉴토 온천마을에는 8개의 온천장이 있는데 모두 일본 전통의 토속적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다음으로 일본 환경청이 지정한 국민보양온천지이자 유황 냄새가 콧속을 자극하는 다마카와 온천은 장대한 자연의 혜택을 받은 도와다하치만타이 국립공원의 내부에 위치한다. 구름도 쉬어갈 만큼 높고 깊은 곳에 위치한 다마카와는 예로부터 건강에 좋은 온천지로 알려져 있어 현지에서는 이곳을 `명탕(名湯)`이라 불렀다. 700여 명의 탕치객(湯治客)을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다마카와 온천의 원천수는 한 시간에 9,000ℓ의 물을 뿜어내며 물의 온도는 98도나 된다. 온천수에는 다량의 라듐과 세계에서 드물게 강한 산성의 염산이 많이 포함되어 수(水)치료법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정평이 나 있다. 이처럼 일본 온천지는 그 종류와 효능도 아주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산이든 바다든 상관없이 온천물이 솟아나는 곳에서는 언제나 온천욕을 즐기는 일본인들. 그리고 전통적인 가업으로 이어받는 온천장이 많기 때문에 오래된 료관일수록 욕탕도 매우 작은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아키타의 노천탕 풍경은 일본에서 제일 압권일 만큼 수려해 예술적인 느낌마저 든다. 

사실 뉴토 온천지구와 다마카와 온천은 깊은 산속에 위치해 온천이라는 이미지보다는 산책을 하며 조용하게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볼 수 있는 마음의 여행지다. 한적한 분위기와 삼나무, 소나무 등에서 밀어내는 상쾌한 삼림향기를 맡으며 따뜻한 물에 몸을 맡기고 나면 도시에서 찌든 삶의 찌꺼기들이 일제히 사라지는 느낌을 받는다. 상록수로 둘러싸인 노천탕에서 하얀 눈을 맞으며 즐기는 온천욕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따뜻한 물속에서 눈을 감으면 계곡물 소리, 새 소리, 바람 소리 등 우리가 잊고 있었던 자연의 소리들이 마치 오케스트라의 멋진 연주처럼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그러나 옛말에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이 지나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듯이 온천도 심하게 하면 탈진과 함께 부작용이 발생한다. 일본에서는 이것을 ‘유아타리’라고 한다. 보통 탕 속에 20여분 몸을 담갔다가 뺏다가를 반복하면서 온천을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각보다 온천욕은 많은 칼로리가 소비되기 때문에 물속에 오래 있으면 머리가 어지럽거나 탈진을 하게 된다. 이럴 때는 음료수나 간단한 음식 또는 잠깐의 휴식을 취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 욕탕에서 나와 료관 안으로 가면 나카이(仲居)들이 따뜻한 차와 함께 일본식 과자나 쓰쿠다니(야채를 절인 것) 등을 제공한다. 배가 고픈 사람들은 아키타의 토속음식인 ‘키리탄포나베’를 맛보는 것도 좋다. 아키타 현은 향토요리가 다양한데 그 중에서도 키리탄포나베가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이다. 키리탄포나베는 햅쌀을 으깨어 대나무 꼬챙이에 휘감아 숯불에 살짝 구운 뒤, 이것을 간장 양념한 닭고기의 국물에 파, 미나리, 마이타케라 버섯과 함께 익혀서 먹는 음식이다. 담백한 맛을 자랑하는 키리탄포나베를 먹고 나면 뱃속까지 따뜻해져 추운 겨울도 잊게 된다. 노천탕에서 온천욕을 하고나서 음식을 먹게 되면 몸이 따뜻해지고, 졸음이 사르르 몰려온다. 일본 전통의 다다미방에서 두꺼운 솜이불을 덮고 한 잠 푹 자고 나면 몸이 아주 개운해진다. 료관의 다다미방은 일본의 전통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처럼 온돌문화가 없기 때문에 겨울철이면 숯불을 가득 채운 난로가 방 한가운데 놓여 있다. 창밖으로 감자만한 함박눈이 소복소복 내리고, 난로 위에 놓인 차 주전자에서는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면 겨울 온천 여행은 더욱더 낭만적 분위기에 휩싸인다. 몸이 어느 정도 회복한 뒤 다시 온천에 몸을 담그면 온 몸에 퍼져있는 모세혈관까지 행복함으로 가득 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