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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하다던 ‘아우게이아스의 외양간’ 청소 마쳤으나…

제주한라병원 2013. 10. 29. 09:13

- 헤라클레스 이야기Ⅱ -
불가능하다던 ‘아우게이아스의 외양간’ 청소 마쳤으나…

 

권력과 부(富)가 많이 쌓인 곳에서는 악취가 자주 나게 마련이다. 그래서 권력가 주변의 곰팡내 나는 관계들을 ‘아우게이아스의 외양간’이라고도 일컫는다. 오랫동안 무제한의 권력을 휘두른 사람들이 소위 ‘아우게이아스의 외양간’을 유산으로 남기게 된다는 것은 오늘날의 현실 속에서도 신문을 장식하는 다양한 기사들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을 깨끗이 청소하는 일이야말로 거의 불가능한, 그래서 ‘헤라클레스적인 과제’이다. 제우스도 자신의 바람둥이 기질로 인해 신들의 나라에 일종의 ‘아우게이아스의 외양간’을 남겼다. 그의 아들 헤라클레스의 일생의 과제는 그 외양간을 청소하는 일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알크메네의 삼촌이었지만 그녀를 너무 사랑해 남편이 된 암피트리온은 지혜로운 왕이었다. 그는 자기 의붓아들(헤라클레스)의 생부가 최고의 신인 제우스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에게 최상의 교육을 받게 한다. 제우스도 그의 이름을 ‘헤라의 영광’ 또는 ‘헤라로 인해 유명해진 사람’ 이라는 뜻을 지닌 헤라클레스라고 지어줌으로써 헤라의 미움에서 벗어나게 하려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헤라의 분노가 누그러들지 않았고 그녀의 저주도 멈추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고약했던 저주는 헤라클레스를 미치게 만든 것이었다. 헤라가 내린 광기로 인해 그는 테바이 왕 크레온의 딸인 메가라와 결혼하여 낳은 자기 세 자식들을 죽이고 말았다. 그는 이 죄의 대가를 치르고 속죄해야 했다. 또한 제우스의 외도가 헤라에게 새긴 마음의 상처도 보상해야 했다. 즉 그는 신들 나라의 ‘아우게이아스의 외양간’을 깨끗이 청소해야 했던 것이다.


제정신으로 돌아온 헤라클레스는 죄책감과 두려움에 어쩔 줄 몰랐다. 테세우스나 그를 아는 사람들의 위로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고민 끝에 테베를 떠나 델포이의 신탁(神託)을 청하여, 자신이 범한 죄를 씻고 싶다고 원하였다. 신탁은 그가 티린스로 가서 그 땅의 왕 에우리스테우스를 12년 동안 섬기면서 그가 명하는 일을 하면 불사(不死)의 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리하여 그가 에우리스테우스에게서 명을 받은 것이 그 유명한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 소위 12가지 난사(難事)이다. 


남의 밑에 들어가 일한다는 것 자체가 이 영웅에게는 이미 고역일텐데,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그 주인이 하필이면 원래 헤라클레스의 몫이었던 티린스의 왕좌를 찬탈해 간 에우리스테우스라는 것이었다. 에우리스테우스는 온갖 상상력을 발휘해 거의 실행 불가능하거나 목숨을 위협하는 불가능한 과제들만을 생각해 냈다. 그는 모든 궁리를 다해 자신의 경쟁자를 해치워버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아우게이아스의 외양간’을 청소하는 일이었다.


아우게이아스는 태양신 헬리오스의 아들로 펠로폰네소스 반도에 있는 엘리스의 국왕이었다. 그는 지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었는데, 세상 그 누구보다도 많은 소와 양과 염소를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많은 가축들의 분뇨를 모두 치운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악취는 하늘까지 괴롭혔다.


헤라클레스는 아우게이아스를 찾아가 이 외양간을 하루 만에 깨끗이 청소할테니 그 대가로 가축의 10분의 1을 달라고 요구했다. 아우게이아스는 헤라클레스가 내건 조건이 불가능한 일인데다, 어쨌든 그로서는 불리할 게 없는 거래라고 생각했다. 헤라클레스가 이 일을 일부분 밖에 해내지 못하면 그는 헤라클레스에게 아무런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서도 어느 정도의 이익을 본 셈이기 때문이다. 아우게이아스는 이 계약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아들 필레우스를 증인으로 세운 후 그에게 헤라클레스의 작업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긴다.


그러나 헤라클레스가 탁월한 계획으로 이 어려운 일을 순식간에 해치우는 곳을 본 필레우스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그는 외양간의 외곽을 둘러싼 성벽 두 곳을 허물고 알페이오스와 페네이오스 강물이 이곳으로 통과하도록 만들었다. 그러자 힘차게 흐르는 강물이 외양간의 분뇨를 깨끗이 씻어가 버렸다.


이렇게 하여 외양간 일대는 깨끗해졌지만 아우게이아스의 궁전에 만연해있던 ‘사기와 부패의 외양간’은 여전히 지저분했다. 아우게이아스는 약속한 대가를 내놓지 않으려고 계약을 지키지 않을 구실을 궁리하다 드디어 핑계를 찾아냈다. 헤라클레스가 외양간을 청소한 것은 따지고 보면 에우리스테우스의 명령에 의한 것이었으며, 더구나 이 일을 해낸 것은 헤라클레스 자신이 아닌 강의 신들이라는 것이 그가 내세운 구실이었다. 게다가 헤라클레스에게 아무런 약속도 한 적이 없다는 거짓말까지 했다.


이들이 거친 언쟁을 벌이고 있는 도중에 아우게이아스의 흰 소가 헤라클레스를 사자로 잘못 보고 식식거리며 제 주인을 도우려고 헤라클레스에게 달려들었다. 헤라클레스가 사자를 죽인 후에 그 가죽을 벗겨 몸에 두르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는 이 소의 뿔을 붙잡아 땅바닥에 주저앉혔다. 아우게이아스는 이 사건을 법정에서 판가름하자는 헤라클레스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재판관은 양쪽의 주장을 들은 뒤 필레우스를 증인으로 불렀다. 필레우스는 아버지의 편을 들지 않고 진실을 이야기했고, 이에 따라 재판관은 헤라클레스의 손을 들어주었다. 아우게이아스는 비록 정의롭지 못한 인간이었지만, 그래도 그에게는 권력이 있었다. 그는 헤라클레스와 필레우스를 즉시 자신의 영토에서 추방했다.
(다음 편에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이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