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세상만사- 헤라클레스 이야기 Ⅲ, 헤라클레스와 아틀라스 ->
힘과 지적능력 겸비해 아틀라스 간단히 넘겨
지난 호에서 본 것처럼 ‘아우게이아스의 외양간’을 청소한 것은 헤라클레스가 제 자식을 죽인 스스로의 죄를 씻기 위해 델포이의 신탁(神託)에 따라 행한 <12가지 과업>, 소위 12가지 난사(難事) 중 한 가지에 불과하다.
나머지 헤라클레스의 과업들 중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한 이름도 등장하는데 바로 ‘아틀라스’의 자녀들인 ‘헤스페리데스의 황금사과’를 구해오는 11번째 과업이었다.
사실 그리스인들은 단순히 육체적인 힘만 강한 것보다는 지적 능력이 겸비된 것을 더 높게 평가했다. 자신들을 문명 민족이라고 생각하고, 야만족들과 구분짓고 싶어했던 그리스인들은 어리석은 힘 자랑이 야만족의 특징이라 믿었다. 그리스인들은 올림포스 신들을 자신들의 모습 또는 자신들이 꿈꾸는 이상형으로 형상화한 반면, 신들과의 전쟁에서 패한 거인족은 야만적 무지함의 상징으로 여겼다. 그래서 그리스인들이 힘세지만 아둔했던 아틀라스와 영웅 헤라클레스에게서 받는 느낌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신들이 티탄족을 굴복시켰을 때, 티탄족의 일원이던 아틀라스는 하늘과 땅이 만나는 세계의 끝, 즉 서쪽 끝에서 천구를 떠받들고 서 있어야 하는 벌을 받았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서쪽 끝은 오늘날의 모로코였던지 이곳에는 이 거인의 이름을 딴 아틀라스 산맥이 있다.
한편 초인적인 힘을 지닌 영웅 헤라클레스를 조금이라도 더 멀리 떼어 놓고 싶었던 에우리스테우스 왕은 점점 더 어려운 과업을 내주는데, ‘헤스페리데스의 사과’를 찾아오라는 것이었다.
이 황금사과는 대지의 여신이 신들의 어머니인 헤라에게 결혼선물로 준 것이다. 이 사과가 열리는 나무는 헤스페리스(단수형, 복수형은 헤스페리데스) 자매들이 돌보고 있었는데, 헤스페리데스는 ‘저녁의 여인들’이라는 뜻으로 이 정원이 해가 지는 곳에 있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리고 그 요정들의 아버지가 바로 아틀라스였다. 때문에 아틀라스는 이 나무의 관할권이 자기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헤라 여신은 사과나무를 잘 지키기 위해 100개의 머리를 가진 용 라돈까지 또 다른 파수꾼으로 세워놓았다.
헤스페리데스의 정원이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던 헤라클레스는 이집트, 아라비아, 리비아와 아시아 일대를 돌아다니며 갖은 모험을 겪어낸다. 한번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아들인 안타이오스가 길을 가로막자 그를 거듭 때려눕혔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적이 땅에 닿기만 하면 대지의 여신이 새 힘을 불어넣어주었기 때문이다. 이때 꾀를 낸 헤라클레스는 상대를 높이 들어올려 그의 갈비뼈를 부수어버리고는 그 상태로 적의 숨이 멎을 때까지 들고 기다렸다. 힘과 머리를 함께 사용해 승리를 거둔 것이다.
또 코카서스에서 헤라클레스는 쇠사슬에 묶여 고통받고 있던 티탄 출신의 신 프로메테우스를 만나 그를 풀어주기도 한다. 프로메테우스는 감사의 표시로 자신의 형제인 아틀라스가 있는 곳과 그를 설득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직접 사과를 따러가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고 충고해준다. 또 아틀라스는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일에 싫증이 나있는 만큼, 잠시나마 그 일을 대신해주겠다고 하면 기꺼이 사과를 따다 줄 거라는 것도 알려주었다.
어렵게 도착한 헤라클레스의 청을 듣고 아틀라스는 무서운 괴물 라돈만 처리해준다면 사과를 가져다주겠다고 약속한다. 헤라클레스는 자신의 활로 라돈을 쏘아 죽이고 하늘을 자기 어깨에 넘겨받았다. 머지않아 아틀라스가 사과를 가지고 돌아왔지만 한번 해방감을 맛본 그는 하늘을 넘겨받지 않고 에우리스테우스에게 직접 사과를 가져다주겠다고 고집을 피웠고, 고집을 꺾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자 헤라클레스는 다시 꾀를 낸다.
그는 짐짓 아틀라스의 뜻에 하는 수 없이 따를 듯이 행동하며 다만 자신의 짓눌린 어깨에 양가죽 몇 장만 걸칠 수 있게 잠시만 하늘을 대신 들어달라고 부탁한다. 아틀라스가 별 생각없이 사과를 내려놓고 하늘을 넘겨받자 헤라클레스는 이 귀한 사과를 들고 얼른 그리스로 돌아가버렸다.
힘과 지적 능력이 겸비된 헤라클레스가 단순히 힘만 세었던 아틀라스에게 승리를 거두는 이 이야기가 무척 맘에 들었던지 그리스인들은 신전 중에서도 가장 신성하다는 올림피아의 제우스 신전에 이 스토리를 조각해놓았다.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은 다음호에도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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