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 2월
신선이 풍류를 즐기던 ‘오등동’
며칠째 이어지는 겨울비가 그치고 나면 움츠리고 숨어있던 봄이 ‘짠’하고 나타날 것만 같다.
연거푸 잿빛 하늘만 봐서인지 파란 하늘과 푸른 숲, 그리고 분홍빛 화사한 꽃이 어우러진 풍경이 간절해진다.
곧 봄이 오면 지체없이 내달리며 찾아가고 싶은 곳 중 하나가 방선문(訪仙門)이다.
싱그러운 숲의 정기와 향긋한 꽃향기가 겨우내 썰렁함을 따뜻하게 맞아 줄테니.
매년 봄이면 제주시 오라동주민자치위원회에서 방선문 계곡음악회를 개최하고 있어서 방선문이 오라동에 위치해 있는 줄로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방선문은 오등동과 오라2동의 경계지점인 계곡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방선문에 가려면 오라동이나 오등동을 자연스럽게 거치게 된다.
# 소나무 숲 울창한 전원마을
오등동은 오라동에 비해 덜 알려진 곳이다. 그렇지만 자연적 가치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
아라동의 법정동으로 동쪽은 아라1동, 서쪽은 오라2동, 남쪽은 한라산, 북쪽은 도남동과 접하고 있는 오등동.
오등동은 옛 이름인 ‘오드싱’ 과 ‘다시’ 마을로 이루어졌는데 오드싱은 ‘제주읍지’(1783년)에 ‘오등생리(吾登生里)’로 표기됐는데 ‘오드싱’이라 불리던 것이 후에 한자표기에 의해 ‘오등’ 이라고 하게 됐다.
그래서 이 일대에 형성된 마을을 오등생촌(五等生村) 또는 오등생촌(吾等生村), 오등생리(吾等生里)라 하다가 18세기에는 오등리(吾等里)로도 표기했다.
제주군(북제주군) 중면 지역으로 오드싱 또는 오등이라고 했는데,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오등리로 제주면에 편입됐다. 1955년 제주면이 시로 승격, 제주시가 분리되면서 오등동이라 했다가 1962년에 아라동에 속하게 됐다.
주민 1400여명이 살고 있는 이 마을은 자동차로 불과 20~30분 거리에 위치해 있지만 그 분위기는 도시와 사뭇 다르다.
비교적 자원의 원래모습이 훼손되지 않은 터라 공기부터 다르다.
신선들이 노닐던 방선문과 가까운 곳인데, 자연환경이 평범할 리가 없다.
길을 따라 난 울창한 소나무 숲과 나직나직한 집은 전원마을을 연상시킨다.
동쪽의 서삼봉을 비롯하여 북부에는 오등봉, 오구시오름 등이 200~500m 내외로 이루어져 있으며, 남쪽의 한라산 근처에서는 대부분이 높은 고지로 되어 있다. 한라산에서 흘러온 물은 여개 개의 계곡을 만들어 기암절경을 만들고 있다.
# 사이좋은 마을의 상징, 연자방아는 아직도 꿈을 꾼다
고도가 높아 주민의 대부분은 농업에 종사한다. 대부분 감귤을 재배하고 약간의 보리, 딸기, 콩 등이 약간 생산되고 있다.
“마을이 크지도 않고 깊은 역사가 있는 마을도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마을은 협동심 하나는 최고였어요. 마을에 두 개의 연자방아가 복원돼 있는데 그것이 바로 그런 우리 마을의 특징을 잘 말해주는 거지요.”
이도삼 노인회장이 마을 소개를 한다.
이 회장의 말대로 마을회관 옆에는 이제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연자방아가 복원돼 있다. 곡물을 탈곡하거나 가루를 만들던 연자방아는 마을 공동 소유로 마을 전체의 일을 원활하게 하면서 마을 주민들의 유대관계도 돈독하게 하는 계기가 돼 왔다.
“사는 게 바쁜 시절, 연자방아는 사람들의 정보망이었죠. 연자방아가 돌아가는 동안 마을사람들은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사는 얘기를 나누었죠.”
복원된 연자방아가 예전처럼 돌아가지는 않지만 농사를 하던 생활모습은 지금도 이어져 오고 있다.
“나이든 사람들이 얼마나 부지런한지 쉬는 사람이 없어요. 수눌면서 서로 밭일을 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여전히 우리 마을에 인심이 살아있는 걸 느낀답니다.”
이도삼 회장의 기억 속 정감있는 마을, 오등동은 이 마을 어귀를 지키고 있는 연자방아에 반영돼 길이길이 남아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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