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12월
한경면 고산1리
추억과 낭만의 바닷가 마을
숨 가쁘게 달려온 2010년 한 해가 저문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65일간 무엇을 했나’ 뒤돌아보면 아무것도 남긴 것이 없어 보이고 후회와 미련만 남는다.
하지만 올 해가 없었다면 앞으로 다가오는 ‘희망의 새해’ 2011년도 없는 것, 올해를 무탈하게 넘기고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위안을 해볼 일이다.
새해를 맞는 일 만큼이나 묵은해를 정리하고 미련 없이 보내 주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일.
그래서 사람들은 일출 만큼이나 일몰에 대한 낭만과 추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 몸을 지탱하기 힘들 정도의 바람이 불어도 수월봉 일몰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찾는다.
# ‘명품 일몰’ 명소 중 으뜸
제주도내 일몰 명소 중에서도 으뜸인 곳을 꼽자면 제주시 서쪽 끝 어촌마을인 한경면 고산1리 수월봉을 꼽을 수 있다
수월봉은 제주의 가장 서쪽 끝머리에 있는 나지막한 봉우리로 반대편인 동쪽 끝 성산일출봉에서 떠오른 해가 이곳, 수월봉 너머 바다로 잠기면 제주도의 하루도 서서히 문을 닫는다.
일몰로 유명한 수월봉 곳곳 용천수는 약수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 수월봉에는 슬픈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옛날 고산리에 수월이라는 처녀와 녹고 남매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었다. 어머니가 병으로 몸져눕자 남매는 수월봉 절벽에 자생하는 오갈피를 캐어 약을 달여 먹이기로 했다. 그런데 오갈피를 캐러 내려갔던 수월은 절벽 밑으로 떨어져 죽고 말았다. 남아있는 남동생 녹고는 슬픔에 겨워 한없이 울었으며 그 눈물이 샘이 되어 흘렀다는 것이다.
이런 전설과 아름다운 자연을 간직하고 있는 고산마을은 해넘이가 아니어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2001년 전국 처음으로 어촌체험 관광마을로 지정된데 이어 2003년에는 해양수산부가 선정하는 ‘아름다운 어촌 100선’에 포함됐다.
▲ 당산봉에서 내려다본 고산리와 차귀도
# 고산리 선사유적지 있는 유서 있는 마을
특히 고산1리 수월봉 앞 해안단구 일대는 1998년 국가문화재로 지정된 신석기시대 전기의 선사유적이 넓게 형성돼 있다.
원시농경과 목축을 기반으로 정착생활을 시작하면서 인류문화 발달사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한 신석기 시대의 석기 9만9000여 점, 토기조각 1000여 점이 발굴된 곳으로 제주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신석기 전기 문화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다.
이런 역사적 사실 등을 바탕으로 고산1리는 한경면에서도 가장 유서 깊은 마을 중 하나이면서 논농사로 유명하기도 하다.
바다와 접해 있으면서도 평야가 잘 형성되어 있는 곳이다.
680여 세대 1800여 명이 살고 있는 고산 1리는 농.어업이 주업이지만 최근 관광객이 꾸준한 증가 추세에 있는 마을로 주소득 작물은 마늘, 양파, 감자 등 일반작물이다.
# 차귀도, 고산1리 또다른 ‘보물’
고산1리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멈추지 않는 또 하나의 매력 포인트는 차귀도.
사실 고산1리는 지금으로부터 약 600년 전(서기 1300년경)에 형성된 고촌으로 옛 풍수사 호종단(중국인)이 귀국하는 것을 막았다하여 차귀도라고 불렸다.
호종단은 송(宋)나라 복주 사람으로 고려에 귀화한 후 제주 곳곳에 고종달의 전설을 남긴 신비의 인물로 전해진다.
호종단은 탐라, 지금의 제주에 인물 배출을 염려하며 인물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도내 곳곳에 압맥(壓脈)으로 산혈(山穴)을 눌러 놓고 차귀땅(고산1리)을 거쳐 중국 강남으로 돌아가려는데 한라산 호국신이 매가 되어 배의 돛대 머리 위에 감돌더니 갑자기 북풍이 몰아쳐 배가 부서지는 바람에 섬바위 사이에서 죽고 중국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래서 호종단을 돌아가지 못하게 차단하였다고 해서 고산1리를 차귀(遮歸)라고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차귀도는 낚시터로도 유명하지만 섬 자체가 빼어나게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다. 섬을 떠받고 있는 절벽이 그렇고, 평평하게 펼쳐진 들판색이 한 폭의 그림이다.
면적은 0.16㎢ 정도이며 3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무인도다. 이곳에는 들가시나무, 곰솔, 돈나무, 제주도에서만 자란다는 해녀콩 등 82종류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마을 주민 고인순씨는 “고산1리는 예로부터 전설이 많고 자연이 좋은 곳”이라고 소개하면서 “요즘 들어서는 마을을 오가는 올레꾼들이 많아져서 마을이 한층 밝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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