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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시민 함께 어우러지는 물의 도시, 축제의 도시

제주한라병원 2014. 1. 29. 09:56

관광객·시민 함께 어우러지는 물의 도시, 축제의 도시
이탈리아 베네치아

 

 

베네치아를 상징하는 곤돌라는 여행자들에게 꿈의 여행수단이지만 이곳 사람들에겐 운하를 다니는 교통수단이다.

흔히 ‘물의 도시’라 부르는 베네치아는 118개의 섬들이 약 400여 개의 다리로 연결되어 독특한 낭만적 이미지를 풍긴다. 섬과 갯벌을 메우고 라군(lagoon)이라는 석호 위에 건설된 베네치아는 바퀴 달린 마차나 자동차가 도시 안에 한 대도 없을 만큼 이색적인 색깔을 가지고 있다. 구절양장처럼 굽이굽이 S자형의 운하 사이로 오고가는 수상 배인 바포레타가 섬과 섬 사이를 이어 주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어려운 자연 환경을 극복하고 세계 최고의 관광지로 발돋움한 베네치아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꿈과 낭만을 안겨 준다.


우리는 흔히 베네치아 하면 ‘물의 도시’, ‘낭만의 도시’를 떠올리지만 이곳은 ‘축제의 도시’라는 또 다른 별칭을 가지고 있다. 축제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베니스 영화제이고, 2월에 열리는 가면 축제, 카르네발레와 9월에 열리는 곤돌라 축제, 레카타 스토라카가 바로 베네치아를 더욱 아름답고 화려하게 만든다. 우선, 8월 말∼9월 초에 열리는 베니스 영화제는 영화제로서는 1932년 세계 최초로 시작되어 프랑스 칸 영화제와 더불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영화제로 손꼽힌다. 그리고 2월 중순에서 3월 초에 개최되는 가면 축제는 영화제만큼이나 유명한 축제이다. 가면 축제는 모든 사람이 신 앞에 평등하다는 종교적 의식에서 출발한다. 가면을 쓰면 신분의 높고 낮음, 빈부의 격차, 남녀노소 등 외모에서 풍기는 모든 것을 숨길 수 있고, 가면과 옷에 따라 귀족, 평민, 종교인 등 자신이 원하는 모델로 분장하여 마음껏 축제를 즐길 수 있다. 축제 기간 동안 산마르코 광장은 축제를 즐기기 위해 방문한 수백만 명의 관광객과 시민들이 한데 어우러져 가면 시장을 방불케 한다.

 

 

9월에 열리는 곤돌라 축제, 레카타 스토라카의 한 장면

베네치아인들은 가면을 이용해 신분과 직업을 초월해 자유 연애사상을 꿈꿨다.

귀족적인 우아함과 베네치아의 부를 느낄 수 있는 산마르코 대성당.


마지막으로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축제는 이 도시의 상징인 곤돌라를 주제로 한 축제이다. 베네치아를 더욱 낭만적인 도시로 만드는 일등공신은 뭐니 뭐니 해도 곤돌라일 것이다. 건물과 건물이 서로 얽혀 있는 작은 운하를 마치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다니는 곤돌라는 길이가 약 10미터, 폭이 1미터 남짓 되는 작은 배로 고대 배 모양을 본뜬 선수와 선미가 하늘을 향해 멋지게 휜 것이 특징이다. 곤돌라는 11세기부터 사용되었으며 각 섬들 사이를 이동할 때 시민의 중요한 교통수단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모터를 이용한 수상 버스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관광객들을 위해 5명이 탈 수 있는 곤돌라가 있어 아름다운 베네치아를 구석구석 소개하는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아주 다양한 문양과 화려한 색깔로 곤돌라의 외부를 장식했는데 너무 사치스럽다는 시의 판단으로 지금은 검은색 곤돌라만 운행되고 있다. 그러나 9월 첫째 주 일요일에 벌어지는 레카타 스토라카 때는 형형색색의 곤돌라가 아름다운 운하를 가득 메운다. 중세 복장을 한 사람들과 음악 밴드 그리고 수많은 관광객들로 거리는 흥겨움에 물들고 구성진 이탈리아 전통 노랫가락은 베네치아 운하를 울린다.


 

이탈리아어로 베네치아(Venezia), 영어로 베니스(Venice)라고 불리는 이 도시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물뱀이 마치 섬과 섬 사이를 유연한 자태로 기어가는 듯하다. 10세기 말 동부 지중해와 무역을 하면서 누리게 된 경제적 번영을 바탕으로 성장한 베네치아는 이후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유럽과 아시아의 상품들을 중계하는 상업도시로 경제적 번영을 이어 나갔다. 특히 베네치아 상인들의 뛰어난 상술은 동양의 후추, 향신료, 계피 등 아시아 농산물들을 서방 세계에 소개하여 많은 부를 축적하였다. 567년 이민족의 박해를 피해 롬바르디아의 피난민들이 이곳에 처음 발을 디뎠다고 한다. 12개의 섬으로 시작된 베네치아는 리알토 섬이 중심이 되어 해상무역으로 급속히 성장한 뒤 13세기에 이르러 산마르코 대성당과 궁전 등을 세워 도시의 기본적인 틀을 갖추었다.

