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5월
캐나다 로키 트레킹, 밴프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되다
▲ 미네완카 호수를 끼고 산악 트레킹을 하고 있는 트레커들.
머리 위로 금방 쏟아질 듯이 하얀 뭉게구름이 낮게 흐르고, 눈이 부시게 푸른 하늘과 호수에는 캐나다 로키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캐스케이드 산 정상에서 불어오는 바람 속에 옥빛으로 물든 미네완카 호수의 말간 기운이 그대로 스며있다. 가끔씩 오솔길에서 마주친 회색곰과 사슴의 눈에서 로키의 태곳적 자연의 신비감을 엿볼 수 있다. 마치 동화 속에 온 것 같은 이 멋진 풍경들이 캐나다 로키의 이미지다.
캐나다 로키는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와 앨버타 주 경계 지역에 위치한 산군들로 가장 북쪽의 재스퍼(Jasper)에서 아이스필드 파크웨이(IceField Parkway), 요호 국립공원(Yoho National Park), 밴프(Banff), 쿠트니 국립공원(Kootenay National Park) 등을 일컫는다. 이 중에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밴프 국립공원에는 세계 10대 절경으로 꼽히는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 투 잭(Two Jack), 보 호수(Bow Lake) 등 수십 여 개의 아름다운 호수와 산이 있다.
신의 주재로 빚어진 이곳의 수려함은 시인은 글로, 화가는 그림으로, 음악가는 노래로 찬미했다. 이렇게 신비스런 밴프 국립공원의 대자연 앞에만 서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예술가가 된다. 느림의 미학과 자연의 시혜가 어우러진 밴프는 진정한 캐나다 로키의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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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 트레킹의 관문 도시, 밴프. |
옥빛의 호수와 만년설이 어우러진 밴프의 전경 |
앨버타 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캘거리에서 130km 떨어진 밴프는 캐나다 로키 여행의 관문이다. 4000km에 이르는 로키산맥 중에서 반은 캐나다가 나머지 반은 미국이 차지하는데, 밴프는 캐나다 로키 출발지로서 한 해 수백 만 명이 이곳을 다녀간다. 지난 2008년 세계적인 여행정보 사이트 ‘트립 어드바이저(Trip Advisor)’가 세계 도처에 있는 여행전문가와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밴프가 ‘캐나다 최고의 여행지 부문’ 1위로 선정됐다.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밴프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이다.
로키의 관문 도시, 밴프를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동화 속에나 등장하는 샹그릴라와 같은 도시다. 신이 빚어 놓은 천혜의 자연과 인간이 설계한 도시가 한데 어우러져 지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삶의 여유가 도시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한 폭의 수채화와 같은 풍경이 그려지는 밴프는 설퍼 산에서 유황온천이 발견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하나 둘씩 이어져 지금의 도시로 성장하게 되었다. 캐나다와 미국 사람들이 ‘휴가를 보내기에 가장 이상적인 슬로 시티’로 손꼽는 밴프는 대자연의 미학이 살아 숨 쉬는 현장이자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지상의 낙원으로 추앙받는 곳이다. 무엇보다 산을 좋아하는 우리에게 밴프는 아주 특별한 도시다. 깎아지른 히말라야보다는 조금 완만하고 건강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크고 작은 로키 산군들이 우리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해마다 여름철이 되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로키 트레킹을 즐기려고 밴프를 찾는다.
공항에서 차로 1시간 달려가면 7월인데도 불구하고 산마루에는 하얀 눈이 그대로 남아 있어 로키의 매력을 한껏 감상할 수 있다. 산 정상은 석회암으로 풀 한포기 없는 민얼굴을 드러내고, 7부 능선 아래로는 짙푸른 전나무와 소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또한 로키 트레킹의 중심지인 밴프 타운으로 들어서면 북쪽으로 캐스케이드 산(2998m)과 미네완카 호수가 있고, 남쪽으로 유황이 많이 나오는 설퍼 산(2281m), 터널 산(1692m), 런들 산(2949m), 캐슬 산(2766m) 등이 조용한 밴프 시내를 포근히 감싼다. 또한 마릴린 먼로가 ‘돌아오지 않는 강’을 촬영했던 보 강이 밴프를 동서로 가로지르며 흐른다. 비록 마을은 도보로 1시간이면 충분히 둘러 볼 만큼 작지만 도시를 감싸고 흐르는 보 강 주변에 크고 작은 호수들과 호수 위에 그려진 로키의 다양한 산군들이 지상의 낙원을 꿈꾸게 한다. 그러나 밴프 시내는 그다지 볼거리는 많지 않다. 대부분 이 도시를 찾는 사람들은 밴프를 감싸고 있는 로키 산과 호수를 걸으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해서다.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된 밴프는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있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아주 쉽게 갈 수 있는 산책과 같은 트레킹에서부터, 몇 시간 걷는 당일치기 코스, 10일 가량 소요되는 150km 트레킹 코스, 산악 전문가들이 즐겨하는 암벽등반코스 등 밴프 국립공원의 대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준비돼 있다.
또한 밴프는 산뿐만 아니라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는 호수가 많아 트레커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이곳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리는 트레킹은 애일머 산과 미네완카 호수를 감상하는 코스다. 애일머 산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지만 미네완카 호수는 길이 23km에 이를 정도로 밴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트레킹의 출발점은 미네완카 호수 선착장 주변에서 시작된다. 트레킹 총 길이는 24km로 대략 9시간이 소요된다. 호수를 오른쪽에 끼고 8km 정도 걸어간 다음 ‘애일머 전망대’라고 표시된 길을 따라 4km 정도 올라가면 옥빛으로 물든 미네완카 호수와 잉리스몰디(2964m), 기루아드(2995m) 등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보통 현지인들은 산악자전거를 이용해 8km를 달린 후 3시간 정도 트레킹을 즐긴다. 10시간이 소요되는 코스라 다소 힘들지만 호수를 따라 왕복 16km를 걷고, 산행은 8km 정도 밖에 안 돼 주말 등산객에게는 별 무리 없이 소화시킬 수 있는 거리다. 무엇보다 이 트레킹 코스는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아 주말이면 좁은 오솔길에서 순박한 이곳 사람들과 함께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서투른 영어지만 산을 좋아하는 공통분모만 있으면 그 어떤 언어도 중요하지 않다. 트레킹 도중 힘들면 잠시 쉬면서 자신의 나라와 도시를 설명하고, 때로는 산에 대한 서로의 관심사를 통해 자연 속에서 서로가 하나가 되는 과정을 배우기도 한다. 또한 가파른 구간에서는 서로 손을 잡아주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산행의 즐거움을 함께한다. 이것이 진정한 트레킹의 진수가 아닐까?
구슬땀을 흘리며 애일머 전망대에 올라서면 세상에서 믿을 수 없는 로키의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다. 물감으로도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미네완카 호수와 그 뒤로 호수의 영원한 친구인 잉리스몰디와 기루아드 등이 하얀 이마를 자랑한다. 중국의 도현명과 함께 이곳에 왔다면 자신이 꿈꿨던 무릉도원이 바로 여기다라고 말할 것처럼 너무나 환상적이다. 전망대 위에서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로키에서 불어오는 말간 바람 한 줌 쐬고 나면 모세혈관 곳곳에 퍼져 있는 삶의 찌꺼기들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바로 이것이 캐나다 로키 트레킹의 백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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