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4월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호수, 페루 티티카카
▲ 해질 무렵 티티카카 호수의 저녁 풍경은 너무나 여류롭고 아름답다.
페루와 볼리비아에 걸쳐 있는 티티카카 호수는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하늘 호수이다. 해발 3820m의 고원지대에 있는 이 호수는 사람이 수영을 할 수 있고 큰 배가 다닐 만큼 호수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다. 서울시의 약 14배 크기의 티티카카는 남미에서 베네수엘라의 마라카이보 호수 다음으로 큰 호수이다. 우리에게 티티카카는 인디오 수생 식물인 ‘토토라’를 엮어서 물 위에 독특한 집을 짓고 사는 우루족의 모습이 잘 알려져 있다. 고대민족 중에 하나인 우루 민족의 특이한 섬 생활은 TV나 언론매체를 통해 우리에게 조금 익숙하다. 이들은 티티카카 호수에서 가장 얕은 모래톱 위에 빽빽한 갈대 종류의 토토라를 건조시켜 표류용 매트를 만들고 그 위에 수상 가옥을 지어 생활한다. 또한 우루족은 말린 갈대 다발을 이용해 뗏목을 만들어 육지와 소통하면서 수천 년 동안 티티카카 호수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다.
‘티티카카’라는 이름은 케추아 인디오의 말로 ‘퓨마의 바위’, ‘납으로 된 울퉁불퉁한 바위’ 등의 의미를 지닌다. 남아메리카의 중심이 되는 안데스 산맥 사이에 똬리를 튼 티티카카는 5000m가 넘는 볼리비아의 레알 산맥들로 둘러싸여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물이 맑기로 유명한 이곳은 티베트의 남쵸 호수와 마찬가지로 물에 극소량의 염분을 함유하고, 수심이 가장 깊은 곳은 280m나 된다. 서쪽으로 페루, 동쪽으로 볼리비아의 국경지대에 놓인 이 거대한 호수는 남아메리카에서 마라카이보 호 다음으로 크다. 카누를 타고 호수를 여행할 수 있을 만큼 아름다운 티티카카는 남아메리카의 숨은 보석과도 같은 여행지이다.
고산을 병풍 삼고, 호수를 바다처럼 여기는 이곳의 원주민들은 신의 순리에 따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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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고도 3810m, 최대수심 281m. 남아메리카 최대 담수호인 티티카카 |
동생과 놀아주며 관광객들을 상대로 기념품을 팔고 있는 어린 소녀의 모습 |
그렇다면 언제부터 이곳에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을까. 이런 의문은 호숫가 주변에서 발견된 고대 유적을 통해 알 수 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발상지임을 증명하는 유적지가 호수 근처에서 발견되면서 티티카카는 인류학적으로도 깊은 관심을 받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볼리비아의 티아우아나코 유적과 이곳의 사람들이 인종적으로 문화적으로 유사한 점을 많이 지니고 있다. 특히 알티플라노 고원을 비롯해 티티카카 호수 근처에 사는 인디언들은 높은 고도생활에 잘 적응해 세계 의학에서 연구대상을 삼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곳 사람들은 심장·폐·비장 등이 해수면과 같은 고도에서 사는 사람들의 것보다 크며, 반면 그들의 골수는 희박한 공기에서 산소를 얻기 위해 더 많은 적혈구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처럼 티티카카 호수를 기반으로 사는 사람들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문명인들보다 훨씬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잉카 시대 이전부터 계단식 논을 이용해 원시적인 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고원지대에서 잘 자라는 감자, 보리 등을 재배하며 안빈낙도의 삶을 수천 년 동안 살아왔다. 현재 티티카카 호수 근처에는 해발 4600m에 위치한 보리밭이 있는데, 이것은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밭이다.
영원히 파란 하늘빛을 가득 담은 티티카카 호수의 여행은 페루의 작은 마을 푸노(Puno)에서 시작된다. 페루 쪽 호수 주변 마을 중에서 그나마 제일 큰 규모를 자랑하는 푸노는 호수 안에 있는 41개의 섬들을 보다 쉽게 여행할 수 있는 베이스캠프다. 일단 푸노에 도착하면 ‘티티카카 투어’ 프로그램을 파는 호객꾼들이 외지에서 온 여행자들을 제일 먼저 맞는다. 자본주의의 논리가 순수한 영혼이 머물렀던 티티카카에도 불어오자 서로가 경쟁하며 안분지족의 생활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호수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이런 안타까움은 온데간데없고 아름다운 호수와 하늘빛 그리고 거대한 안데스 산군들이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독특한 풍광과 이색적인 모습은 문명사회에 익숙한 여행자들의 혼을 빼앗기에 충분하다. 수많은 섬들 중에서 가장 많이 가는 섬은 우로스이다. 티티카카에서 ‘떠 있는 섬’으로 유명한 이곳은 조상 대대로 내려온 삶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해 관광객들에게 아주 인기 만점이다. 물에 반쯤 잠긴 토토라 매트 위에 만들어진 집과 베네치아의 곤돌라처럼 생긴 배 등은 호수 여행의 백미다. 우로스 섬은 말 그대로 토토라로 만든 인공 섬이다. 물에 잠긴 토토라가 썩으면 원주민들은 다시 토토라를 잘라 말린 뒤 새로운 섬을 짓는다. 그러다보니 우로스 섬의 모양과 크기는 시시각각 변한다. 우로스 섬 이외에도 섬 주민들의 독특한 생활 시스템을 볼 수 있는 타킬레 섬, 고원지대에서 농사를 짓는 모습과 석양이 매우 아름다운 아만타니 섬 등은 티티카카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섬 중에 하나다.
티티카카 호수의 모든 섬들은 개인적으로 찾아다닐 수도 있고,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해 단체로 섬을 여행할 수도 있다. 가장 좋은 방법 중에 하나는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해 이틀 동안 대부분의 섬을 구경한 뒤 순수한 원주민들이 사는 아만타니 섬에서 하룻밤 묵으며 티티카카 호수의 아름다운 저녁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 여행을 더욱더 즐겁게 한다. 만약 호수여행에 싫증을 느낀 여행자라면 호수 주변에 있는 고대 문명 유적지를 탐방하는 것도 좋다. 현재 남아 있는 유적 중에서 시유스타니 석탑 묘는 원형 그대로 잘 보존돼 있고, 그 이외에도 건립시기가 서로 다른 석탑들이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준다.
◀ 수상가옥처럼 갈대집에서 사는 원주민들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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