섬과 섬 사이가 다리로 이어졌고 자동차 대신 수상 버스만을 이용해 이동을 한다면 다른 지역에서 베네치아까지는 어떻게 들어갈까? 한번쯤은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물로 둘러싸인 베네치아는 도시 입구까지 육지와 연결된 다리가 있어 기차나 버스가 들어가고 그 다음부터는 배로 이동하면서 도시를 여행해야 한다.

거미줄처럼 얽힌 베네치아는 규모가 크지 않아 하루 정도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기차역에서 베네치아 여행의 중심지인 산마르코 광장까지는 두 가지 방법으로 갈 수 있다. 하나는 수상 배인 바포레타를 타고 광장까지 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본능적인 네비케이터가 되어 발로 좁은 운하의 다리와 골목길을 거쳐 가는 것이다. 작은 상점과 카페, 레스토랑이 좁은 골목길에 들어서 있어 이곳저곳을 헤매다 보면 어디가 어딘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그래서 베네치아 여행은 길을 얼마나 잘 아느냐에 따라 여행 시간과 볼거리들이 달라진다. 막다른 골목이나 양 갈래의 길이 나올 땐 건물에 표시된 산마르코와 리알토 방면의 이정표를 보고 자신이 움직일 동선을 정하면 된다. 거미줄처럼 복잡한 골목길이지만 모든 길은 산 마르코 광장과 리알토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생각보다 헤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베네치아에서 볼거리들은 산마르코 광장 주변에 몰려 있다. 9세기 이집트에서 운반된 성 마르코의 유해를 보관한 마르코 성당과 공화국 시절 총독의 청사로 사용된 두칼레 궁전, 베네치아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종탑, 탄식의 다리, 좁은 골목마다 들어선 카페와 레스토랑 등 ‘물의 도시’가 가진 모든 것들이 이곳에 모여 있다. 만약 여행을 하다가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소나기를 만난다면 아주 이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산 마르코 광장은 비가 많이 내리면 바닥에서 물이 올라와 그냥 걸어 다닐 수 없을 정도로 군데군데 물이 고인다. 작년 외신보도에서도 나왔듯이 여름철에 비가 많이 내리면 신발을 손에 들고 맨발로 물 위를 걷거나 장화를 신어야만 광장 주위를 걸어 다닐 수 있다. 비가 자주 내리는 겨울철에는 시에서 바닥 위에 나무 통로를 설치해 광장 주변의 길과 연결시켜 준다.


광장에서 가장 눈여겨볼 곳은 베네치아의 오랜 역사가 숨 쉬는 산마르코 성당이다. 성당 내부는 이탈리아의 다른 성당과 장식이 아주 다른 것으로 유명하다. 일반적으로 성당은 아이보리 색 대리석을 많이 이용하는데 이곳은 검은 계통의 대리석을 주로 사용하였고 바닥에만 밝은 대리석을 깔았다. 검은 대리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옥돌처럼 절단할 때 생긴 자연적인 문양이 아름답고 독특하다. 베네치아는 과거에 무역을 통해 많은 부를 쌓았기 때문에 그 부를 바탕으로 비싼 대리석을 구해 성당 내부를 장식한 것 같다.


곤돌라를 타거나 걸어서 작은 도시를 마구 누비다 보면 몸은 어느새 지칠 때로 지쳐 버린다. 이럴 때 베네치아의 또 다른 자랑거리인 ‘플로리안 카페’에서 이 도시의 옛 자취를 느껴 보자. 산 마르코 광장 주변에 있는 이 카페는 눈으로 보아도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알 수 있다. 내부는 중세 골동품 가게를 보는 듯 고풍스럽고 우아한 테이블과 의자들이 놓여 있어 250년 전통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이 카페의 진면목은 프랑스 혁명, 오스트리아와 나폴레옹의 점령 등 파란 많은 역사적 대사건의 증인이요 그 무대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은 플로리안 카페를 최신 뉴스의 센터로 만들었고, 1797년 나폴레옹이 베네치아를 점령하자 애국적인 지식인과 청년들은 플로리안에서 저항그룹을 형성하여 일반 시민들에게 궐기를 호소하였다.” 그뿐 아니라 플로리안 카페에는 바그너, 디킨즈, 러스킨, 브라우닝, 프루스트, 공쿠르 형제, 아나톨 프랑스, 모네, 마네, 하이네, 니체, 릴케, 토마스 만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당대의 지식인들이 모여들어 자유의 정신을 불태웠다.


‘흔들리다’라는 뜻을 가진 곤돌라처럼 여행은 언제나 사람의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린다. 베네치아를 여행하는 동안 최소한 자신의 정체성을 완전히 흔들어 잠재의식 속에 숨겨 둔 삶의 노폐물을 다 털어 내고 베네치아가 안겨 주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짙은 에스프레소 커피 향으로 빈 가슴을 채워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